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표 매진 … 주민들 "먹고 살만 합니다"
"역장님 계세요?"
봉화 분천 역장을 찾는다는 소리에 이부균 역장은 가슴이 철렁했다. 하루에도 수십명이 찾아와 하소연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분척역을 찾아와 쏟아놓는 사연도 구구절절. 서울에서, 미국에서, 노모 팔순기념이나 가족행사를 이유로 봉화에 왔다는 이들은 반드시(?) 협곡열차를 타야 한다며 생떼를 쓰기도 한다.
이들의 주문은 분천역에서 철암역을 왕복하는 협곡열차표다. 하지만 예매하지 않으면 기차를 탈 수가 없다.
7월말에는 부산에서 온 60세 딸이 80세 노모를 모시고 분천역을 찾았다. 하지만 표는 이미 매진상태.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들은 이 역장은 어렵게 임시좌석을 마련해 줬다.
이 역장은 "지난 일요일엔 1700여명이 분천역을 찾았다"며 "반드시 사전 예매를 통해 협곡열차를 이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동계곡 철교를 지나는 협곡열차. 하루 3번 분천역과 철암역을 왕복운행한다. 봉화 = 전호성 기자
◆조용한 산골마을, 지역경제 새바람 = 협곡열차는 조용한 산골마을 봉화에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협곡열차 외에 순환열차, 무궁화호 열차까지 요즘은 하루 16번 기차가 선다. 그 덕에 주말이면 역 주변과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 5일 평일임에도 주민들이 마련한 먹거리 장터 식당 10여 곳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이 모씨는 "하루매출이 평균 80만원 이상 된다. 진짜 먹고 살만 하다"며 "분천역 주변 마을은 로또에 당첨된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단체관광 가이드 서 모씨는 "분천에는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다. 그중 관광객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는 조급성이 가장 위험한 요소"라며 "봉화만의 특징을 살린 음식과 관광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골오지인 분천마을은 특별하게 변해가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5월23일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에서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스위스 알프스 체어마트(Zermatt)역과 '기차역 자매결연'을 맺었다. '관광열차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의 시작점인 체르마트역과 봉화 분천역을 동급으로 규정했다는 게 코레일측 분석이다.
오후 2시. 관광객을 가득 실은 V협곡열차가 분천역을 출발했다. 협곡열차는 시속 30㎞ 이내로 달리는 아날로그 기차다. 에어컨이나 첨단 시설은 없다.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열 축전지로 객실 선풍기를 돌린다. 겨울에는 객실 가운데 설치한 난로에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추억여행을 즐긴다. 열차가 비동계곡 철교를 지나자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방학기간에 가족여행을 온 아이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가족들과 여행온 심준섭(12·서울 강남구 서초동) 군은 "새벽 6시 서울을 출발해 V협곡열차를 타러 왔다"며 "여름방학에 탄 협곡열차는 평생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원역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주민들이 마련한 먹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봉화 = 전호성 기자
◆양원역, 한국최초 민자역사 = 분천역을 출발한 열차가 양원역에 도착하자 관광객들이 내렸다. 주민들이 가마솥에 쪄낸 옥수수나 감자를 사먹거나 무인 막걸리 판매대에서 목을 축였다.
1955년 영동선이 개통됐지만 양원역 주변 주민들은 분천역이나 승부역까지 걸어서 다녔다.
기차가 양원역 주변 마을을 지날 때 무거운 짐을 창밖으로 던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주민들은 정부에 진정했고, 개통 33년 만인 1988년에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 지금의 양원역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셈이다.
서너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대합실' 건물이 전부다. 비록 역 등급은 '임시승강장'이지만 주말이면 1000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일주일에 5일을 관광열차에서 보낸다는 여행사 가이드 이 모씨는 "50~60대 주부들에게 무박으로 여행하는 'O트레인'과 'V트레인' 기차여행 상품이 뜨고 있다"며 "요즘 대중의 관심사인 '힐링'과 '추억'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진짜 비경은 승부역 트레킹 코스 =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인 승부역입니다"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나오자 배낭을 멘 관광객들이 열차에서 내렸다.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창밖으로 곧게 뻗은 춘양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협곡열차 구간 숨은 비경은 승부역에서 비동 승강장(6.8km 3시간)이나 양원역 구간(5.6km 2시간)을 걷는 트레킹 코스다. 길다고 생각하면 짧은 구간인 양원역-비동승강장(2.2km 1시간)이나, 양원역- 구암사-무주암(1시간)을 걷는 코스도 좋다. 등산이 목적이라면 청량산 코스도 좋다.
