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한 가을날, 북촌을 소요하다

역사와 문화·예술 체험 명소 12곳

지역내일 2013-10-28

수많은 산골짝 가을 소리 퍼지고
외로운 기러기 저물녘 안개 속 나르네
옷 벗고 풀밭에 한가로이 앉으니
흥겨움에 빠져 돌아갈 길 잊는 구나


조선후기 문신, 이관명이 지은 병산집(屛山集)에 담긴 ‘삼청동’이란 시의 일부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삼청동을 비롯한 가회동, 재동, 안국동 등을 일컫는 북촌의 가을은 ‘느림’이란 단어로 오는 이를 감싼다. 나지막한 기와담장에 나를 낮추고, 정겨운 돌계단에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니 말이다. 숨바꼭질 하듯 골목마다 숨어있는 역사와 문화, 다양한 예술의 운치에 젖어 돌아오는 걸 잊게 만드는 북촌의 매력, 청명한 요즘 절정에 달했다.
신수정리포터 jwm822@naver.com


노천 박물관, 북촌이 들려주는 옛이야기
안국역 1번 출구에 도착하니 날이 개었다. 강남에 사는 친구와 둘이서 북촌기행을 약속하고 새벽 내내 내리는 비를 원망했는데, 청명하기 그지없는 맑은 가을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황현이 지은 『매천야록』에 의하면 “서울의 대로인 종각 이북을 북촌이라 부르며 노론이 살고 있고, 종각 남쪽을 남촌이라 하는데 소론이하 삼색(三色)이 섞여 살았다”라고 기술되어 있다고 한다. 즉, 북촌은 권세 있는 양반들이 주로 모여 살았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 거주지역인 남촌에 반해 조선인 거주지역이었다. 이처럼 북촌은 조선왕조 6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눈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북촌의 옛이야기는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별궁길(윤보선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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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보선 가옥 (비개방)  안국동8-1
1870년경 고종 때 지어진 윤보선 가옥는 민가 최대 규모인 99칸의 대저택으로 건축 되었다. 이후 1910년대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버지 윤치소 씨가 매입하여 4대째 윤씨 일가가 살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가옥이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정당인 한국민주당의 산실이다. 한국 건축 양식과 정치사에 중요한 의의를 지닌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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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동교회 소허당 안국동21
안동교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민족교회로 선교사가 아닌 박승봉, 유성준 등 양반 선각자들이 세운 교회이다. 한석진 초대 목사를 중심으로 계몽운동과 개혁, 일제치하의 어둠에서 희망의 빛이 되었다. 소허당은 안동교회의 한옥 별채로 현재 다양한 문화 강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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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선어학회 터
조선어학회는 주시경 선생의 학문연구를 바탕으로 그의 제자들이 결성한 단체이다.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공표해 국어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우리말에 대한 연구가 북촌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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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독도서관 북촌로 5길
별궁길을 뒤로하고 북촌로에 들어서니 옛 경기고 자리였던 정독도서관이 보였다. 정독 도서관에는 곳곳에 역사가 담긴 기념비가 여럿 있다. 사육신의 한 분이신 성삼문 선생이 살던 곳(화동 23번지)이며, 조선시대 총포를 만들었던 화기도감 터였다. 또한 김옥균의 주택지로 개화파 관료들의 주거지이기도 했다. 왠지 역사 속 인물들의 숨결이 깃든 곳이라 생각하니 예사 도서관으로 보이지 않았다. 정문 앞 분수대 옆으로 조성된 벚나무 길과 연못은 멋스럽다. 등나무 벤치에 한가로이 독서 삼매경에 빠진 어른신과 노란 병아리 같은 유아들, 배낭을 멘 분주한 젊은이, 벤치에 삼삼오오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 이들이 만드는 정독도서관의 풍경은 평화로움으로 가득했다.


