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 다녀본 적 없어요.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대로 연습하고, 숙제 내주시는 건 빠트리지 않고 꼭 해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랬더니 대상을 주시던데요.”
이준모(천안불당초5) 학생은 딱 초등학교 5학년의 모습이다. 워낙 성숙한 요즘 아이들과 비교하면 외려 어리고 순진한 모습이다. 그 귀여운 모습 속에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대상 수상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문화원이 주관한 ‘제30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공모부문에서 이준모군은 ‘다각형 나라 여행’을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작품은 다각형에 대한 기본 개념과 이를 활용한 공간감각 능력을 기르는 프로그램으로, 수학책에서 공부하는 다각형을 실제 조작활동과 재미있는 게임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놀라운 것은 사교육 없이, 오로지 학교 선생님과 함께 1년여를 노력해 대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사교육 없이 이룬 대상의 꿈 =
준모군이 대회 준비를 시작한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당시 4학년이던 준모군 담임 박지혜 교사의 제안을 받고서다. 당시 준모군이 과제로 PPT를 활용한 숙제를 제출했는데, 아빠가 제공한 기본 폼을 자신의 방식으로 만든 것이 눈에 띄었다고. 박 교사는 그때를 회상하며 “준모는 성적이 좋고, 이해력도 빠르지만 무엇보다도 무척 성실한 아이다. 대회를 준비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준비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 그 점을 눈 여겨 보았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었다. 준모군은 선생님께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을 배웠다. 모르는 부분은 집에서 반복하며 익히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아빠, 이모 등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았다. 준모군 어머니 서주영(40?천안시 불당동)씨는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임에도 잘 이해하고 넘겼다. 어떨 때는 너무 늦게까지 집중해서 일찍 자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는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개선점을 찾아 보완하기를 반복했다. 지난 여름방학의 경우 방학 내내 오전 시간 학교에 나가 대회를 준비했다.
“지난 여름이 얼마나 더웠나요. 어지간하면 나가기 싫다고 할 법도 한데, 힘들어 하면서도 멈춘 적이 없어요. 무언가를 시작하면 성실하게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준모의 큰 장점이죠.”
서주영씨는 “평소 특별히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도 선생님을 믿었다. 방학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 아이와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선생님이 정말 고생하셨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준모군은 여름방학을 떠올리며 “정말 힘들었다. 방학인데 오전에 늘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알고리즘을 다시 공부하고 프로그램을 계속 수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다른데 놀러가고 싶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싶어서 아침이 기다려졌다”고 덧붙였다
교사와 아이가 하나 되어 온 힘을 다하고, 부모는 학교와 교사를 전적으로 믿고 보낸 여름. 한데 모인 마음과 정성과 노력은 한여름 태양보다 더 뜨거웠다.
* 대상을 받은 ‘다각형 나라 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준모군.
수상 자체보다 준비 과정 경험이 더 소중 =
1년 정도의 준비, 어려웠던 여름방학의 기억은 올림피아드 대상의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준모군은 대회를 준비하며 대상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바로 과학에 대한 흥미, 자신에게 있을지 모르는 재능을 깨닫게 된 것이다.
“원래는 피아노를 굉장히 좋아해요. 4학년 때는 충남학생교육문화원의 예술영재로 뽑히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대회를 준비하며 과학에도 흥미를 갖게 됐어요. 지금은 수학과학 영재학급에서 공부도 하고 있어요.”
이 역시 사교육 없이, 준모군의 평소 실력과 함께 대회를 준비하면서 얻은 자신감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박지혜 교사는 “가끔 외부 대회나 올림피아드 등을 나갈 때 수상 자체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아이가 그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자신이 무언가를 해간다는 성취감은 아이에게 큰 경험”이라고 말했다.
준모군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 피아니스트, 과학자, 프로그램 개발자, 자동차 디자이너 등 셀 수 없다. “그래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준모군이 씩 미소 지었다. 순간순간 알아야 할 것, 즐거운 것, 재미있는 것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거란다. 준모군의 미소는 끝을 모르는 가을하늘처럼 높고 푸르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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