단체관광이 아니면 특별한 먹거리나 숙소를 찾아 나설 수 있다. 봉화특산물인 '송이'요리나 최근 독립유공자로 밝혀진 권상경 후손이 관리하는 춘양면의 '권진사댁' 고택체험도 좋다. 지난주 토요일 이곳에서는 '고택향연 재즈콘서트'가 열려 1200여평 고택이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분천역 주변 관광지를 찾아나서는 것도 좋은 여행이다. 분천역과 철암역은 30분 단위로 차를 빌려 인근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카 셰어링(Car Sharing, 차 공유)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익형 코레일 관광사업단장은 "중부내륙관광열차는 산업철도에 관광을 접목, 수년간 침체한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올 9월에는 남도해양관광열차 개통과 함께 전국에 5대 철도관광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부내륙관광열차는
중부내륙관광열차는 서울역을 오전 7시45분에 출발, 청량리를 거쳐 제천에는 9시44분에 도착한다. 제천에서 영월 단양을 거쳐 다시 제천으로 돌아오는 순환 열차로 하루 두 번 돈다.
"역장님 계세요?"
봉화 분천 역장을 찾는다는 소리에 이부균 역장은 가슴이 철렁했다. 하루에도 수십명이 찾아와 하소연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분척역을 찾아와 쏟아놓는 사연도 구구절절. 서울에서, 미국에서, 노모 팔순기념이나 가족행사를 이유로 봉화에 왔다는 이들은 반드시(?) 협곡열차를 타야 한다며 생떼를 쓰기도 한다.
이들의 주문은 분천역에서 철암역을 왕복하는 협곡열차표다. 하지만 예매하지 않으면 기차를 탈 수가 없다.
7월말에는 부산에서 온 60세 딸이 80세 노모를 모시고 분천역을 찾았다. 하지만 표는 이미 매진상태.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들은 이 역장은 어렵게 임시좌석을 마련해 줬다.
이 역장은 "지난 일요일엔 1700여명이 분천역을 찾았다"며 "반드시 사전 예매를 통해 협곡열차를 이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동계곡 철교를 지나는 협곡열차. 하루 3번 분천역과 철암역을 왕복운행한다. 봉화 = 전호성 기자
◆조용한 산골마을, 지역경제 새바람 = 협곡열차는 조용한 산골마을 봉화에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협곡열차 외에 순환열차, 무궁화호 열차까지 요즘은 하루 16번 기차가 선다. 그 덕에 주말이면 역 주변과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 5일 평일임에도 주민들이 마련한 먹거리 장터 식당 10여 곳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이 모씨는 "하루매출이 평균 80만원 이상 된다. 진짜 먹고 살만 하다"며 "분천역 주변 마을은 로또에 당첨된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단체관광 가이드 서 모씨는 "분천에는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다. 그중 관광객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는 조급성이 가장 위험한 요소"라며 "봉화만의 특징을 살린 음식과 관광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골오지인 분천마을은 특별하게 변해가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5월23일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에서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스위스 알프스 체어마트(Zermatt)역과 '기차역 자매결연'을 맺었다. '관광열차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의 시작점인 체르마트역과 봉화 분천역을 동급으로 규정했다는 게 코레일측 분석이다.
