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전세가 고공행진이 일산과 교하, 운정 신도시로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은 전세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봄 가을에 비해 주춤한 시기. 그러나 올 여름은 평소와 다른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전세 매물마저 부족해 전세대기자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3월부터 이어진 전세가 상승이 8월까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일산 교하 운정 신도시의 전세 현황을 살펴보았다.|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99㎡ 이상 전세가 2억원 넘어서
10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있는 김선희씨(운정 한빛마을)는 몇 일 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가를 5천만원 더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2년 전 1억5천만원(한빛마을 109㎡-33평)에 전세를 얻었던 김씨는 1~2천만원도 아니고 5천만원을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에 당황했다. 가까운 부동산에 문의하니, 요즘 전세 시세가 2억원이 넘어섰다며 운정지역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일산과 운정 신도시의 전세가가 2억원(99㎡ 이상)을 넘어섰다. 일산 운정 교하 신도시의 전세가를 살펴보면 일산 문촌마을 105㎡(31평)의 경우 전세가가 2억2천~2억3천만원 정도로 지난 5~6월 대비 평균 5백만원~1천만원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두동 강촌마을 113㎡(34평)의 경우도 전세가가 2억1천~2억3천만원으로 지난 5~6월대비 1천만원 정도 상승했다. 파주 운정과 교하 신도시 또한 전세가 상승 현상이 이어졌다. 운정 한빛마을의 경우 109㎡(33평)이 2억~2억1천만원으로 지난 5~6월에 비해 2천만원 이상 상승했으며, 교하 숲속길 마을은 109㎡(33평) 전세가가 1억6천~1억8천만원 정도로 이 또한 6월 대비 1천만원 이상 상승한 금액이다. 이처럼 일산 교하 운정 신도시의 전세가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99㎡ 이상의 전세가가 2억원을 넘어섰다. 또한 이와 같은 전세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운정지역 K공인중개사는 “운정지역은 입주 4년차로 생활환경이 쾌적하고 아파트가 깨끗한 편이라 전세 물량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두달 사이에 전세가가 1~2천만원 이상 상승했고, 전세물량 또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2년전 기준 대략 5천만원 정도 전세가가 상승했으며, 전세 수요자가 지속 늘어나면서 가을 이사철까지 전세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의 전세난을 피해 일산 파주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인 부동산 114의 김은진 과장은 “전세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정도로 전세난에 시달리는 서울 세입자들이 일산 파주 지역 등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볼 때 일산 파주 지역의 전세가가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중소형 평수 전세가와 매매가 가격차이 좁혀져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의 조사에 따르면 일산 주엽동 소형 평수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말 기준 강선마을 태영아파트 62㎡의 매매가는 1억3천만원, 전세가는 1억1천만원으로 그 차이가 2~3천만원에 불과하다. 백마마을 쌍용아파트 73㎡의 매매가는 1억6~7천만원, 전세가는 1억3~4천만원. 이 또한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크지 않다.
주부 박은미씨는 8월초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성저마을 105㎡)를 2억5천만원에 매수했다. 살던 집의 주인이 전세가로 2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전세가는 계속 오르고,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는데 자꾸 이사를 해야 해서, 아파트를 구매했다”며 “아파트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동요하지 않고 그냥 주거의 권리를 누릴 집 한 채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세가와 매매가의 가격차가 좁혀지면서 간혹 급매물 위주로 아파트가 거래되고 있는 현상도 눈에 띈다.
부동사 114의 김은진 과장은 “하반기에도 전세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제한적이지만 매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전세가가 매매가의 60%에 이르면 전세 수요자가 아파트를 매매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나 지금은 매수심리가 워낙 위축돼 그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매매가가 하락하고 있고, 전세가가 지속 오르고 있어 실수요자 중심의 제한적인 매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세금 떼일까 불안한 세입자
대화마을(107㎡)에 1억5000만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는 김경화씨는 아직 만기가 되지 않았지만 집주인에게 전세를 빼줄 것을 요구했다. 이 아파트의 매매 시세는 2억6~7000만원 안팎이지만 집주인이 8천만원 가량 대출을 받은 집이어서 전세금과 대출금까지 합치면 2억3000만원으로 집값의 90%에 육박한다. 김씨는 “전세금을 날리는 게 아닌지 불안해 전세금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융자가 없거나 융자가 적은 집으로 이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만일 김씨가 사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면 실제 김씨가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경매에서 유찰되면 전세금을 수천만원 날릴 우려가 분명한 셈이다.
같은 아파트라도 대출금에 따라 전세가가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정신도시의 신규입주 아파트 전세가를 살펴보면(110㎡) 대출금이 매매가의 60%에 이르는 아파트는 전세가가 1억3000만원, 월세는 3천에 100만원 정도다. 반면 융자가 없거나 5천만원 이하인 아파트는 전세가가 2억3000만원 정도로 대출금에 따라 전세가의 격차가 1억원이나 나고 있다.
대화마을 B공인중개사는 “대출이 들어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입자 중엔 전세보증금을 떼일까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불안감에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전세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융자가 많은 아파트는 기피하기 때문에 융자가 없는 집의 전세가는 더욱 오르게 되고, 전세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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