A는 서울 시내 일반고에서 내신 2~3등급 정도 받는 중상위권 학생이었다. 고1 때부터 학교 내신성적 위주로 꾸준히 공부해왔다. 학생부 중심 수시전형에 지원하겠다는 생각으로 내신 성적 외에는 비교과영역이나 논술, 적성고사 등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고3이 되어서 내신성적으로만 수시전형을 준비하자니 막막했다. 비교과영역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막상 논술전형이나 적성고사전형에 도전하자니 심적 부담이 컸다. 결국, A는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교의 학생부전형에 합격했다. 그런데 1년 후에 A가 전공학과 공부에 적응하지 못해서 재수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신 등급에 맞춰서 급작스럽게 진학하다 보니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하지 못한 결과였다.
B는 인천 시내 일반고에서 내신 4~5등급 정도 받는 중위권 학생이었다. 내신 성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B는 자기 나름대로 진학에 대한 목표가 확고했다. 조리학과에 진학하여 요리사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워 놓고, 고1 여름방학 때 요리학원에 등록하여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또한 교내 제과제빵 동아리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등 전공과 관련한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결국, B는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지방 소재 4년제 조리학과에 합격하여 진학했다. 진학 후에 B는 방학 때마다 외식업체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실무 경험을 쌓고, 각종 요리경연대회에도 도전하는 등 활기찬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A와 B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A가 B보다 내신성적이 우수하여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가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내신성적이라는 잣대만으로 두 학생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대학 진학 과정이나 진학 후를 볼 때, 두 학생의 태도나 생활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A는 고3 막바지까지 별다른 로드맵이 없이 내신 성적에 맞추어 급작스럽게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다 보니 현재까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반면에 B는 고1 때부터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하여, 진학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한 후 차근차근 준비해왔기 때문에 현재 그 누구보다도 만족스러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두 학생의 차이점은 ‘대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지니고 있었는가?’에 있다.
현재 대입 전형은 예전처럼 내신과 수능 성적 위주의 무조건적인 줄 세우기 방식이 아니다. 수시모집에서는 내신이,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이 근간이지만 절대적인 잣대이지는 않다. 학생부, 논술, 적성고사, 어학특기자, 입학사정관전형 등 다양한 수시 전형이 있기 때문에 학생마다 자신에게 적합한 맞춤식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고3이 되어서도 진학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학교,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하는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나 진로 탐색 과정이 수반되지 않은 대입 준비는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대입 준비 과정에서 비효율적으로 갈팡질팡하거나, 어떻게든 합격만 하자는 식으로 진학하다 보면 진학한 후에 방향을 잃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1 때부터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하여 진로와 진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진학 목표를 수립한 후에는 어떤 전형을 위해 어떻게 스펙을 쌓고 어떤 방법으로 준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단언컨대, 성공적인 대입 준비는 구체적인 로드맵의 작성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규진 이사
㈜프리머교육
8년 경력 특목고 입시 지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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