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더위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이팔 청춘들이 모여 있는 곳. 수학문제와 씨름하다 보면 긴긴 여름 해가 언제 서산으로 졌는지 모른다는 선부고등학교 ‘수사학모’ 동아리방을 찾았다. 수사학모는 지난 7월 성균관대학교에서 1박2일 수학캠프를 진행한데 이어 매주 2~3회씩 동아리 모임을 갖고 있다. 쏟아지는 여름 한 낮 햇살을 뚫고 찾아갔을 때 수사학모 3학년 모임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 동아리 정모는 지난 7월 25일부터 26일까지 1박2일 동안 성균관대학교에서 진행한 수학캠프 평가로 시작됐다. 해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학캠프를 진행하는 수사학모는 올해 인근 지역 고등학교 친구들과 수원지역 고등학생들과 함께 캠프를 열었다. 성균관대 수학과 이상구 교수님께 ‘스토리텔링과 공학 도구를 이용한 고등학교 미적분학 학습법’ 강의를 듣고, 강원대학교 손승철 교수로부터 ‘독도의 진실’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대학 교수님께 배우는 수학도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의 수학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였다.
캠프에 참가한 3학년 김성주는 “우리보다 학년이 낮은 아이들이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았다.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꽤 수학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캠프를 통해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학캠프는 학생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방학 중 진행하는 토론 수업 출석율이 90%를 넘는다. 수학동아리를 지도하는 박군웅교사는 “날씨도 덥고 지칠 만한데 여름방학 활동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면 확실히 수학캠프가 자극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 공부방에서 진행된 토론식 수업.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복잡한 수학문제를 친구들 앞에서 풀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설계가 잘 이뤄졌는지 수학적 용어를 적절히 사용했는지 알기 쉽게 설명했는지 등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이런 활동이 아이들의 수학실력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할까? 3학년 혜원이는 “토론 수업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친구의 다른 풀이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혼자 문제를 푸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수학 동아리 활동은 아이들의 수학 실력 향상뿐만 아니라 수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든다. 동아리 활동 학생들 중 유난히 수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이 많다. 수사학모 동아리 대학 진학 성적도 꽤 높은 편이다.
3년 전 박군웅 교사가 선부고등학교에 부임하면서 만든 수학동아리 ‘수사학모’는 안산에서 유일한 수학 동아리다. 수사학모의 활동내용을 들여다 보면 단순한 수학교과 학습모임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수사학모는 수학을 중심에 두고 아이들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스스로 수학의 즐거움을 찾게 하는 모임이다. 매년 여름 수학캠프도 그 중 하나이며 가을이면 수학 교재를 발간하는 것도 아이들이 스스로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동아리 학생들은 풀이법을 외우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설명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기르게 된다.
‘수사학모’에 대한 선부고등학교의 기대도 크다. 수사학모 신입생 선발마다 5: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일만큼 인기 동아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수사학모 동아리실을 마련하고 모든 활동에 적극 후원해 학교를 대표하는 동아리로 키워갈 예정이다.
수사학모 박군웅 교사는 “내년에는 안산지역 중학생들을 위한 수학캠프를 진행하고 싶다. 수학이 단지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수학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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