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
어릴 때 먹었던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음식이나 손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자주 먹어서 그 입맛에 길들여져서인지, 어머니 손맛이 좋아서인지 아님 둘 다 맞는 것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 입맛을 그리워하는 것을 그 음식에 대한 추억이 깃들어져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갯마을’은 게장 백반을 전문으로 하는 남도 맛집이다. ‘갯마을’을 찾는 이들은 어딘가 이런 추억 하나쯤 안고 가게 문을 들어설 것 같다. 리포터가 찾아갔을 때는 주말 점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단위 손님도 있었지만 삼삼오오 친구나 동료끼리 혹은 혼자서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까? 식당 안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추억을 맛보고 싶어 이곳을 찾은 것처럼 느껴졌다.
‘갯마을’은 밖에서 보면 점심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어디서나 흔한 식당처럼 보였다. 안으로 들어와 앉을 때까지도 별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도토리묵과 고춧잎 나물, 오이무침 등등 7가지 반찬이 앞에 차려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일단 반찬들이 깔끔하고 조미료의 맛을 거의 느낄 수가 없어 맛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고향의 맛을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리포터가 주문한 간장게장정식이 1인분에 7000원, 간장게장 정식과 함께 나오는 조기 탕까지 8가지 밑반찬과 함께 나오는 한상차림의 가격으로는 놀라울 정도였다.
메뉴도 다양해서 고향이 남도가 아닌 리포터로서는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남도의 모든 음식이 다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매생이 죽, 전어구이, 전어 무침에
간재미 무침과 갑오징어 그리고 문어수육까지 빠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속이 꽉 찬 간장게장의 맛
가격대비해서 맛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간장게장은 하얀 속이 꽉 차 한 입 베어 물면 달큰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졌다. 간장게장의 달착지근한 맛을 얼큰한 조기 탕이 잡아주어 개운한 입맛을 살려주었다. 간장게장은 짜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담백하고 게살 자체에서 달디 단 맛이 났다. 남도가 고향이 아니어도 간장게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충분한 맛이었다.
간장게장 접시에 따로 떼어져 나온 게 등딱지에 따뜻한 밥을 한술 떠서 비벼 먹으니 그 맛을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약간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그동안 흔하게 맛보지 못했던 또 다른 맛이다. 게 등딱지를 그릇 삼아 밥알을 넣어가며 비벼먹는 재미 또한 다른 곳에서는 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이 동났고 간장게장을 왜 일명 ''밥도둑''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서 소화가 잘 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또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좋은 식품 중 하나라고 한다. 이렇게 좋은 식품을 간장게장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간장게장은 밥도둑 중에서도 밥도둑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조기 탕은 맑은 국물에 개운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좋았다. 의외로 간장게장과의 궁합이 맞는 듯 간장게장을 먹고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짭조름한 간장게장의 맛과 시원한 국물의 조화라고 할까? 간장게장과 조기 탕이라는 새로운 조합의 발견이었다.
조기도 알맞게 살이 차올라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조기 탕에 들어간 미나리는 향긋한 향을 내며 입맛을 살려 주었다.
남도가 고향인 사람에게는 고향의 맛을, 아닌 사람에게도 푸짐하고 맛있는 한상 차림으로 기억될 ‘갯마을’이었다.
오현희 리포터 oioi337@naver.com
위치: 배명중고등학교 인근
주소: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226
주차: 가능
메뉴: 간장게장정식 7000원 코다리 찜 6,000 전어구이 15,000 문어무침 20,000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문의: 02-42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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