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교육 프론티어’ 보성고 정호근 교사의 미국 융합교육 탐방기

‘왜? 어떻게?’ 끊임없이 묻고 답하라

지역내일 2013-10-22 (수정 2013-10-22 오전 10:57:07)

잘게 쪼개서 칸칸이 나눴던 지식의 칸막이를 걷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한데 아울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비빔밥형 인재''가 필요한 통섭의 시대다. 때문에 스팀(STEAM) 이 교육계의 핫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13년 전부터 발명교육을 통해 다양한 융합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던 보성고 정호근 교사는 자타공인 ‘스팀교육의 얼리어답터’다. 스팀교육의 최전선에서 방향성을 늘 고민했던 그는 우리보다 20년 앞서 도입한 미국의 스템(STEM)교육 현장을 6개월간 생생히 둘러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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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M 즉 융합 보다 교육의 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 기쁩니다.” 정 교사가 밝은 얼굴로 답한다.
 그는 우수교사 해외파견 연수에 뽑혀 2012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 뉴저지주 명문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며 몽고메리 블레어 고교 등 미국에서도 스템교육 분야 손꼽히는 우수학교를 둘러보고 미국 과학교사협의회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융합교육의 최신 흐름을 감지하고 돌아왔다.
 정 교사는 2000년에 발명반을 만든 뒤 학생들이 출원한 특허와 실용신안만 200건이 넘고 학생발명전시회, 과학전람회, 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큼 보성고를 ‘발명 명문학교’로 키운 주인공.
 발명은 사실 과학적 지식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직관력, 팀워크, 끈기, 손재주, 발표력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때문에 정부가 최근 스팀교육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 훨씬 전부터 이 분야를 공부하며 현장 교육에 접목했다. 지난해 3월에는 보성고에서 전국 교사 150명을 대상으로 ‘STEAM 산출물 연구보고회’를 개최해 학생들이 팀 단위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전시하고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정 교사 본인이 대학에서 주거환경공학과 생물학을 복수 전공한 뒤 두 곳의 대학원에서 건축학를 공부하고 영재교육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은 ‘융합 교육’의 경험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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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의 스템교육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1990년부터 융합교육을 도입했기 때문에 미국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대학과 고교의 연계 프로그램, 교수법 연구, 교구 개발이 앞서있습니다.
 가령 수학 교실에는 사방 벽에 칠판을 설치해 학생들이 직접 쓰고 설명하면서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과학을 가르칠 때도 텍스트 중심이 아니라 그림, 도형으로 지식을 모형화 하도록 유도하더군요.
 컴퓨터실, 노트북 대여 등 IT 인프라를 잘 갖춰놓고 학생들이 공부하다 궁금한 부분은 바로 검색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정보 센터’인 도서관을 학교의 중심에 놓고 교실을 배치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교생들이 연구하는 테마도 폭넓었습니다. 가령 총알을 테마로 수학, 과학, 엔지니어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학교도 있어 신선했습니다.
 특히 융합교육이라고 해서 교과 연계와 통합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개별 과목의 기본 개념부터 충실히 다져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이를 응용해 창의적 융합이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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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팀교육용 교구 개발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미국은 수업 중에 다양한 학습 교구들을 활용하고 있어 부러웠습니다. 시장 자체가 크다보니 교구 업체들이 앞 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시판중인 교구 종류도 많았습니다. 가령 엔진, 톱니바퀴, 동력 전달장치 같은 교구들을 정교하게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미국 연수중에 사비 털어가며 최대한 많은 교구들을 사 모았고 지금 자료로 정리중입니다.
 우리나라는 교구 시장 자체가 작다보니 업체들도 영세합니다. 스팀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 눈앞에서 원리와 개념을 설명하고 응용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교구들이 꼭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동영상 자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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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초중교사들의 스팀 직무 연수에 참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활약 중인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교사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스팀교육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입니다. 미국이 20여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단계를 밟아왔다면 우리는 몇 년 사이 속성으로 진행 중입니다. 부작용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구 성과물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보성고에서는 올해 과학창의재단 지원을 받아 과학, 수학, 역사 교사들이 주축이 돼 교과 과정과 연계한 스팀 교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매뉴얼을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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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미국의 교육 현장을 한 학기동안 샅샅이 훑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교사는 바로 정답을 말해주지 않고 10여 분간 풀이과정을 찬찬히 살피며 어디서 막혔는지 파악한 다음 소소한 힌트를 하나씩 던지며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더군요. 이처럼 학생 한명 한명에게 쏟는 교사의 ‘관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존재감을 인정받은 아이들은 신이 나서 ‘왜와 어떻게’에 집중합니다. 엘리트 교육만큼이나 대다수 학생에게 세심한 관심을 보이며 맞춤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상식’을 현장에서 생생히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르치는 일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몇몇 영재아들에게 교육의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다수 학생들의 잠재력 개발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보성고에 복귀한 뒤 고1 전체를 대상으로 학생 개개인의 개성, 재능을 드러낼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강행하는 중입니다.


What is STEAM?
최근 세계 교육의 흐름은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에 맞춰져 있다. 미국의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에 인문 사회적 지식과 예술성을 더한 아트(Art)를 포함한 융합교육이 우리나라의 스팀이다.
 현재 교육과학부, 교육청 차원에서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교사연구회가 활동 중이다. 강동교육청 관내에는 거원초, 가동초에서 프로그램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한편 보성고, 동북고, 영동일고 등 일부 고교에서도 학생들이 팀을 꾸려서 주제를 정해 일정기간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를 논문을 정리해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도입하고 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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