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순천서 '기적의도서관 10주년심포지엄' … 전국 도서관인 한자리
민관협력·이용자중심모델 등 성과 … 사서 부족, 전문적 역량 제고는 과제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북카페나 조그만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서 손씻는 공간을 만난다. 길게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들어가면 안내카운터가 나타난다. 짧지만 한 호흡을 더 가져가는 동선을 배치한 이유는 바깥에서 도서관내부 열람실로 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꾸어 들어오라는 배려다. 일종의 완충공간이다. 바닥은 온돌바닥으로 시공돼 이제는 도서관의 기본시스템이 되었다."(김병옥 기용건축사사무소 소장)

<사진 : 지난달 29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기적의도서관 10주년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국 각지의 도서관인들이 기적의도서관 성과와 향후과제에 대한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제공>
10여년 전만 해도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칸막이 달린 책상과 숨소리도 조심스럽게 만드는 정적, 가방을 메고 좌석을 배정받으려고 줄지어 선 수험생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바로 독서실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도서관의 이미지는 크게 바뀌었다. 특히 전국적으로 어린이도서관이 크게 늘면서 도서관의 이미지는 입구에서부터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로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크고 작은 책꽂이로 둘러싸인 따뜻하고 활기 넘치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뒹굴며 책을 읽는 풍경, 앞치마를 입은 사서가 책을 읽어주는 모습, 책을 펼쳐놓고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풍경….
이러한 변화는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기적처럼 등장한 기적의도서관 덕분이다.
전남 순천에 제1호 '기적의도서관'이 건립된 이후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열기는 점점 높아졌다.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확산되면서 각 지자체들은 서로 앞 다투어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하게 됐다.
그 결과 2003년 당시 2개관(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노원어린이도서관)이던 어린이도서관이 2006년 35개관, 2007년 38개관, 2008년 46개관, 2009년 62개관, 2010년 71개관, 지난해 78개관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정부 도서관정책 바꾸는 성과 = 지난달 29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기적의도서관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허순영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은 "기적의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새로운 도서관 공간 모델의 제시"라며 "모든 부분에서 어린이를 배려한 공간 구성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허 관장은 또 "민과 관이 함께 운영하고 유지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서관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며 "지역사회 민간 인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자원활동가가 함께 도서관 운영과 유지를 책임지고, 지방자치단체는 그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담당하고 행정적인 지원을 한다"고 말했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이사장은 "기적의도서관으로 촉발된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며 "지자체 선거때면 도서관 건립과 활성화가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에서 빠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도서관법의 공공도서관 범위에 어린이도서관이 포함되고 국립중앙도서관에 작은도서관진흥팀이 설치되는 등 정부의 굵직한 도서관 정책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기적의도서관 건축의 미덕은 단지 건축학적인 가치만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자긍심과 자존감을 불어넣었다는 데 있다"며 "기적의도서관이 보여준 건축 미학은 참으로 도서관다웠고, 도서관의 가치를 구현하는 토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서들에 자율성 부여해야 = 하지만 기적을 이어가는 기적의도서관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지혜 신나는도서관 관장은 "관은 설립만 하고 운영은 도서관 전문가인 사서들에게 자율을 부여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이는 병원이 의사주도로 운영되고 학교가 교사 주도로 운영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최 관장은 "가시적이고 형식적인 행사는 지향하고 진정으로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 돼야 한다"며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도서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순영 관장은 행정적인 업무의 과중과 인력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전용도서관인 기적의도서관은 그 서비스 대상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손길이 더 많이 가며 그만큼 전문적 역량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시립으로 운영되는 도서관들은 모자란 사서 수와 함께 사서를 포함한 직원들의 순회 근무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전문적인 역량을 쌓을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 관장은 또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기적의도서관들도 매년 예산이 조금씩 줄어들거나 3년마다 새로이 결정하는 수탁기관이 바뀌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기적의도서관 = 시민단체인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MBC 문화방송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과 함께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전용 도서관이다. 현재 기적의도서관은 1호관인 순천 기적의도서관을 시작으로 2013년 9월 현재 제천과 진해, 서귀포, 제주, 청주, 울산, 금산, 부평, 정읍, 김해 등 모두 11개관이 건립되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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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력·이용자중심모델 등 성과 … 사서 부족, 전문적 역량 제고는 과제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북카페나 조그만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서 손씻는 공간을 만난다. 