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취업 현실과 그들이 원하는 것

"여성, 일해야 할 이유 있다!"

경력단절 여성과 기업이 원하는 일자리 매칭이 관건

지역내일 2013-10-10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32개 국가 중 여전히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0% 수준에 그친다. 이유가 무엇일까.
내일신문은 우리나라 여성고용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지역 여성들 취업 사례를 같이 게재해 경력 단절 여성 취업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기로 한다. 또한 지역에서 나온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여성 재취업에 도움이 되는 우리지역 중심 여성유망직종에 대해 소개하는 기사를 격주 게재한다.


“육아 때문에 퇴사를 할 지 말 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퇴사하지 말라’고 말해요.”
서울대 출신 미모를 겸비한 MBC 간판 아나운서 최윤영씨가 이 땅의 직장맘들에게 모 신문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며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퇴사 후 다시 일을 찾았을 때 ‘일’과 ‘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확신이 들었다며 “엄마가 숨 쉴 구멍이 있어야 아이에게 관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윤영씨는 현재 EBS ‘부모’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취업정책 시급 =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5일 이진영 부연구위원이 분석한 ''출생연도별 한국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경제활동인구조사(1986∼2012년) 자료를 토대로 1936년생부터 1984년생까지 한국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최근 출생 세대일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보고서는 여성 출산·육아 시기가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늦춰지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채용박람회
지난 2일 아산시청소년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시민이 행복한 아산! 2013 채용박람회’ 현장 모습. 인재채용이 필요한 우수기업과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를 직접 연결하는 등 다양한 취업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20·30대 여성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는 육아라고 지적했다. 육아로 인해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여성 비중이 20대 후반 연령대에서 감소한 반면 30대 후반 연령대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진영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와 관련해 “그간 여성고용정책은 여성복지정책과 많은 부분 중첩되면서 저소득층 중심 출산·육아 정책에 편중되어 왔다”며 “성 경제활동율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30대 후반 여성을 위한 육아정책이 복지정책에서 취업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40대 이상 여성을 위한 재취업 지원책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력단절여성들이 생산력이 좋은 나이에 원만히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은 아직 튼튼하지 않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을 가진 아나운서 최윤영씨도 육아 때문에 일을 놓고 힘들었던 과정을 겪었다.
우리나라 경력단절 여성들은 이처럼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육아 및 가사가 취업을 막는 원인이기도 하고 오랜 경력단절에서 오는 핸디캡을 단기 교육기간에 극복하고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충남여성정책연구원 안수영 박사는 “일은 삶의 중요한 영역이다. 출산·육아 등 생애주기적 이유로 인해 생기는 공백은 고용시장재진입을 어렵게 하고, 한 번 생긴 경력단절은 기존 임금 직위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근로조건 자체를 다운시켜버린다”며 “여성일자리는 개인적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생계와 경제적 목적에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업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과 전문 지원 인력 필요 =


위 보고서에서 보듯 여성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고용시장 진입과 탈락을 반복해 고용률에는 큰 변동이 없다. 이는 그동안 정부 중심 대책과 지원에 비해 눈에 띄는 경단여성 고용성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는 없다.
안수영 박사는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임금과 직위 격차, 유리천장 승진 사다리 등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단여성이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드는 육아 등 소모비용이 일에 따른 기회비용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경단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교육훈련프로그램에서 노동시장의 이해와 취업 눈높이 교육이 도입 강화되어 일터에서 여성이 안착할 조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안 박사의 주장이다. 또한 남성은 생계부양자로 인식하면서 여성은 같은 시간 같은 노동강도로 일해도 남성보다 열악한 대접을 받는 부분들은 정부가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재취업하고자 하는 여성은 많은 편에 속한다. 경단여성들 재취업이 그리 녹록치만은 아닌 현실을 고려할 때 여성들 업무 전문성 확보와 새로운 취업처 발굴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천안?아산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대표적 기관이 천안?아산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이다. 하채수 아산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은 “경단여성들 재취업 과정에 있어서 노동시장을 이해하고 눈높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직업훈련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대부분 취업알선기관에서는 집단상담프로그램을 반드시 듣게 하고 있다. 아산새일센터도 연간 28회 1회당 20시간씩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 센터장은 “가급적 맞춤형으로 직업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일자리협력망을 구축해 취업이 훨씬 용이할 수 있도록 매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제목 : 일을 다시 찾았거나, 다시 그만두었거나


