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는 어린이들에게 예술도서와 과학도서를 많이 읽히자는 제안을 했다. 새로운 독서 목록에 그것들을 많이 포함시키고, 그것들을 잘 읽히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알맞은 버전의 교안을 공동 작업을 통해 만들어 보자는 제안도 했다. 오늘은, 더 나아가 교안의 구성방식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요컨대, 국어와 영어, 그리고 한자를 원용하여 어린이 독서교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 교안은 내가 이미 몇 권의 도서를 텍스트로 삼아 만들어 본 것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 <세상의 모든 음악가를 위한 음악이야기>(유미선), <현대미술을 위한 변명>(최형순), <느낌이 있는 그림이야기>(이주헌), <유전자로부터의 메시지>(무라카미 가즈오), <코스모스>(칼 세이건), <부의 미래>(앨빈 토플러), <경제의 역사>(니콜라우스 피퍼), <유럽의 역사>(만프레프 마이) 등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참고 자료와 평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자와 영어로 된 자료를 활용한 바 있다.
한자와 영어를 교안에 원용하면 다음과 같은 유익함이 있다.
첫째, 풍부한 언어를 습득하게 해 주고 다른 언어와의 비교를 통해 그 뜻을 보다 분명히 알게 해 준다. 예를 들어 보자. ''추론''이라는 단어가 있다. 한자로는 推論이라 쓰고 영어로는 reasoning라고 한다. 표음문자인 우리말과 영어는 그 단어 안에 ''의미''를 배제하고 있는가? ''추론''은 어떨지 몰라도 ''reasoning''의 경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영어 낱말은 ''논리적으로 추정한다''는 것이 합리(reason)적 사고의 작용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그것을 알면, 우리말로 ''추론''이라고 읽고 마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연관정보가 따라온다.
둘째, 정보를 증대해 나가면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깨닫는 유익함이 있다. 그것은 매 순간 매 상황을 처음부터 이해하고 또 노력해서 고기를 많이 잡는 것보다 고기를 많이 잡는 이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즉, 공부란 하나의 정보로부터 시작해서 다른 연관된 정보를 이해하고 정보를 확장 증대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렇게 공부하는 가운데 공부의 선순환 구조와 논리를 깨닫게 된다. 공부의 이치를 터득하는 순간이다. 연관된 정보를 이해하면 애초에 출발점이 된 정보로 돌아와 그것을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된다. 推論과 reasoning을 알고 나면 ''추론''은 더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 선순환이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귀납, 연역은 어떤가. 歸納(돌아가 수확하다), 演繹(흘러서 찾다)은 낱말만으로는 그 의미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induction(귀납, induce-귀납하다), deduction(연역, deduce-연역하다)이라고 쓰면, 그것들이 모두 사고방식이지만 둘 사이에는 대조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어 ''in''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는 ''into''나 ''toward''(~를 향하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duct''란 도관(導管)을 뜻하는데, 논리적으로는 구조, 법칙과 같은 맥락에 있는 단어다. 자, 이제 되었다. induction은 관을 만들어 가는 작업과정, 법칙을 만들어 가는 사고과정이다. 귀납이다. ''deduction''의 ''de''는 어떤가. 그것은 ''from''(~으로부터)라는 의미다. 법칙, 즉 대전제로부터 출발하여 논리를 도출해 가는 사고 과정, 연역의 의미가 이제 제대로 드러났다.
다른 유익함에 대해서는 진술을 유보하기로 하자.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영어나 한자의 文章, sentence가 아닌 單語, words만을 언급했다. 글의 의미와 구조가 늘어난다면, 더 많은 유익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교안으로 우리 어린이들을 만난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요즈음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은 스티븐 핑거의 저작들이다. <언어 본능>이라는 책에서 그는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에는 보편적인 심층구조가 있다''라고. 나는 스티븐 핑거의 견해가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여러 언어를 원용해 어린이 독서교안을 만들고 싶어 하는 내 희망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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