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가지에 걸려 넘어져, 화가 나 뿌리째 뽑아 거꾸로 심었다는 바오밥나무. 텔레비전에서 바오밥나무가 나올 때면 문득문득 나무에 걸려 화를 내는 악마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신분차이로 이승에서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한 남녀가 죽어서 그 사랑을 영원히 이어갔다는 전설을 가진 연리지(連理枝). 연인들은 연리지 앞에서 자신들의 사랑이 영원하길 빌기도 한다.
이처럼 왠지 모든 나무에는 자신들만의 뭔가가 깃들여있을 것만 같다.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 오랫동안 우리 지역을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나무들을 찾아가 봤다.
박지윤 오미정 오현희 이은경 리포터
왕따지만 외롭지 않아요
올림픽공원 외톨이 나무
햇살이 따스한 올림픽공원. 운동하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학교에서 체험활동을 나온 학생들, 이웃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 사람들이 넘쳐난다.
올림픽공원은 곳곳이 명소라 어디를 가도 구경할 게 천지다. 그 중에서도 ‘외톨이 나무’가 있는 나지막한 언덕은 언제나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비는 올림픽공원의 대표적 명소.
평화의 문과 서울올림픽기념관을 지나 쭉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언덕, 그 언덕을 넘어가면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외톨이 나무가 보인다.
일명 ‘왕따 나무’라 불리는 이 측백나무는 주위에 나무가 없고 혼자 우뚝 서 있다 해서 외톨이 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나무가 홀로 서있게 된 이유는 1985년 86서울아시아경기대회와 88서울올림픽대회를 앞두고 몽촌토성 안에 있던 30여 채의 민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키가 크고 모양이 예쁜 나무만 남기고 모두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왕따지만 나무를 찾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결코 외롭지 않은 이 나무는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추천한 사진촬영명소이기도 하다.
외톨이 나무를 찍는 남편의 모습을 또 다시 자신의 사진기에 담아내는 아내의 모습,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는 사람들의 모습. 왕따 나무지만 외롭지 않은 이유다.
오랜 풍파 이겨낸 할아버지·할머니 나무
문정동 느티나무
지난 9월24일, 송파구민의 날을 맞아 송파구가 송파기네스 11개 분야를 선정했다. 별난 이색기록을 가진 사람들과 단체들이 선정된 가운데 상징물로 유일하게 송파기네스에 오른 한 쌍의 느티나무가 있다. 바로 문정동에 있는 576년 된 최고령 느티나무 한 쌍. 1968년 서울시 보호수지정 당시 530년으로 추정, 나란히 서울시보호수로 등록되어 있다. 서울의 역사가 600년이니 이 할아버지·할머니 느티나무는 한 자리에서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본 셈이다.
오랜 시간 역사의 풍파를 견뎌내고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이 나무들은 주민들에겐 할아버지?할머니 느티나무로 불리며,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있다. 한때 동주민센터 재건축 문제와 맞물려 생사를 오가기도 했지만 ‘느티나무 보호를 위한 기원제’ ‘문정골 문화축제’ 등의 행사를 통해 시련을 이겨냈다. 지역의 명물을 보존하고자 했던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근에 ‘느티나무’란 단어가 들어간 카페가 있을 만큼 느티나무는 이곳에서 유명하다.
또 작년에는 나무 아래 ‘사랑의 자물쇠 탑’을 설치, 젊은이들이 백년의 서약을 언약할 수 있는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안쓰러워!
석촌동 백제 고분군 회화나무
석촌동 백제 적석총 경내에 들어서면 앙상한 듯 기개 있게 하늘로 뻗은 나무가 있다. 서울시 보호수 24-7호인 회화나무. 높이 12m, 둘레 2.3m에 수령이 235년이나 되었지만 관내 보호수 중에는 ‘젊은이’로 통한다. 해마다 10월경에 어김없이 고사를 지낸다 하여 ‘고사나무’라고도 불린다. 수려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힘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 줄기 대부분이 인공 수피로 매워져 있고 가지도 몇 개 남아 있지 않다. 한 쪽 측면에 지지대를 하고 있는 모습은 모진 풍파를 견뎌낸 뒤 지팡이에 기대선 노인처럼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듯 안쓰럽기 까지 하다. 송파구청 푸른도시과 담당 관리자는 “회화나무의 수명을 연장하고자 주변 흙도 갈아주고 녹지도 조성해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보호수에 비해 그다지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더 마음이 가는 나무다”고 말한다.
각별한 보호 속에서 자라서 일까? 해마다 어김없이 가느다란 가지에 푸른 싹을 틔워 내며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쉬어가던 곳
화양동 느티나무
화양동 주민센터 바로 앞에 우뚝 솟은 700년 된 느티나무. 높이 28m의 거대한 나무가 ‘자연 쉼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화양동 주민들이 즐겨 찾는 현대판 ‘마을 정자나무’다. 서울시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나무 바로 옆에 세종 때 지은 화양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세종은 가끔씩 느티나무 아래에 들러 근처 종마장에서 뛰노는 말들을 감상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이 청령포로 귀양 가면서 자신을 아끼던 할아버지 세종이 편액까지 내려준 이 정자에서 피눈물을 흘렸다는 슬픈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조선 말기 명성황후도 임오군란 중 피난길에 올랐다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700년의 희로애락의 역사를 간직한 느티나무 주변은 공원으로 잘 가꿔져 있다. 주민을 위한 벤치와 운동 기구, 야외 문고도 갖췄으며 바로 앞 주민센터 1층의 느티카페에서는 아름드리 나무를 바라보며 저렴한 가격에 커피 한잔을 음미할 수도 있다.
하늘로 높이 솟은,
암사동 300년 된 향나무
강동구에서 오래된 나무로는 강동구 암사동 프라이어 팰리스 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 잡은 300년 된 향나무가 있다. 강동구청에서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는 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이다. 300년 전부터 암사리 안말 야산의 골짜기 밭가 지금의 고덕로 130에서 굳건히 자라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 흙 파기 공사를 하면서도 이 향나무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해 지금은 이 단지의 명물로서 자리 잡고 있다.
향나무는 아래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높이에 압도당하고 웅장하면서도 장엄한 멋이 있다. 한낮에도 나무 그늘 아래가 캄캄할 만큼 잎도 무성하고 어른 팔로도 나무 둘레를 다 안을 수 없을 만큼 아름드리나무다.
나무 끝이 보이지 않아 육안으로는 그 높이를 짐작할 수 없지만 안내표시를 보면 14m 높이에 나무둘레 260㎝로 적혀 있다. 곧게 뻗은 7~8m 정도에서 3~4개의 구불구불한 형태의 줄기로 분화되어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나무모양을 보여준다.
고덕동을 대표하는 풍치목,
100년 된 느티나무
강동구 고덕동 312-13번지에 가면 1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이 오래된 수목으로 고덕동을 대표하는 멋스러운 경치를 더하는 풍치목이다.
높이는 16m에 둘레가 1.2m이다. 기존에는 구릉지에서 자라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파트 건설과 소공원, 도로 조성으로 자라는데 필요한 공간이 좁아져 잘 자라지 않고 있다. 가장 굵은 가지에 지지대를 놓아 가지무게로 비나 바람에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
나무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및 고사로는 고덕리에 가서 글 잘 하는 척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덕리에는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인 함부림, 박은과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어효첨, 조선 중기의 문신 어세겸 등 정승과 판서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시와 문장에 뛰어나고 명망이 높았다는 이야기가 나무와 함께 전해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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