“내 일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 커요”


천안YWCA에서 한식조리사와 양식조리사 과정을 수료한 후 자격증을 땄다. 천안YWCA에서 몇 군데 직장을 추천해 주었지만, 동네 학교에서 조리사를 모집해서 그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5년차다.
학교가 집에서 가깝고 중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 방학이나 공휴일에 같이 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장점이다. 또 조리실의 분위기가 밝고 활기차기 때문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학교 조리실의 특성상 가마솥 4개에서 불을 지피고 튀김이나 볶음도 한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름에는 너무 덥고, 많은 양의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하기 때문에 힘을 써야하는 일들이 있다. 체력적인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건강과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가계에 금전적인 보탬이 되는 것이 보람 있고, 내 일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도 가질 수 있다.


- 학교식당 조리원 김인주(42·가명)씨


다시 시작한 일, 육아 고민으로 결국 그만 둬…
 
결혼 전부터 영어강사로 근무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처럼 결혼과 출산을 거쳐 육아를 이유로 일을 쉬게 되었다. 딸이 5세, 아들이 4세가 되면서 다시 초등부 영어강사로 학원에 근무하기 시작했다. 학원이 집 근처였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만 수업이라 시간이 좋아서 다시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6세 된 딸이 유치원 종일반에 있는 것을 힘들어 했다. 그러다 말겠지 싶어 지켜보고 있었는데 딸아이는 일관되게 종일반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2시면 하교한다기에 일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딸아이의 애절한 요구에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9월에 학원을 그만두었다.
영어강사를 하면서 느꼈던 보람과 성취감도 아쉽고 가정 경제에 기여했던 것을 놓치는 것도 서운하지만, 지금 제일 어려운 것은 온전한 주부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이들 돌보고 끼니 챙기고 살림 사는 일이 아직 손에 설어 어색하기만 하다.


- 영어강사 정진숙(43·아산시 탕정면)씨


지속 가능한 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불안


아이 둘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뭔가 일을 찾아야할 것 같았다. 마침 아파트 상가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에 덥석 일을 시작했다. 근무시간은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아이들이 하교하고 학원에 가는 시간이라 부담 없이 일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오전 시간은 자유롭게 볼 일을 볼 수 있으므로 근무시간이 좋았다.
시간에 비해 아르바이트 최저임금수준의 보수가 너무 작지만, 일도 배우고 사람도 배운다는 마음으로 계속 하고 있다. 다행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마음도 잘 맞고 점장님도 좋은 분이라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이 일을 배워 제과점을 차릴 마음이 아니라면 좀 더 지속 가능한 체계적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다. 기왕 시간을 들여 하는 일인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 제과점 아르바이트 임은정(39·천안시 불당동)씨


일하면서 주변 사람들 시선 달라져


결혼 전에는 중등부 수학강사였다. 유아교육에 관심이 있었고 육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사이버대학에서 보육교사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 맞고 즐겁다. 빽빽 울기만 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고 커가는 모습이 참 예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근무한다. 다행히 집근처라 출퇴근도 편리하다.
일하면서 제일로 좋은 점을 들자면 시댁에서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시댁 식구들이 모두 워킹맘이라 나도 모르게 주눅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내 일을 갖게 되자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어려운 점은 다른 집 아이들 돌보느라 우리 집 아이들에게 소홀해지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 학교 행사에 한 번도 가지 못한 것이 제일 속상하다. 일단 일을 시작은 했지만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 보육교사 이진영(가명·천안시 봉명동)씨


“적성에 맞는 일 찾아 즐거워요”


재취업을 위해 방과후아동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초등학교에서 토피어리 만들기, 화분에 꽃씨심기 등 공예수업을 진행한다.
방과후아동지도사는 창의수학, 요리, 예쁜손글씨, 보드게임 등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수업이 가능해서 매력적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 다양한 공예수업을 준비하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수업이 계속 늘고 있다.
준비할 재료들이 많기 때문에 이동이 어렵지만, 1시부터 5시 사이에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중학생 딸아이들을 돌보며 일하기 적당하다. 무엇보다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아 즐겁고 돈벌이가 되는 것도 기분 좋다.


- 방과후아동지도사 박미숙(39·천안시 청당동)씨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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