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에 산다 - 청주직지여성축구클럽

“축구! 남자만 하나? 여자도 한다!”

열정만큼은 국가대표 … 가족같은 분위기 12년째 이어져

지역내일 2013-10-18



9월 29일 일요일 오전 11시 청주용정축구공원. 가을 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이런 날씨에 어떻게 축구를 할지 걱정하고 있는 사이, 운동복 차림의 여성들이 축구공원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은 청주 유일의 여성축구단, ‘청주직지여성축구클럽’의 축구시합이 있는 날이다. ‘제 34회 청주시 연합회장배 생활체육 축구대회’에 참여한 60대 남성 축구동아리 ‘주성클럽’ 회원들과의 경기다. 

비가 온 탓에 경기장 곳곳에 물 웅덩이가 생겼다. 하지만 11명의 선수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시합에 임했다. 비에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국가대표 못지 않다. 결과는 2대1의 패배. 60대라고는 해도 30~40년 이상 운동을 한 축구 마니아들에겐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그래도 누구하나 실망하는 기색은 없다. 승부엔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하는 축구가 재밌고 즐겁다.


축구에 푹 빠진 ‘여자’들
국민생활체육 청주시축구연합회 소속인 청주직지여성축구클럽(이하 클럽)은 청주 유일의 여성 축구 동아리다. 24명의 회원(3명 미혼)들은 20~40대로 대부분 주부들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축구연습을 한다. 

회원 중에는 결혼 전 축구선수로 활동하던 사람에서부터 체육학과 대학생, 축구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다가 친구의 권유로 운동도 할 겸 축구를 시작하게 된 사람까지 실력과 시작하게 된 동기는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들의 축구사랑은 매한가지. 평범한 주부로만 살다가 2002년부터 12년째 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숙희 씨(46)는 “10년 넘게 축구를 하다 보니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며 “축구는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축구도 좋지만 회원들간의 끈끈한 관계는 클럽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가입한 신입회원 이현식 씨(45)도 “이런 동아리가 있다는 걸 진즉에 알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뒤늦게 축구를 하게 된 것이 아쉽기만 하다”며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 운동인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중년의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양선영 씨(22, 충북대학교 체육학과 3학년)는 “언니들이 모두 잘 해준다”며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하다”고 웃었다.



가족같은 분위기…열정만 있다면 누구든 환영
청주직지여성축구클럽은 지난 2002년 만들어진 여성축구 동아리로 전국대회에서도 여러 번 수상한 실력가들이다. 지난 5월에 있은 ‘2013대통령기 대회’에서 3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제 2회 충청북도지사배 전국여성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제 12회 여성가족부장관기 전국여성축구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맹훈련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수준과 실력에 맞게 즐기면 된다. 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는 홍혜옥 씨(45)는 “실력이 있어야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열정만 있다면 공을 한 번 차보지 않은 사람도 회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오은주 씨는 “주부여서 연습시간과 실력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분위기 만큼은 끝내준다”고 말했다. 모두 언니 같고 친구 같고 딸처럼 느껴진다고.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축구! 실력도, 시설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열정만큼은 국가대표라는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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