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어디까지 가봤니? _ 청계 휴먼시아 수변공간

“물길 따라 걷다보면, 유럽의 어느 마을에 온 것 같아!”

의왕 도시 8경 중 하나인 청계 휴먼시아 수변공간, 물과 자연이 하나 된 아름다운 휴식처

지역내일 2013-10-29

오랜만에 시간이 났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부쩍 바빠져 통 여유가 없더니, 이제 좀 한가해진 덕분이다. 그동안 즐기지 못한 가을을 이제라도 즐겨봐야지!
동네 여기저기에 놓인 나무들이 각양각색으로 물들고, 가을의 상징 코스모스가 만개한 걸 보니 마음이 설레기까지 한다. 혼자 멀리 갈 자신은 없고, 가까운 곳에서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없을까? 생각하다 무작정 학의천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편한 옷에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길. 학의천 변은 이미 바람에 휘날리는 가을 갈대와 만개한 들꽃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의왕1

학의천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청계천, 그곳에 ‘수변공간’이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의왕 청계 방향으로 꺾어지는 곳에서 물길이 가늘이 지는 것 같더니, 이내 다시 너른 천(川)이 되어 흐른다. 이곳부터가 청계천인가?
어디부터가 정확한 청계천의 시작인지 잘 모르겠지만, 학의천과 이어져 내려오다 이 부근 어디에서는 청계천이 되지 싶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보니 ‘청계천’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이름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물길 따라 걸으니 주변의 갈대들이 바람에 날리며 ''쏴아~'' 하는 소리로 반가이 맞아준다. 유난히 높고 푸른 하늘과 맑은 햇빛도 가는 길의 길동무가 되어 준다.
산책 나온 사람들의 표정도 유난히 밝았고, 낮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얼마 후, 작은 다리 하나를 지나자 눈앞에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 유럽의 어느 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예쁜 그림이다.
가운데로 청계천의 물이 나지막이 흐르고, 물길 따라 산책로가 나있고, 그 옆에는 각종 풀들과 꽃, 조형물 등이 놓여있다. 거기다 유럽풍 건물 같은 아파트들이 주변을 가득 에워싸고 있고, 그 옆으로는 아름드리나무와 정자, 작은 공원들과 조각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청계 휴먼시아 수변공간’이다.
청계 휴먼시아 수변공간은 의왕 도시 8경 중 하나에도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스카이라인과 바람길, 조광을 끌어들인 공간배치와 노인을 위한 무장애 설계로 지어진 청계휴먼시아 아파트를 가로지르는 청계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재시공해 수변공간을 만들었다. 
자연과 집이 조화를 이루어 설계된 이곳은 근처에 사는 사람들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졸졸졸’ 들리는 하천의 물소리가 기분 좋게 경쾌하다. 

의왕2

아이들도, 오리들도, 곤충들도 모두 함께 어울려 노니는 곳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 사이 주위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돌아보니 아이들 몇 명이 풀숲을 헤치며 부산을 떨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너희들 뭐하고 있니?”하고 말을 걸자, 아이들은 “이거요” 하면서 손에든 투명 플라스틱 컵을 내밀었다. 컵 안에는 여치처럼 생긴 곤충 몇 마리가 들어있었다. “이걸 잡고 있는 거니?” 다시 묻자, “네, 여기에 이런 곤충들이 많아요. 앗. 저기 있다. 얼른 잡아” 아이들은 다시 손을 피해 달아나는 곤충들을 잡기 위해 진지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물 옆으로 뛰어갔다. 무엇을 잡으려나 싶어 나로 아이들을 따라가 봤다.
“저것보세요! 저기요!” 아이들이 한사코 가리키는 곳을 보니 청둥오리 한 쌍이 놀고 있었다. 자맥질도 하고 부리로 깃털도 고르면서 물 위를 익숙하게 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이 오리 옆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지켜보는데, 야속한 오리들은 아이들의 부산함에 놀랐는지 이내 ‘후두둑’ 날개를 펼쳐 달아나 버렸다.
“너희들 이곳에 자주 오니?” “네, 거의 매일 나와서 놀아요.”
수변공간은 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풀숲에서 여치나 메뚜기, 잠자리 같은 곤충을 잡기도 하고 얕은 물속에 들어가거나 물에서 노는 오리도 감상하고,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꽃구경도 하는 등 도시 아이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자연놀이’를 익숙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래, 아이들은 이렇게 놀아야 하는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 수변공간 옆길로 올라가 봤다. 아파트 단지와 사이를 두고 작은 공원들과 정자, 운동시설 등이 알차게 놓여 있었다. 나무들이 죽 늘어선 산책길도 사진 속에서 본 듯 이국적이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아니면 혼자서라도 자연을 만나고 즐길 곳이 필요하다면, 가을이 가기 전 나들이 삼아 한번쯤 이곳에 들러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즐거운 산책을 마무리했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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