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선발 방식 변경 안에 대한 강남 학부모들 반응

자율고와 일반고 상생할 방안 찾아야

지역내일 2013-09-09

교육부가 지난 8월 13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시안)’ 중 평준화지역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율고) 신입생 선발 방식 변경 방안(시안)에 강남지역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15학년도부터 평준화지역의 39개 자율고는 성적제한 없이 ‘선지원 후 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현재 서울지역 자율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이 50% 이내인 학생에게만 지원 자격을 준 뒤 추첨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현 중2 학생들부터 누구나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자율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이번 방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현 중학생 학부모, 자율고 및 일반고 학부모별로 다양한 의견을 들은 후 정리해보았다.
교육부는 권역별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오는 10월 중 자율고 신입생 선발 방식 등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naver.com

중학생 학부모들
- 이번 방안이 확정되면 앞으로 강남지역 자율고들이 다시 일반고로 전환하게 될 지 그대로 갈 지 알 수 없어 불안하지만 그래도 원래 계획대로 올해 자율고에 지원할 것이다. 아이가 선택한 자율고는 일반고 시절에도 이미 전통 있는 명문고였고 자율고로 지정된 후 학습 분위기나 교육과정 등이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 잡혔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 2015학년도에 하위권 성적인 학생들이 섣불리 지원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지원해서 선발되는 학생들이 있을 테니 아래 학년부터 기존 분위기가 달라질까봐 염려가 되기도 한다.
- 명문 여고들이 몰려있는 대치동 인근 중학교 여학생들은 굳이 자율고에 지원할 필요를 못 느낀다지만 우리 아이처럼 그 외 지역 여학생들의 경우 어느 학교로 배정될지 몰라 자율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록 이번 방안이 확정돼 자율고의 의미가 이전보다 약해지더라도 지원할 것이다.
- 큰아이를 특목고에 보내고 나서 내 아이의 실력과 성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따라서 이번 방안 통과여부에 상관없이 입시 명문고로 인정받고 있는 강남지역 자율고에 욕심은 나지만 중3인 작은아이가 자율고의 학업 경쟁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일반고에 지원할 생각이다. 인근에 있는 입시 실적이 우수한 일반고에 배정되기만 바랄 뿐이다.
- 교육부 발표에 대한 중1, 중2 학부모들의 반응은 자녀의 성적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우선 기존의 자율고 지원 제한 이상의 성적이 될 경우 주로 “이제 결국 3배의 등록금을 낼 수 있는 아이들만 가는 학교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반면에 지원할 자격이 안 될 정도로 성적이 낮은 경우 “경제적인 능력만 되면 명문 자율고에 일단 한 번 지원해볼 기회가 생기는 셈”이라며 반색하는 부모들도 있다. 

