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장수 장안산

눈부시게 빛나는 억새의 은빛물결, 떠나는 가을 못내 아쉬워라!

산정상부의 광활한 억새밭 “어서오세요!”라며 등산객 불러

지역내일 2013-11-11 (수정 2013-11-11 오후 5:50:03)

높고 높은 유명산을 지나 동네 앞산 뒷산까지 단풍이 내려왔다. 하물며 리포터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정원에도 가을이 내려앉은 지 오래이다. 벤치에 앉아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노라면 가슴 한구석이 멍해지며 왠지 모를 고독감이 밀려오는데. 
어떻게 하면 나만의 특별한 가을을 즐길 수 있을까? 늘상 보는 단풍? 아니다! 좀 더 특별한 나만의 가을여행을 꿈꾸며 장수 장안산 억새를 찾아 떠나본다. 



동네 아줌마들 단풍구경 열 올릴 제, 무룡고개로 고고씽!
전주역을 출발해 1시간 반 가량 달리면 무룡고개에 도달한다. 본디 장안산 등산을 원하면 덕산으로 오르는 길이 단풍구경도 하고 좋으련만 오늘은 오로지 억새와의 만남을 위함이다.
장안산(1,237m)은 1986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으로 덕산용소와 방화동, 지지계곡 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기암괴석과 원시수림이 울창하고 깊은 산속 골짜기에 형성된 소와 연못, 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관광지이다. 
장수군 장수읍, 장계면, 계남면, 번안면의 중앙에 솟아 있는 장안산은 여름에는 피서지,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 그리고 겨울에는 산정상부에 허벅지까지 쌓이는 눈으로 찾는 이들에게 쏠쏠한 기쁨을 주는 산이기도 하다.
일행이 찾은 ‘무룡’은 간혹 ‘무령’으로 표기한 지도를 볼 수 있는데 ‘무룡’을 잘못 듣고 ‘무령’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본디 ‘무룡’은 용이 춤을 춘다는 뜻으로, 산세가 마치 용이 꿈틀꿈틀 살아서 무룡고개에서 장안산으로 올라가는 형상이라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장안산을 오르는 오늘의 탐방코스는 무룡고개를 출발해 장안산 정상에 도달하기 전 광활한 억새밭의 매력에 먼저 풍덩 빠져본다. 그리고 정상을 밟고 다시 내려오는 왕복 6km를 걷는 구간으로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가장 짧고 편안한 등산로이다.  



억새의 은빛 물결에 내 마음도 출렁!
산 아래 계남면 장안리에서 지명이 유래되었다는 장안산의 시작은 계단식 데크를 오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들머리에서 오른쪽 나무데크를 오르면 장안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으로 오르면 영취산과 백운산 방향으로 오르는 등산로이다.
5분정도 오르자 우편에 팔각정이 보인다. 새침스레 못 본 척 팔각정은 그냥 지나치고 평평하다 약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등산로를 따라 걸어본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오르막길에 조금씩 땀이 차오르면 어디선가 바람이 와서 살짝 식혀주고를 반복한다. 천고지가 넘는 높은 산임에도 위험 요소가 적어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다.
수월해서인지 얼마 오르지도 않은 기분인데 왠지 정상에 다다른 듯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저 언덕만 오르면...?’ 능선사이로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미는 곳, 그곳에 억새들이 무리를 지어 파란하늘을 수놓은 것이 보인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 예쁘다! 아이 눈부셔! 너무 멋져!” 라며 호들갑을 떨다 사진담기 삼매경에 빠졌다.
채 한 시간을 걷지 않고도 누리는 큰 수확에 기쁨과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망대에 올라 광활하게 펼쳐진 억새밭의 기운을 받아보고 저 멀리 보이는 지리산, 좌로 영취산과 백운산 우로 장안산 정상을 추억의 저장고에 차곡차곡 담아본다. 눈부신 하늘 아래 저 멀리 펼쳐진 산그림과 그리고 억새의 쏴쏴 거리는 부딪힘 소리가 어울려 감동이 밀려온다. 



전북에서는 억새하면 단연코 ‘장안산’을 소개합니다!
전망대에 카페라도 전세 낸 듯 자연을 배경삼아 도시락과 따뜻한 커피한잔을 들이킨다. 억새를 등에 지고 소담소담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 커피한잔이 CF 속 여자주인공을 부럽지 않게 하는구나!
평일에 찾은 장안산은 등산객이 많지 않아 한산해서 좋다. 단풍이 좋은 유명산에 가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판인데. 하지만 등산로가 완만해 부담이 없어서인지 오후가 된 시간에도 어르신들이나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전주에서 온 등산객은 “다른 도에는 억새로 유명한 산들이 꽤 있잖아요. 그런데 전북에서는 ‘억새’하면 떠오르는 곳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검색하다 알아낸 곳이 바로 장안산입니다. 겨울 산행은 해 봤지만 가을 억새를 보지 못해 기다리다 ‘때는 이때다!’ 싶어 왔지요. 너무 좋아요! 가을에 울긋불긋 단풍만 쫓아다닐 게 아니라 억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도 정말 낭만적이예요”라고 말한다.
억새밭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산행길에 또 한 번 억새를 만날 수 있다. 오후에 찾은 장안산 억새는 빛을 받아 눈꽃이 핀 모양 눈부시다.
화려함보다 수수함을 자랑하리라 믿었던 억새, 하지만 빛을 내는 그대는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는구려.
하산 길 무룡고개 휴게소에서 주인장이 들려주는 전자기타 소리와 함께 동동주 한잔을 섞어보고, 떠나가는 가을에 내 마음을 실어본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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