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
“집에서 바로 받는 유기농 먹거리, 안심하고 먹어요!”
건강한 먹거리 약속하는 농산물꾸러미…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고랑이랑’
왜 로컬푸드인가
지난달 국내 대기업 식품회사들이 GMO 콩과 옥수수를 400만t 가까이 수입하고도 어떤 제품에도 GMO 표시를 하지 않아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일본 원전사고도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기 힘들게 만들었다.
유해 먹거리에 대한 뉴스를 볼 때면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천안아산내일신문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나 진정한 로컬푸드에 대한 이야기를 3주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유기농 농산물꾸러미 생산하는 ‘고랑이랑’
-. 텃밭 가꾸기와 직거래 장터
-. 아산시 친환경 급식
우리 지역에서 우리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며 지키려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농산물꾸러미를 만들었다. 다섯 귀농인이 유기농으로 키운 농산물을 가정까지 배달해주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로컬푸드 생산의 주체로,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단지 소비자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소통하고 싶은 뜻을 알리기 시작했다.
* 고랑이랑 농부들은 더 나은 농산물꾸러미 제공을 위해 항상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
사진은 지난 4월 회의 모습.
지키려는 사람들이 일군 우리 땅 우리 농산물 =
고랑이랑 농부 윤미강씨 감자밭은 건강한 땅에서만 자란다는 지렁이 천국이다. 거름으로 한살림 축산 농가의 쇠똥만을 줬을 뿐인데 400g 넘는 감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농약은커녕 제초제 한 번 안 뿌리고 유기농으로 몇 년을 거듭하자 올해 드디어 고추농사도 풍년이 들었어요.”
윤씨는 “마치 100일 기도의 기적을 본 듯한 감동을 받았다”며 “땅에 어떤 해로운 것도 넣지 않고 농사를 지은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낀다”며 기뻐했다.
임병덕씨는 닭에게 사료는 물론 산란촉진제도 주지 않고 방사유정란을 키운다. “유전자 변형이 의심되는 사료 대신 콩비지와 쌀겨 들깻묵 등 오로지 자연에서 나는 부산물에 유산균이 들어있는 미생물을 넣고 2차 발효시킨 먹이를 주죠. 위생을 위해 자외선 살균처리는 거친답니다.”
고랑이랑 농부들 중에서 가장 먼저 농사를 시작한 김태형씨는 진작부터 서울 회원들에게 유기농 농산물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소통의 제약을 받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다 지금의 고랑이랑 농부들을 만나면서 로컬푸드 운동에 동참했다. 김씨는 “생산자도 농사를 잘 지어야 하지만 소비하는 사람들도 농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고랑이랑 농부들은 소비자들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농산물꾸러미를 직접 배달했더니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며 흐뭇해했다.
“선물 받는 것 같아요!” =
고랑이랑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유정란 두부 들기름 참기름 고춧가루 각종 채소 등 40여 가지에 이른다. 제철채소 위주로 배달하며 미리 배달 품목을 알려준다. 6월에 시작했는데도 농산물 꾸러미를 이용하는 회원 가정은 30여 가구가 넘는다.
고랑이랑 첫 번째 가족이 된 이장섭씨는 한 달에 두 번씩 받는 농산물꾸러미에 대해 “착한 농부들이 만든 먹거리를 같이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렌다”며 “농산물꾸러미는 선물이며 농부의 수고는 어머니의 정성과 같다”고 비유했다.
차라고는 커피믹스밖에 모르던 이정애씨는 고랑이랑 감잎차 맛을 알게 되면서 다기까지 새로 장만했다. 이씨는 “어머니는 고랑이랑에서 가져오는 달걀은 노른자가 똘망하고 냄새도 다르다고 하신다”며 “‘고랑이랑 감자는 어째 그리 좋냐’며 경쟁하듯 아파트 앞에 텃밭도 가꾸신다”고 전했다.
“모양이 못나고 색도 덜 예뻐요. 하지만 저희가 재배한 농산물은 정말 맛이 달라요.”
최근 고랑이랑 대표가 된 주호찬씨가 부인 윤미강씨와 함께 자신 있게 전한 말이다. 주씨는 양질의 거름을 만들기 위해 나귀도 키우며 자택 화장실도 재래식으로 바꿔 인분을 분리 사용할 정도로 최대한 유기농을 지향한다. 그는 “믿을 수 있어도 공급하는 대로 먹는 것은 불편한 일”이라며 “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의 후원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안일배씨 가정에 배달된 농산물꾸러미. 안씨는 “자주 마트를 가지 못하는 불편함을
농산물꾸러미가 해소해준다”며 “아이들도 편식 없이 고랑이랑 채소를 잘 먹는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이용은 환경과 나를 살리는 길 =
지역의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는 로컬푸드는 푸드 마일리지를 대폭 감소시켜 장거리 유통을 위해 처리하는 약품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로컬푸드 이용은 생산자 얼굴을 알기 때문에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지역 농가 소득에 보탬을 주는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 소비활동이 된다. 불필요한 운송비를 줄여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감소,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유기농 로컬푸드 배달 시스템은 아이가 어리거나 쉽게 장보러 나가기 어려운 가정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와 편리함을 제공한다.
기존의 로컬푸드 이용이 근거리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애용하는 선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고랑이랑 로컬푸드는 생산품목 전체를 유기농으로 재배해 직접 배달까지 책임지고 있다. 또한 농산물꾸러미를 배달할 때마다 농사와 회원 이야기를 담은 소식지를 함께 보내곤 한다. 소식지는 소통의 장이 되어 농부들과 회원들의 관계를 든든히 해주고 있다.
고랑이랑 농부들은 어떤 이상이나 신념을 간절히 추구하기보다 사람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며 자연과 가장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택했고 올곧게 실천하고 있다. 그들의 활동은 진정한 로컬푸드를 확산시키는 사례가 되고 있다.
고랑이랑 농산물꾸러미 문의 전화: 010-2256-4929(박사라) 010-3429-1928(김소라)
* 로컬푸드 운동: 해당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
* 푸드 마일리지: 농산물이 생산지로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는 과정까지 소요된 거리.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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