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블로거>는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며,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착한 블로거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블로거는 블로그(Blog) 운영자로 요리, 맛집, 여행, 육아, 교육,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작은 미디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부터 전문분야까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역을 굳혀가고 있는 블로거를 소개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블로거-손뜨개 블로거 ‘혜밀’
“촌스럽지만, 끌리는 빈티지 ‘블랭킷’, 정말 매력있어요”
요즘 손뜨개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많습니다. 손뜨개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취미로, 이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디자인의 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이번 주 <세상을 바꾸는 블로거>에서는 손뜨개 블로거로 유명한 ‘혜밀’님을 소개합니다. 그는 감성적이고, 독특한 색채로 많은 이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은경씨입니다.
신은경씨는 “손뜨개의 매력은 무한한 창의력”이라며, “실을 어떻게 배색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합니다. 또, “한 올 한 올 뜨개에 담긴 정성과 행복은 그 이상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안긴다”고 말합니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손뜨개 블로거 신은경씨를 만나기 위해 헤이리 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녀 ‘혜밀’, 손뜨개에 빠지다
신은경씨(47세)는 손뜨개 블로거(http://blog.naver.com/hemiri1222)다. 우리에게 ‘혜밀’로 알려진 그는 어릴 적부터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그는 생각하던 대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동네 뜨개방에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가게 된다. “딸아이가 유치원에 갈 무렵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 생겼어요. 그 때 백석동에서 살았는데, 집 앞에 뜨개방이 있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는 대바늘 대신 코바늘로 손뜨개를 시작했다. 한 줄 한 줄 끝없이 떠야 하는 대바늘 보다 금세 뜨고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한 코바늘뜨기가 적성에 꼭 맞았다. 기본기를 어느 정도 익히고 나서는 도안 없이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척척 완성했다. 정말 타고난 재주꾼이다.
“뜨개를 멈추질 않았어요. 딸아이 옷이며, 남편 옷이며, 거의 쉬지 않고 짰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죠. 한참 빠져 있을 때는 소품이나 가방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도 많이 했어요.”
그의 작품은 특히 색감이 독특하다. 빈티지한 스타일에 색채마저 강하다.
“촌스럽지만 끌리는 빈티지가 너무 좋아요. 빈티지를 많이 보고, 동경하다보니 제 작품에도 투영되는 거 같아요. 색의 배합은 미리 정해놓지 않고, 짜면서 즉석에서 색을 정해요. 주로 강한 원색을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그린을 가장 좋아해요.”
그의 대표작은 알록달록한 빈티지 블랭킷(blanket)이다. 우리말로 무릎 담요다.
뜨개방, 쇼핑몰 연 손뜨개 전문가
그가 블로그를 시작한 건 2005년이다. 당시 유명했던 싸이월드를 하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블로그를 하게 됐다. 처음엔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였다. 어느 날 손뜨개 작품 하나를 올렸는데, 폭발적인 호응이 좋아 블로그에 빠지게 됐다.
“매일 큰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포스팅 했어요.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작품을 수없이 만들었죠. 힘들었지만 너무 보람이 있고, 즐거웠어요.”
그의 블로그엔 감성적인 글과 사진이 가득하다. 블로그에서 그는 마치 명화 속 주인공 같다. 두건과 긴 치마로 대표되는 그의 패션부터 유명잡지에나 나올 법한 생활소품까지 모든 게 멋스럽다. “여성스러운 취향을 따라 가는 거 같아요, 이제는 제 스타일로 이렇게 굳어졌어요.”
요즘 그는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블로그가 유명해지면서 손뜨개를 배우고 싶다는 이들이 찾아오고, 그의 작품을 패키지로 판매하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블로그는 혼자서 만들어 가는 에세이집 같은 공간이지만, 뜨개 수업은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이라 조금 망설였어요. 근데 해보니 재밌더라고요. ‘혜밀의 바느질 책상’이라는 수업을 3년째 하고 있네요. 요즘도 지방에서 헤이리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는 뜨개 수업을 하면서, 패키지 상품을 파는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그가 만든 작품을 실, 도안, 설명서를 넣어 판매하는 것이다. 얼마 전엔 혜밀의 뜨개방 2호점을 열기도 했다.
“내 의지보다 뭔가에 이끌리듯 흘러온 거 같아요. 사람을 만나고, 돈을 벌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아왔어요. 손뜨개로 돈을 벌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참 의아하고, 신기했죠. 블로그는 나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고,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어요.”
이웃을 보듬고, 함께하는 즐거움
그는 블로그를 ‘좋은 인연을 맺어준 곳’이라고 소개한다.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즐거움도 컸다. 지난 5월 21일에는 11년 동안 함께 산 부부의 결혼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블로그 이웃과 SNS 친구들이 총동원됐다. 웨딩드레스부터 선물, 웨딩촬영, 신부화장, 꽃까지 이웃들이 직접 나서 재능을 기부했다. 모두의 가슴을 울린 감동의 결혼식은 ‘우리들의 결혼식’이라는 이름으로 SBS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훈련이 바빠 세 아이를 낳기까지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부부가 있었어요. 이웃들과 함께 카페 앞마당에서 결혼식을 열어줬어요. 마음과 정성을 모아 아낌없이 나눈 감동적인 날이었어요.”
그는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이 달라졌다.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지고, 당차지기도 했다. 여자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라 마음고생을 한 적도 있다.
“황당한 소문을 만들어 소설을 쓰시는 분들이 가끔 있더라고요. 블로그도 예의가 있어요. 친구를 맺으면 친분을 쌓아 좋은 관계로 발전시켰으면 해요.”
빈티지 영화 만들고파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뜨개방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빈티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핸드메이드에 빠진 여자들은 일본 영화에 열광해요. 소소한 일상을 그린 영화의 재미가 분명 있거든요. 빈티지 사진에도 만족감이 큰데, 그것을 영상화 한다면 얼마나 더 멋질까요. 작년부터 계획해서 올봄 찍으려고 했는데, 시나리오를 아직 한 줄도 못쓰고 있어요.”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고 있지만, 늘 함께 하는 블로그 이웃과 SNS 친구들만 있으며, 못 할게 없을 것 같단다. 그들이 함께 치러낸 위대한 결혼식처럼 말이다.
“무료한 주부들이 공방에 모여 도란도란 수다 떨며,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자신들만의 꿈을 꾸기도 하잖아요. 손뜨개 공방 빨간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빈티지 영화, 너무 재밌을 거 같죠?(웃음) 에피소드보다 보여 지는 영화가 될 거 같아요.”
영화의 시나리오부터 배우, 연출, 촬영, 편집까지 아줌마들이 모든 걸 만든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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