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미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년층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2%를 넘었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100세 인생’을 눈앞에 둔 시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평균 정년이 60세 이하인 현재, 은퇴 후 30, 4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는 누구에게나 숙제이다. 하지만 노년의 삶에 대한 고민을 ‘자원봉사’라는 아름다운 실천으로 한 방에 해결해주신 분들이 있다. 바로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모여 만든 ‘비추미 봉사단’이다. ‘본인들의 재능으로 세상을 비춘다’는 비추미 봉사단은 자발적 봉사단체이다. 비추미 봉사단의 8개 자원봉사 모임 중 군포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한문과 예절을 가르치는 비추미 한문 예절 봉사단을 만나보았다.
배움에서 시작, 한문예절교육 강사로 활동.
군포시 노인복지관은 비추미 한문예절봉사단의 모태이다. 군포시 노인복지관에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문 교육 강좌를 진행하던 김상남 단장(74)을 주축으로 봉사단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자 지도사 자격증 1급 및 다수의 한자 교육 관련 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김 단장은 “어르신들의 한자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열정을 지역 아이들의 한문교육에서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 단장은 군포시 노인복지관에서 한문강의를 통해 만난 어르신들과 함께 비추미 한문예절 봉사단을 발족했다. 현재 강사로 활동하는 분들도 복지관에서 한문교육강좌를 수강하면서 한문 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한 분들이 많다.
한문예절교육 강사로 활동하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김 단장은 “한문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가능”하다며 “한문예절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싶어 노인복지관 한문강좌를 수강하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4곳의 군포시 초등학교와 1곳의 유치원의 방과 후 시간에 한문과 예절교육을 가르치고 있으며 내년에는 더 많은 곳에서 한문과 예절교육을 할 예정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꿈과 보람 찾아
한문을 가르치면서 삶의 꿈과 기쁨을 찾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었던 조광숙(65)씨. 평범한 주부였던 조 씨는 한문 자원봉사를 통해 교사로서의 제2의 삶을 펼치고 있다. 현재 화산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의 한문수업을 맡은 조씨는 “아이들이 마냥 예쁘다”며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한자를 가르치게 돼서 즐겁다”고 말했다. 이협두(73)씨도 “한자교육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한자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보람도 크다. 옥천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박순영(78)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3월부터 가르쳤던 아이들이 6월 전원 한자 급수 시험에 통과한 일”을 꼽았다. 박씨는 “내가 1급 지도사 시험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 며 “아이들이 한문 선생님 힘드시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안마도 해준다”며 자랑했다.
한문봉사를 계속하고 싶어 먼 거리에서부터 꼬박꼬박 매주 학교와 복지관을 찾는 분도 있다. 최근 군포에서 용인으로 이사한 오정숙씨(70)씨다. 수리초등학교에서 강의하는 오씨는 “한문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람된 일을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다”고 말했다. 최고 어르신인 장준형(81) 씨도 “1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일은 때론 힘들지만, 의미 있다”며 “활동할 수 있는 날까지 한문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가르치는 즐거움은 물론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주시는 비추미 한문예절 봉사단. 어르신들의 열정이 노년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의 초석이 되고 있다. 독일의 문학가 헤르만 헤세의 “노년은 남을 위한 생활로 시작한다”는 글이 되새겨진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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