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없는 미래, 어떻게 살까”

‘생태교통 수원 2013’ 9월 1일 개막,행궁동 주민들 한 달간 차 없이 생활,사람중심 거리조성, 도시재생 계기로

지역내일 2013-09-06
“몸은 불편하겠지만 거리가 깨끗하게 정비되니까 장기적으로 마을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서 만난 황현노(56) 화서문로 상가번영회장. 그는 행궁동에서 9월 한 달간 열리는 ‘생태교통 수원 2013’에 대해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시와 상인, 상인과 상인 간에 갈등이 많았지만 전선 지중화, 도로정비 등으로 동네가 달라지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태교통 수원 2013’(EcoMobility WorldFestval 21013)은 ‘석유가 고갈된 미래’에 도시의 일상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 지 미리 상상하고 체험해보는 행사다. 행궁동 0.34㎢ 주거지역을 무대로 2200가구, 4300명의 주민이 한 달간 차 없이 생활하며 겪는 일상을 다큐멘터리 등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된다. 수원시와 자치단체 국제환경협의회(ICLEI), 유엔해비타트(UN-HABITAT)가 공동 개최한다. 행사기간 ‘생태교통 수원총회’를 비롯해 동아시아 저탄소 도시국제포럼, ICLEI 동아시아 집행위원회 회의,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 등 굵직한 행사가 열린다. 도시캠핑축제, 음악회, 전시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되고, 전기택시·전기스쿠터 등 다양한 친환경교통수단도 체험할 수 있다.
행사기간 화석연료를 쓰는 교통수단의 행궁동 진입이 통제된다. 택배나 자장면 등 음식도 마을 밖에 주차한 뒤 시가 빌려주는 전기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해야 한다. 주민들도 차량을 시가 마련한 공영주차장에 세우고 도보나 자전거로 출퇴근해야 한다.
행궁동 주민들이 이런 불편을 감내하고 행사에 동참키로 한 것은 동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과거 수원의 중심지였던 행궁동은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뒤 각종 규제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태교통축제를 계기로 동네가 변하고 있다. 수원시는 130억원을 들여 화서문로·신풍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는 등 행궁동 일대 34만㎡를 정비했다. 전봇대가 사라지고 나무와 예술작품이 거리를 채웠다. 점포 450여곳의 간판을 정비하고 벽도 산뜻하게 칠했다.
동네주민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생태교통’이란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면서 행사 취지에 공감하게 되고, 몰랐던 동네 옛길의 역사도 알게 되면서 주민추진단에 가입한 주민이 1258명에 달한다. 고경아 생태교통마을국장은 “그동안 갈등도 많았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니까 주민들끼리 얘기도 많이 나누고 공연도 함께 준비하면서 사람관계와 마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에 몇 명 참여했느냐보다 ‘내 힘으로 삶터를 바꿔나가겠다’ ‘차보다 자전거를 타겠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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