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수학적 감각이 있을까? 초등생 자녀를 둔 많은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학적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수영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힌 후에는 언제든지 수영을 할 수 있듯이 수학적 감각이란 개념의 이해와 수없는 반복을 통해 몸에 밴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감각을 기르기 위해 키워야 하는 능력은 무엇일까?
계산능력
한때 유치원 때부터 연산학습지를 시작해서 기계적으로 연산 훈련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또한 지루하게 반복되고 더디게 나가는 진도에 싫증을 내는 학부모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주판으로 암산학습을 하는 학원도 바람을 탄 적이 있다.
그만큼 수학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계산능력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아무리 문제 푸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계산에서 실수하여 오답이 나온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 또는 저학년 때부터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연산훈련을 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더 흥미로운 과정에 진입하기도 전에 수학공부에 진절머리를 내고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기계적인 계산연습보다는 정확한 개념의 이해가 바탕이 된 연산훈련만이 수학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고 길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문제해석능력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다양한 책을 많이 읽는다. 초등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도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니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책 읽는 시간을 따로 빼놓을 정도로 책읽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문제에서 문제를 꼼꼼히 읽어내지도 못하고 문장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식을 세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은 많이 읽는데 문장의 뜻을 해석할 수 없다니. 책을 읽고 그 내용은 무엇인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어휘의 뜻은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점검하지 않고 그냥 책을 읽었다는 것에만 또는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에만 의미를 두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5줄 이내의 수학문제를 해석하지 못해서 식을 못 세우고 풀이과정을 못 쓰는 것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빨리 풀려고만 하지 말고 문제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풀어내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논리적 사고력
수학은 단순하게 계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초등 과정에서는 암산으로 바로 답이 나오는 문제도 많다. 하지만 점점 학년이 올라가면서 한 문제의 풀이과정이 노트 한 페이지도 부족할 정도인 문제들이 있다. 그 풀이과정이란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승전결이 확실하여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만큼 문제를 읽고 얼마만큼 논리적으로 사고를 하느냐가 수학 문제풀이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이러한 수학적 논리력은 타 과목의 학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7.5차 교육과정에 의하면 초등 수학교과는 내용이 20% 축소되고, 학년군제로 운영되며 통합교과적인(융합교과수업) 수업으로 바뀌게 된다. 즉, 배우는 내용은 줄어들었지만 단순히 연산을 이용한 문제풀이가 아닌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수학적 의미와 역사적 맥락 및 실생활 사례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수학의 흥미를 높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에서는 작금의 현실과 동떨어진 너무 앞서가는 정책이라는 우려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전략으로 수학공부를 해야 할까?
초등 4학년 학생이 수학정석을 푼다고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것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과연 그 학생은 얼만큼 개념 이해를 하고 정석문제집을 풀고 있을까?
개념의 완벽한 이해가 바탕이 된 선행학습만이 앞으로의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초가 없이 세운 탑은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모든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수학 문제풀이를 할 때는 ①문제를 이해하고 ②문제풀이의 계획을 세우고 ③문제풀이를 실행한 후 ④문제풀이과정이 정당하고, 답을 정확히 구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②와 ④를 생략하거나 또는 문제를 대충 눈으로 훑고 바로 문제풀이에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라고 위장된 실력들이 그대로 나타나는 시험지를 받아들고 그때서야 아쉬워한다. 타고난 수학적 감각이 없다고 자포자기하기보다는 앞에서 제시한 후천적인 감각을 기르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은영 실장
올림피아드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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