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일고등학교는 현재 고3이 없는 신생학교이다. 졸업생에 대한 입시결과가 없다보니 지금까지도 재학생 학부모는 물론 예비 고1 학부형도 잠일고에 대한 불안함을 자주 표현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렇다고 걱정만 앞세울 수는 없다. 먼저 적응하고 분석한 자가 승리하는 것이 세상이고 입시도 그 판박이 아닌가?
잠일고 영어는 2과목이다
타 학교와 달리 잠일고는 영어시험을 2과목으로 나누어서 치른다. 단위수를 나누는 개념인데 나중에 합산해서 대입자료가 되는 형태다. 학생입장에서 그리 장점은 없다. 분산해서 시험을 치르다 보니 집중력 있는 학생에겐 가끔 벼락치기가 통하는 정도랄까. 2과목 각각의 시험범위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총 시험범위가 결코 적지 않다. 올해 1학년의 경우 교과서 2과씩에 학교에서 자체 제작한 외부지문이 주된 범위였다.
출제경향을 읽는 자가 시험을 지배한다
필자에겐 뼈아픈 경험이 있다. 8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목동에서 강의하고 있을 적 일이다. 당시 목동에서 잘 나가는 강사로 한창 무서울 것 없던 시절이었는데 문제는 목동의 한 여고의 시험대비에서 일어났다. 내신문제는 뻔하다는 생각으로 교과서를 분석하고 문제를 수천문제나 풀렸는데 정작 시험에는 교과서에서 달랑 2문제만 출제되었고, 나머지는 외부지문에서 모두 출제가 되었다. 학생들의 낮은 점수만큼이나 필자의 죄책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아마 그 때가 아니었나 싶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내신시험의 ‘탈교과서 현상’이 시작된 시점이.
와신상담 후에 필자는 그 학교 외부지문을 분석한 후 분석지, 변형문제를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만들었다. 다음 시험에서 교과서는 대비조차 하지 않았다.(물론 중요한 것 한두 개는 가르쳤지만) 결국 시험문제에서 굉장히 높은 적중률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 후에 그 학교 학생만 수십 명이 나에게 배우겠다고 학원에 찾아왔다. 그래서 지금도 외부지문 얘기만 나오면 남달리 반응하는 이유다. 필자는 어떤 학교든지 외부지문이 나온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문제를 만든다.
잠일고 출제경향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교과서 보다 외부지문이 변별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니 절대적이다. 교과서는 공부 못하는 학생도 한번쯤은 보기 마련이지만 그 회색 갱지의 외부지문은 그렇지 않다. 외부지문을 최대한 학습시키는 일이 학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300학원은 잠일고 내신준비를 이렇게 한다. 지문의 출처를 어떻게 해서라도 알아낸다. 출처파악이 안 되는 경우는 그냥 본인이 해석해서 자료집을 만든다. 그리고 단계별 변형문제를 만들기 시작한다. 학생들에게 한 번의 이해로 정답을 맞히길 기대하지 마라. 아이들은 끊임없이 응용력을 훈련시켜줘야 한다. 생각 없이 지문을 암기시키는 곳도 많은데, 지문의 개수가 상당해서 보통의 학생에겐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300학원에서는 잠일고 시험 직전에 학원에서 제작한 응용문제를 학교 앞에서 배포하기도 한다. 제한적 배포이기 때문에 못 받아본 이도 있겠지만 그 적중률이 높다는 것은 꽤 알려져 있다. 다만 아이들은 관심이 없을 뿐이다.
미운오리새끼 잠일고
잠일고가 개교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생 학교를 잡아서 학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싶은 욕심을 가진 적이 있다. 그래서 꾸준히 시험지 배포 등 잠일고 특별대우를 해왔었다. 하지만, 잠일고는 학년 전교생이 2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또 몇몇 상위권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전학시키기까지 해서 그 수는 더 줄어들었다. 자녀가 잠일고에 진학해 기말고사 전교 25등을 했다고 상상해보자. 그나마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하는가? 잠일고에서는 3등급이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등급 따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많은 영어 학원들은 잠일고를 매력적인 마케팅 타깃으로 보지 않는다. 게다가 시험대비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말이다. 교과 과정도 복잡한데다가 학원가에서조차 버려진 형국이다. 마치 오리들 사이에 미운오리새끼와도 같다.
신생 학교다보니 교사들이 뜨거운 열정을 갖고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 자율학습, 방과 후 수업 등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하지만 미운 오리새끼인 잠일고의 학생으로서 백조의 날갯짓을 하기 원한다면 교사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학부모님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성원, 학원의 체계화된 양질의 수업 또한 필요할 것이다.
심민호 원장
300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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