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아트폴리스 사업

돌담·광장·골목길 어울린 전주 … 도시 ''격''이 다르다

아름다움+3공(공존 공감 공생) 문화도시 만들기 6년 … "시민이 즐겁다"

지역내일 2013-10-20

주말이면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2002년 한해 30만명에 불과했던 전주 방문객이 10년만에 500만명으로 늘었다. 박제가 된 ''민속촌''이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한옥마을이 끌어낸 변화라고 말한다. 12일 전주공예품전시관 인근 골목에서 만난 박정연(35)씨. 올해만 4번째 전주를 찾았다는 그는 "끊겼나 하면 이어지는 골목길 흙담이 가장 매력적"이라며 "특히 남부시장 입구 광장이나 덕진광장 ''바람의 언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박씨가 극찬한 곳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였던 공터와 주차장 터를 휴식과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꿔 놓은 곳이다. 도시에 색을 입혀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아트폴리스 사업''의 결과다. 

 
* 좁고 답답하게 갇혀있던 골목길이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고려해 최소한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전혀 새로운 모습의 길로 변신했다.

"천년 도시에 색을 입혀라"
후백제의 왕도였고 조선 태조의 어진을 모신 전주는 자타가 인정하는 ''천년 도시''다. 그러나 산업화에 뒤쳐지면서 중소도시로 전락했다. 임금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은 ''살기 불편한 한옥마을의 오래된 건물 쯤''으로 치부됐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의 풍모는 박물관에나 존재하는 먼 이야기였다. 2008년 전주시청에 부임해 아트폴리스 사업을 이끌고 있는 유재갑 담당관은 "우선은 특징 없는 도시에 감성을 입히는 작업이 급했다"면서 "가장 한국적인 도시가 가질 수 있는 전통미를 살려야 도시가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회상했다.
전주시는 2007년  전주시의 핵심사업으로 경제성장과 문화도시 조성으로 정했다. 이른바 ''아트폴리스 정책''이 시정의 양대축으로 등장한 것이다. 2008년 2월엔 아트폴리스 정책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했다. 시청 각 부서에 분산되어 있는 도시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공공시설 및 민간시설까지 아트폴리스 구축 정책을 적용해 나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수립, 운영했다. 2008년에는 전주시 기본경관 계획과 아름다운 간판 가이드라인을 수립했고 2009년에는 전주시 야간경관계획과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도 수립했다. 2011년에는 전주시 환경탄소밸리 산업지구 환경디자인 ''탄소누리''개발에도 행정력을 집중시켰다.
특화거리, 특화광장이 들어서고 한옥마을 은행로에 물길이 열렸다. 수십년간 땅속으로만 흐르던 노송천은 햇빛이 들면서 전통시장의 훌륭한 쉼터로 변모했다. 전주를 찾는 방문객의 단골탐방지가 된 영화의거리, 전주부성 골목길,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아중저수지 산책로가 속속 등장한다. 도심 자투리 공간으로 남아있던 전주역·덕진·풍남문·서학·안골광장 등이 테마를 가진 문화·휴식의 거점공간으로 변했다. 사람의 발길이 늘면서 결과적으로 도심을 살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 콘크리트만 보였던 전주 덕진광장은 예술성을 갖춘 문화소통공간이 됐다.
   ''바람의 언덕''으로 변한 덕진광장은 전주를 찾는 젊은이들이 꼭 들르는  관광명소가 됐다.


소통·이야기가 있는 도시재생
도심개발을 ''있던 건물 부수고 새건물 짓기''로 이해 하던 시절이었다. 행정기관이 결정하고 민간업체가 참여해 부수고 짓기를 반복 했던 때이다. 전주시는 ''재생''을 염두에 뒀다. 유재갑 담당관은 "예술이 주관적 기준을 갖고 있다면 도시디자인은 시민의 객관적 평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삶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경관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다. 도시의 이야기는 결국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커지고 모아진다. 주민들이 도시경관 개선사업을 책임졌다. 노후화된 공공시설물을 바꾸는 작업부터 노송동의 얼굴없는 천사의 길, 자만·산성 벽화마을 조성, 아트펜스 설치사업 등에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자원봉사가 모아졌다. 도심 곳곳에 작은 명소가 등장해 한옥마을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루트가 만들어졌다.


 
* 교통 자만마을 주민들은 골목에 변화와 새단장을 통해 문화마을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골목길 자체가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주의 아트폴리스 사업이 무미 건조한 도심에 감성을 입히는 작업에서 출발해 시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는 자연친화적 재생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전주시의 이러한 노력은 도시 디자인분야 수상으로 확인됐다. 2009년 국제공공디자인 야간경관분야 우수상, 토목분야 최우수상, 국제공공디자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2010년에는 핀업 디자인 어워드에서서 신통일광장이 동상을 수상했다. 특히 2011년에는 국제공공디자인대상 공모전 공공건축물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제13회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에선 지방자치단체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특히 2010년엔 정부의 도시재생 연구개발 테스트베드에 선정돼 ''전주식 도심재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시민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긴 디자인이 도시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전통문화적 정취에 아름다운 선과 색으로 천년도시의 품격을 쌓아 가겠다"고 말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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