전통문화 체험, 단아한 기품의 한옥마을
정독도서관 북촌로 5길에서 오른쪽 계동길로 향하면 북촌문화센터가 보인다. 이곳을 시작으로 북촌 전통문화를 감상하고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전통공예는 물론 서울 소주인 삼해주 술도가도 볼 수 있으며, 40여개의 크고 작은 공방들이 내놓은 작품과 강좌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북촌을 느낄 수 있다.
가회동 11번지와 31번지에 형성된 한옥마을에 이르면 북촌 8경을 볼 수 있다. 곳곳에 빨간 모자를 쓴 안내 도우미들이 돌아다니며 길 안내를 도와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골목길에서 만난 손샘, 이경실(서울시 관광협회 소속) 도우미는 친절하게 지도위에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해 주면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을 묻는 질문에 요즘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많다며 소녀처럼 웃었다. 북촌의 정상을 감상할 수 있는 북촌 동양박물관에 있는 차문화관에 가면 관장님이 직접 담근 발효 음료와 차를 마시면서 경복궁과 인왕산이 보이는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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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북촌문화센터(계동마님 댁) 계동 105
일제 강점기 탁지부(기획재정부) 민형기 재무관의 집이었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에게는 ‘계동마님 댁’으로 통했다.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계동길로 올라오다 보면 보인다. 이곳에서 북촌 지도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예, 매듭, 다도 등 다양한 전통문화 강좌를 들을 수 있다.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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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 북촌로 12길 24-51
북촌문화센터에서 중앙고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을 만날 수 있다. 체험장, 교육장, 전시장으로 구성된 이곳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누구라도 규방공예, 한지보석함, 쪽 염색, 창호액자, 매듭 팔찌, 나전칠기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운영시간 : 동절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연중무휴
문의 : 02-741-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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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회동 한옥명소 (북촌 4경~ 7경) 가회동 31
한옥의 유려한 처마곡선과 가을하늘의 조합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골목에서 내려다보는 도심풍경과 어우러진 한옥은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중세유럽 구시가지의 고풍스럽고 위엄 있는 건물아래 햄버거 가게가 공존하는 여느 관광도시의 낯설음과는 조금 달랐다. 잠깐 방문한 관광객도 이러한데 이곳에 사는 사람은 어떤 기분이 드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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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북촌 전통공방 북촌로 11가
서울의 전통주 삼해주 술도가와 같이 자리한 이곳은 전통공예 공방으로 다양한 강좌와 문화행사를 하는 곳이다.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갤러리 전시를 하며, 삼해주 빚기 강좌를 연다. 이곳의 대표 김동환 씨는 북촌에는 40여개의 크고 작은 공방이 있다며 다양한 유·무료강좌가 정기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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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북촌 동양문화박물관(맹사성 집터, 차문화관) 삼청동35-91
북촌로 11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북촌 정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북촌 동양문화박물관에 도착한다. 유교, 불교문화에 관한 수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세종대왕의 스승이었던 고불 맹사성의 집터로도 유명하며 동양문화에 관한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 또한 경복궁이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차문화관도 있어 방문객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예술촌
북촌은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동네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다채로운 곳이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인기를 모았던 중앙고교의 교정 앞에는 여전히 배용준과 최지우의 사진이 걸려있고 현대사옥 주변 언덕을 따라 생긴 밥집촌은 직장인들로 분주하다. 친구와 나도 그 틈에 끼어 구석진 자리에 앉아 겨우 끼니를 해결했다.
북 카페 ‘북스쿡스’는 이런 북촌의 모습을 모두 담아 놓은 듯 했다. 높은 천장과 서까래, 세련된 현대식 인테리어와 그릇 등…풍문여고와 덕성여중 사이길인 감고당길엔 많은 쇼핑몰과 아트마켓이 들어서 있다. 예술작가가 직접 작업한 작품들이라 독특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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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북스쿡스 가회동177-4
3단 트레이 에프터 눈 티와 전통 차, 식사메뉴도 함께 갖춰진 북 카페 북스쿡스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책을 볼 수 있으며 티 클래스와 플라워 레슨, 요리교실 등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입구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커피나무도 볼 수 있다. 높은 천장이 열리는 재미있는 지붕과 오픈된 주방의 인테리어가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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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감고당 터  안국동 36
왕비로 책봉된 명성왕후가 과거 인현왕후의 일을 회상하여 감고당(感古堂)이라 이름 지어진 이곳 길 변으로 카페와 음식점, 각종 쇼핑몰들이 가득 들어서있다. 젊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미니 소국 한 다발 앙증맞게 놓여있는 노점상, 각종 액세서리 가게들이 눈길을 끌었다. 덕성여중 담장 아래 피어있는 다채로운 꽃들과 벽화도 이곳의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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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SAM 아트마켓  http://cafe.naver.com/freesamchung
감고당길에 들어선 아트마켓은 북촌투어 또 하나의 볼거리다. 모든 물건이 작가의 수작업을 거쳐 전시 판매되기 때문에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라면서 이곳 아티스트들은 물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SAM의 대표 민기훈 씨는 “‘삼청동 아티스트 마켓’을 뜻하는 SAM은 상시 운영되는 전시 및 판매 공간을 마련해 예술가들의 창작지원에 목표를 두는 것입니다”라며 운영취지를 밝혔다. 이곳에서 박보름 작가가 만든 은가락지 두 쌍을 구입했다. 북촌의 기분 좋은 기운을 손가락에 담아 안국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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