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① ‘자녀를 향한 엄마의 관심’ 득일까? 독일까?

지역내일 2013-10-24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때가 많다. 다양한 어머니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후에 ‘나도 저런 엄마가 되어야지’하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가끔 ‘나는 미래에 어떤 엄마가 될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보면 꼭 떠오르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있다. 약 10년 전, 차인표와 김희애가 주연했던 <완전한 사랑> 불치병에 걸린 엄마가 죽음을 앞두고 자녀들이 ‘언제나 즐거운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는 장면이다. 공부를 잘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과 비교해 볼 때 ‘언제나 즐거운 아이’가 된다는 말이 다소 추상적일 수 있고 비현실적인 말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언제나 즐거운’에 초점을 둔 드라마 속 엄마의 마음이 그 어느 말보다 진실하게 와 닿았다.
 학생들의 어머니 중에서도 필자의 롤 모델이 있다. 10년 전 비평준화 지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고입부터 시험을 치러 입학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중학생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했다. 당시 그룹과외를 했던 필자는 늦은 밤 학생들을 집 앞에 내려주는 일로 하루를 마무리 했는데, 아들이 차에서 내리면 항상 아들의 가방을 들어주며 “수고했어! 우리아들”하며 아들의 등을 쓰다듬어 주던 어머니. 그 모자의 뒷모습은 지친 어깨를 늘어뜨리며 캄캄한 아파트 건물로 걸어가는 여느 아이들의 모습보다 참 따듯하게 느껴졌다.
 오락 중독인 중학생의 자녀를 두었던 한 어머니는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었고 학교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피시방으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한 달 동안이나 멀리서 지켜보았다고 한다. 가방을 메고 피시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며 엄마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아이는 한 달이 지나서야 피시방이 아닌 학교로 등교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참 궁금하다. 학교로 돌아간 그 아이는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필자는 약간은 불성실한 학생이 상담을 오면 아이의 표정과 말투, 행동과 성향을 파악한다. 그리고 아이가 불성실하거나 어두운 성격이면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처음부터 불량하거나 문제가 있는 아이는 없다. 간혹 어머니들은 아이가 나쁜 친구와 어울려서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럼 아이는 왜 나쁜 친구와 어울리게 되었을까? 가족의 무관심, 혹은 지나친 관심이 아이를 변하게 만든 건 아닌지. 자녀를 탓하기 전에 한 번쯤은 엄마도 자신이 자녀에게 어떤 엄마인지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재경
도서출판THE공감 대표
공감입시학원 국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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