자율고 학부모들
- 강남지역 5개 자율고들 중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세화고, 중동고에 이어 나머지 3개 학교가 올해 들어 완전히 자율고 지원생들로 채워졌는데 불과 3~4년 만에 자율고 생존이 걸린 문제인 지원 기준을 없앤다니 황당하다. 지원 시 내신 성적 제한을 풀 경우 상위 50% 이하 성적인 학생들도 지원해 자율고의 기존 학습 분위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현재 상위 50% 이내인 학생들이 가도 내신 성적이 안 나와 고민인데 그 이하 성적대인 학생들이 지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하위권 학생들이 일부 지원한다고 해도 이미 형성돼 있는 학습 분위기를 쫒아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하위권보다 50%대에 걸린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지원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 자율고 지정 첫해에 입학해 일반고 시절 배정을 받은 위 학년들이 있는 상태에서 자율고 교육과정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만약 다시 일반고로 전환되거나 지원 성적 제한이 없어져 자율고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면 우리아이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자율적인 교육과정과 좋은 학습 분위기라는 차별화된 장점을 보고 자율고에 지원했지만 그런 장점들이 줄어든다면 지원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또한, 누구나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면 경쟁률도 높아질 수 있어 그만큼 자율고 인근 지역의 학생들이 선발될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 자율고 입장에서는 운영상의 자율권만 있고 선발권이 전혀 없어진다면 그나마 내신 성적 50% 이내라는 지원 제한이 있을 때에 비해 과연 어느 정도의 입시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강남 자율고들의 경우 굳이 자율고 체제를 유지하든 일반고로 전환하든 상관없이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여전히 높을 것이다. 이미 3~4년간 50% 이내의 성적인 학생들이 입학해 학습 분위기를 높여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고보다 3배의 등록금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부모라면 그대로 자율고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 내신의 불리함을 무릅쓰고 다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로 경쟁하면서 전반적인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율고에 지원했다. 강남지역에서 특목고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셈인데 지원 자격 제한이 없어질 경우 자율고의 이런 가장 큰 장점이 약화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강남 자율고의 경우 이미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단계인데 이제 와서 자율고의 학생 선발권을 아예 없앤다고 일반고의 교육역량이 강화될 수 있겠는가. 일반고 위기는 지난 정부의 고교 다양화정책으로 인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무조건 자율고를 무력화시키기보다 현재 상황에서 일반고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일반고 학부모들
- 강남지역 명문고들이 대거 자율고로 전환된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기존 일부 명문고들이 그대로 일반고로 존재하고 나머지 학교들 중 몇 개교가 자율고로 지정돼 3배의 등록금에 걸 맞는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잘 운영했다면 우수한 학생들이 골고루 배정됐을 것이다. 그런데 강남지역에서 특목고 못지않게 선호도가 높던 명문고들이 앞 다퉈 자율고로 전환돼 추첨·선발하다보니 이런 명문고들을 지척에 두고도 전혀 원치 않는 학교에 배정되는 어이없는 경우가 생기게 됐다. 그러니 학생이나 학부모들 사이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 상태에서 자율고 지원 제한이 폐지되더라도 강남 상위권 학생이라면 대부분 일단 자율고에 지원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고 슬럼화’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로 위기인 학교들이 있고, 일반고에서 내신의 장점을 살리려 해도 특목고 진학 준비를 했다가 탈락한 학생들끼리 극상위권 경쟁이 치열해 그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자율고가 추첨·선발이라 아무리 상위권 학생이라도 탈락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우수한 학생을 놓쳐서 안타깝고, 탈락한 학생은 학생대로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운이 없어서 일반고로 간 셈이니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고교 다양화정책으로 특목고 수가 증가한데다 자율고까지 생겨 학교 간 서열화 문제나 일반고 위기 등의 문제가 야기됐지만 그래도 추첨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자율고가 추가모집을 실시해 학기 도중에 학교를 옮기는 학생도 있어 일반고 학생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다.
- 강남지역에는 그래도 전통 있는 명문 일반고들이 있어 그런 학교에 배정될 수만 있다면 굳이 내신 경쟁이 치열한 자율고에 지원하지 않을 것 같다.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는 상위권 학생이라면 오히려 일반고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내신 대비를 하면서 스펙도 쌓고 수능 준비도 하는 등 필요한 부분을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특목고와 전국단위 자율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는 데다 자율고까지 상위 성적 50% 이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선발함으로써 일반고에 진학하는 상위권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년간 노력해 체계를 갖춘 자율고의 선발권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자율고와 일반고가 더불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취재 후기

교육부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실현을 위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시안)’을 발표한 후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 자율고 지원 자격 폐지 방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5개 명문 자율고가 몰려있는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방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과연 강남 자율고들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다시 일반고로 전환하게 될 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자율고가 선발권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금처럼 특목고에 버금가는 학습 분위기라는 장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강남 자율고들은 이미 자율고로서의 틀이 잡힌 상태이니 설령 하위권 학생들이 일부 선발돼도 기존의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교육부는 이번 방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의 하나로 “일반고가 전체 고교의 대다수(학생 수 기준, 71.5%)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선발권 및 교육과정 자율성 등에서 특목고나 자율고(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음으로써 마치 일반고가 수준이 낮은 학교처럼 인식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현행 자사고 제도를 유지하는 한 일반고 교육의 정상화와 중학교에서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자율형사립고연합회(회장 김병민 중동고 교장)는 “학교 간 서열화를 극복하기 위해 학력 제한을 철폐한 것이라면, 5개 구(舊) 자립형 사립고와 비평준화지역 5개 자사고, 서울지역 1개 자사고에 대해서만 유독 선발권을 보장한 까닭은 무엇인가.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정책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구안되었던 제도로 교육 수월성 향상과 학생·학부모의 학교 만족도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를 무력화시켜 평준화 시대로 되돌리려는 발상은 결국 ‘하향평준화를 통한 공교육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교육부의 방안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각 중학교별로 소수의 학생들이 지원하는 특목고와는 달리 지역 자율고는 상위 50% 이내의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어 대상층이 훨씬 더 넓고, 그런 만큼 관심을 갖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많은 편입니다. 기존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방안을 찾아 보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무책임하게 교육정책을 만들고 몇 년간 시행해 본 후 아니다 싶으면 또 다른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황당한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일반고 교육여건 개선 방안과 자율고 제도개선 방안이 의견수렴 기간 동안 보다 신중하게 논의돼 양쪽 모두에게 발전적인 영향을 미칠 방안으로 확정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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