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어디까지 가봤니? 청계산 산림욕장

쉼이 있는 가을 산책, 한 번 올라가면 한 번 내려가는 편안한 산길

지역내일 2013-11-13 (수정 2013-11-13 오전 9:55:36)

골목골목 아름다운 계절이다. 어느 길가에 서도 노랗고 붉은 단풍잎이 새색시처럼 환한 미소를 보낸다. 하지만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인근에서 산책길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청계산 산림욕장이다. 청계산 산림욕장은 과천 서울동물원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총 7km의 오솔길은 크게 4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짧게는 1시간부터 길게는 3시간까지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굽이굽이 산길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 가파르지 않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와 어르신들의 가벼운 등산길로도 손색없다.

청계1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단풍의 향연
청계산 산림욕장은 서울대공원 동물원 안에 있다. 기린 우리 옆쪽으로 산림욕장 표지판이 보인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입구이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걸음마다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로 먼저 반긴다. 찬란했던 가을을 시샘하듯 가벼운 바람에도 단풍잎들이 ‘우수수’ 눈꽃처럼 떨어져 내린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진해지는 가을 냄새까지, 순간 ‘제대로 왔다’는 생각이 든다.
완주 총 3시간의 코스, 초입부에 작은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길로 갈까?’ 한쪽은 살짝 가파르지만 빠른 길, 다른 쪽은 다리를 만들어 빙 돌아가는 편안한 길이다. 잠시 고민했지만 사실 조금만 올라가면 합쳐지는 하나의 길이다. 산림욕장 전체 구간이 외길이기 때문이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을까 봐 헷갈릴 필요도 없이 한 길로만 쭉 따라가면 된다. 이후 약 30분 간격으로 조성된 쉼터에도 커다란 표지판이 있어 위치파악이 쉽다.
30분 남짓 걸었을까, 첫 번째 쉼터인 ‘선녀못이 있는 숲’이다. 서울대공원이 조성되기 전에 동네 아낙들이 빨래와 목욕을 하던 곳이다.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렵지만 대신 ‘나무의 마음’이란 시를 새긴 비석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준다. ‘선녀못이 있는 숲’을 지니면 이내 ‘자연과 함께하는 숲’이 나온다. 단풍처럼 고운 있는 이름이다. 이어지는 ‘얼음골 숲’은 한여름에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시원한 계곡에 위치해 초봄에도 얼음이 녹지 않는 곳이다. 얼음골은 삼림욕장 입구에서부터 1시간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동물원 남미관으로 연결되는 샛길이 있어 3시간 남짓한 산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추천되는 코스다. 산막이 있어 잠시 쉬며 간식을 즐기기도 좋다.

청계2

‘밤나무 숲’, ‘소나무 숲’ 굽이굽이 아름다운 길
단풍 때문인지 평일 오전인데도 등산객들이 많았다. 특히 알록달록 고운 등산복 대부분이 주부 모임이다. 졸업 사진도 아닌데 같은 나무에서 돌아가며 같은 자세를 취하는 주부들. 친구의 자세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직접 어떻게 서야 ‘귀엽고 날씬하게’ 찍히는지 시범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배 집어넣고 다리는 쭉 뻗어’라는 타박 아닌 타박도 즐겁다.
단둘이 걸어가는 내내 수다를 즐기는 커플도 없지 않다. “한 번을 올라가고 한 번은 내려가고, 그래서 난 청계산 산림욕장이 좋다”라고  건네는 말 한마디가 다정하다. 한 번 올라가면 한 번 내려오는, 이 얼마나 공평한 삶인가. 작은 땀방울에 스치는 바람마저 시원하다.
 “선발대에서는 이 대리 아들내미가 제일 잘 걷네!”라는 회사 야유회에 참석한 40대 회사원부터 “자식은 영원한 어린아이야”라는 70 넘으신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일순간 산이 활기를 띤다. 그나저나 조금 전 나무막대기를 신나게 흔들면서 내 가방을 ‘푹’ 건드리고 간 장난꾸러기가 바로 이 대리 아들인가 보다.
중간중간 벤치와 쉼터가 있어 도시락이며 간식을 즐기기 편하다. 찰밥에 가래떡이며 김밥 ,보온병까지 꺼내놓는 사람들. 산속에서 먹는 점심은 무엇이든 달고 맛있다.
잠시 쉬고 다시 걷는 산길, 배는 두둑하고, 산은 편안하다. 제 빛깔을 뽐내는 단풍 속 흙길은 한결 더 폭신하고 사방은 고요하다. 나무다리 위 발소리만 ‘통통통’ 울린다 .
중간 중간 내리는 이슬비에 젖을까 봐 썼던 모자를 벗어버렸다. ‘방울방울’ 조용히 흘러내리는 빗소리, ‘사락사락’ 내리는 단풍 소리. 그 섬세한 소리를 모자를 통해 듣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독서하는 숲’을 거쳐 ‘밤나무 숲’, ‘소나무 숲’을 지나면 어느덧 삼림욕장은 끝이다. 3시간 남짓 짧지만, 더없이 편안했던 숲길이다. 흙내음 단풍내음 가득해서 마음까지 넉넉해졌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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