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25억, 27억, 41억

지역내일 2013-08-13 (수정 2013-08-13 오후 1:46:02)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개편안을 꾸짖으면서 다시 만들라고 시킨 것이다. 여기서 의문. 박 대통령은 개편안을 발표 전에는 몰랐던 것일까. 말만 보면 언론을 통해 처음 들은 듯 싶다. 그럴리 없다. 세제개편안처럼 중요한 정책은 기재부와 경제수석실을 통해 사전보고 된다. 만약 개편안이 내포한 문제점을 정확히 보고안했다면 공무원들 잘못이고, 보고했는데도 "재검토하라"며 남 일 얘기하듯 한거라면 '유체이탈 화법'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박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조원동 경제수석. 조 수석은 세제개편을 해명하면서 "증세는 아니다" "고통을 느끼지 않게 거위에게서 깃털 뽑는 수준" "월 1만3000원 정도 되는데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분보다 여건이 낫지 않나"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내건 '증세없는 복지'에 행여 상처가 날까 살피면서 "여건 나은 봉급쟁이들이 그깟 16만원도 못 내느냐"는 투다. 대통령의 심기만 살필 뿐 수백만 봉급쟁이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다.

경제사령탑인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고소득층 과표구간 신설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호통에 놀라 봉급쟁이의 불만을 일부 덜어주지만, 그렇다고 부자들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부족한 국고를 어떻게든 채워야한다는 점에서, 그가 단기적 해법에만 급급할 뿐 근본적 대책은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과 조 수석, 현 부총리는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는 고위공직자다. 그들의 손에 대한민국 경제가 움직인다. 문제는 그들이 쏟아내는 말을 보면 왠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1500만 봉급쟁이의 애환은 잘 모른다는 느낌이다. 불안불안하다. 한 5급 공무원은 "세 분 모두 빠듯한 살림을 꾸려보지 않았으니 봉급쟁이의 심정을 알 수가 있겠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재산이 25억5800만원이다. 1980년 전두환씨로부터 당시로선 거액인 6억원을 받았다. 평생 호구지책을 걱정하지는 않은 걸로 알려진다. 조 수석은 강남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 27억5171만원의 재산을 가졌다. 현 부총리는 강남과 분당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 41억원7665만원을 신고했다. 재산 많은 게 흉은 아니다. 다만 "봉급쟁이의 애환 따위는 모른다"는 핑계가 되서는 안된다.

정치팀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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