오후 2시. 관광객을 가득 실은 V협곡열차가 분천역을 출발했다. 협곡열차는 시속 30㎞ 이내로 달리는 아날로그 기차다. 에어컨이나 첨단 시설은 없다.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열 축전지로 객실 선풍기를 돌린다. 겨울에는 객실 가운데 설치한 난로에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추억여행을 즐긴다. 열차가 비동계곡 철교를 지나자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방학기간에 가족여행을 온 아이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가족들과 여행온 심준섭(12·서울 강남구 서초동) 군은 "새벽 6시 서울을 출발해 V협곡열차를 타러 왔다"며 "여름방학에 탄 협곡열차는 평생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원역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주민들이 마련한 먹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봉화 = 전호성 기자
◆양원역, 한국최초 민자역사 = 분천역을 출발한 열차가 양원역에 도착하자 관광객들이 내렸다. 주민들이 가마솥에 쪄낸 옥수수나 감자를 사먹거나 무인 막걸리 판매대에서 목을 축였다.
1955년 영동선이 개통됐지만 양원역 주변 주민들은 분천역이나 승부역까지 걸어서 다녔다.
기차가 양원역 주변 마을을 지날 때 무거운 짐을 창밖으로 던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주민들은 정부에 진정했고, 개통 33년 만인 1988년에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 지금의 양원역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셈이다.
서너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대합실' 건물이 전부다. 비록 역 등급은 '임시승강장'이지만 주말이면 1000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일주일에 5일을 관광열차에서 보낸다는 여행사 가이드 이 모씨는 "50~60대 주부들에게 무박으로 여행하는 'O트레인'과 'V트레인' 기차여행 상품이 뜨고 있다"며 "요즘 대중의 관심사인 '힐링'과 '추억'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진짜 비경은 승부역 트레킹 코스 =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인 승부역입니다"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나오자 배낭을 멘 관광객들이 열차에서 내렸다.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창밖으로 곧게 뻗은 춘양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협곡열차 구간 숨은 비경은 승부역에서 비동 승강장(6.8km 3시간)이나 양원역 구간(5.6km 2시간)을 걷는 트레킹 코스다. 길다고 생각하면 짧은 구간인 양원역-비동승강장(2.2km 1시간)이나, 양원역- 구암사-무주암(1시간)을 걷는 코스도 좋다. 등산이 목적이라면 청량산 코스도 좋다.
단체관광이 아니면 특별한 먹거리나 숙소를 찾아 나설 수 있다. 봉화특산물인 '송이'요리나 최근 독립유공자로 밝혀진 권상경 후손이 관리하는 춘양면의 '권진사댁' 고택체험도 좋다. 지난주 토요일 이곳에서는 '고택향연 재즈콘서트'가 열려 1200여평 고택이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분천역 주변 관광지를 찾아나서는 것도 좋은 여행이다. 분천역과 철암역은 30분 단위로 차를 빌려 인근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카 셰어링(Car Sharing, 차 공유)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익형 코레일 관광사업단장은 "중부내륙관광열차는 산업철도에 관광을 접목, 수년간 침체한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올 9월에는 남도해양관광열차 개통과 함께 전국에 5대 철도관광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부내륙관광열차는
중부내륙관광열차는 서울역을 오전 7시45분에 출발, 청량리를 거쳐 제천에는 9시44분에 도착한다. 제천에서 영월 단양을 거쳐 다시 제천으로 돌아오는 순환 열차로 하루 두 번 돈다.
수원역에서는 7시40분에 출발해 제천역에 9시53분에 도착한다. 이 열차도 하루 두 번 순환한다.
이중 분천-철암 구간 협곡열차인 V-train이 하루 3회 왕복 운행한다.
협곡열차는 분천역을 오전 10시20분, 오후 2시, 5시10분에 출발해 철암역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 중간 간이역에 정차해 비경과 먹거리 장터를 둘러볼 수 있다.
코레일은 중부권 여행객을 위해 '꽃비열차'를 개발했다. 9월부터 월 1회 운행할 계획이다. 무궁화호로 대전역을 오전 7시에 출발해 제천까지 간다. 철암-분천 협곡열차를 탄 후 관광버스를 이용 주변 관광지를 둘러본 후 대전에는 오후 9시 도착하는 상품이다.
문의 서울역 여행센터 02-3149-3333, 분천역 054-672-7711, 낙동정맥 트레일 안내센터 054-672-4956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