길게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들어가면 안내카운터가 나타난다. 짧지만 한 호흡을 더 가져가는 동선을 배치한 이유는 바깥에서 도서관내부 열람실로 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바꾸어 들어오라는 배려다. 일종의 완충공간이다. 바닥은 온돌바닥으로 시공돼 이제는 도서관의 기본시스템이 되었다."(김병옥 기용건축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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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지난달 29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기적의도서관 10주년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국 각지의 도서관인들이 기적의도서관 성과와 향후과제에 대한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제공>
10여년 전만 해도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칸막이 달린 책상과 숨소리도 조심스럽게 만드는 정적, 가방을 메고 좌석을 배정받으려고 줄지어 선 수험생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바로 독서실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도서관의 이미지는 크게 바뀌었다. 특히 전국적으로 어린이도서관이 크게 늘면서 도서관의 이미지는 입구에서부터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로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크고 작은 책꽂이로 둘러싸인 따뜻하고 활기 넘치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뒹굴며 책을 읽는 풍경, 앞치마를 입은 사서가 책을 읽어주는 모습, 책을 펼쳐놓고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풍경….
이러한 변화는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기적처럼 등장한 기적의도서관 덕분이다.
전남 순천에 제1호 '기적의도서관'이 건립된 이후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열기는 점점 높아졌다.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확산되면서 각 지자체들은 서로 앞 다투어 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하게 됐다.
그 결과 2003년 당시 2개관(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노원어린이도서관)이던 어린이도서관이 2006년 35개관, 2007년 38개관, 2008년 46개관, 2009년 62개관, 2010년 71개관, 지난해 78개관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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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도서관정책 바꾸는 성과 = 지난달 29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기적의도서관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허순영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은 "기적의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새로운 도서관 공간 모델의 제시"라며 "모든 부분에서 어린이를 배려한 공간 구성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허 관장은 또 "민과 관이 함께 운영하고 유지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서관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며 "지역사회 민간 인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자원활동가가 함께 도서관 운영과 유지를 책임지고, 지방자치단체는 그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담당하고 행정적인 지원을 한다"고 말했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이사장은 "기적의도서관으로 촉발된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며 "지자체 선거때면 도서관 건립과 활성화가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에서 빠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도서관법의 공공도서관 범위에 어린이도서관이 포함되고 국립중앙도서관에 작은도서관진흥팀이 설치되는 등 정부의 굵직한 도서관 정책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기적의도서관 건축의 미덕은 단지 건축학적인 가치만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자긍심과 자존감을 불어넣었다는 데 있다"며 "기적의도서관이 보여준 건축 미학은 참으로 도서관다웠고, 도서관의 가치를 구현하는 토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서들에 자율성 부여해야 = 하지만 기적을 이어가는 기적의도서관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지혜 신나는도서관 관장은 "관은 설립만 하고 운영은 도서관 전문가인 사서들에게 자율을 부여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이는 병원이 의사주도로 운영되고 학교가 교사 주도로 운영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최 관장은 "가시적이고 형식적인 행사는 지향하고 진정으로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 돼야 한다"며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도서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순영 관장은 행정적인 업무의 과중과 인력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전용도서관인 기적의도서관은 그 서비스 대상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손길이 더 많이 가며 그만큼 전문적 역량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시립으로 운영되는 도서관들은 모자란 사서 수와 함께 사서를 포함한 직원들의 순회 근무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전문적인 역량을 쌓을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 관장은 또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기적의도서관들도 매년 예산이 조금씩 줄어들거나 3년마다 새로이 결정하는 수탁기관이 바뀌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기적의도서관 = 시민단체인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MBC 문화방송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과 함께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전용 도서관이다. 현재 기적의도서관은 1호관인 순천 기적의도서관을 시작으로 2013년 9월 현재 제천과 진해, 서귀포, 제주, 청주, 울산, 금산, 부평, 정읍, 김해 등 모두 11개관이 건립되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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