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노래가 담긴 커다란 레코드판을 구입해 집으로 발길을 돌리며 얼른 턴테이블에 그 판을 올리고 음악을 들을 걸 가슴 조이며 기대한 적이 있는가. 지직...지직... 소리에 레코드판이 망가질까 더 조심스럽게 전축바늘을 내려놓은 기억도 있을 것이다. 앞면 마지막 곡이 끝나기 무섭게 레코드판을 돌려 뒷면의 곡에 귀 기울려본 경험이 있는 당신이라면 이 가을 아날로그의 감성에 젖을 자격이 충분하다.
정확하고 빈틈없는 디지털 음원에 익숙해진 요즘, 조금은 어눌하지만 자연스런 연속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아날로그 음악이 오히려 우리네 감성을 자극한다.
LP판의 추억 속으로 데려갈 우리 지역 카페를 찾았다.
박지윤 오미정 리포터
비틀즈의 추억에 빠져보세요 ‘비틀즈 스토리’
올림픽공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비틀즈스토리’는 비틀즈 마니아인 이곳 대표가 자신의 열성을 모두 풀어놓은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비틀즈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비틀즈의 대표 LP음반을 전시해놓고 비틀즈 멤버들의 인형들도 눈에 띈다. 한쪽 벽면에 걸린 파란 바탕이 인상적인 ‘옐로우 서브마린(yellow submarine)’그림을 보니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라는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 대표의 애장품인 전축들도 전시해놓았다. 세련되고 기능이 뛰어난 ‘요즘’의 제품들과는 거리가 먼, 투박하지만 그 자체로도 멋이 느껴지는 것들이다.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로 만든 커다란 와인병과 와인잔도 그 자체로 멋을 자아낸다.
실내에 울려 퍼지는 음악도 예사롭지 않다. 비틀즈의 노래는 아니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올드팝송 LP가 턴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다. ‘Lemon Tree’ ‘And I love you so’, 그리고 우리에겐 ‘노래하는 곳에’로 더 알려진 ‘I Believe In Music’ 등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정확한 가사를 알 순 없으나 저절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그런 노래들이다.
이곳에는 LP 음반만 3천여 장이 있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이곳에서 선정된 LP음반을 들려주지만 저녁9시 이후에는 ‘신청곡’을 직접 틀어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추억 속 음악을 LP로 들으며 예전 정취에 푹 빠지곤 한다고.
한쪽에 위치한 책꽂이엔 다양한 책들도 마련했다. 골프, 여행,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도서들이 있어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올 가을 올림픽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올드팝송을 들으며 책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음식 역시 뒤지지 않는다. 피자, 파스타, 리조또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코스요리를 이용하면 좀 더 저렴하게 샐러드에서부터 메인요리, 디저트를 모두 먹을 수 있다. 시저샐러드와 식전빵이 먼저 테이블에 오르는데 갓 구운 듯한 식전빵은 리필까지 무료로 해 준다. 단호박 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단호박 스프도 그 풍미가 충분히 특이하다. 스프는 단호박, 버섯크림, 고구마, 크림치즈, 시금치 등이 있는데 매일 그 종류가 달라진다고. 스파게티 역시 진하고 맛이 있어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디저트로는 차와 달콤한 판나코타가 준비된다. 달콤한 이탈리아 밀크푸딩 판나코타와 뜨거운 커피의 조화가 환상이다. 운영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이며 오후3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위치 : 올림픽공원 남1문 건너편 부근(송파구 방이동 183-6 한스빌딩 5층)
·문의 : 02-414-9260
음악에 취하고 맥주에 취하고 LP바 ‘오아시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오아시스를 꿈꾸며 2011년 신천역 부근에 오픈한 LP바 ‘오아시스’. 주인장 최필현 대표가 28년간 모은 LP 음반 7천장, DVD와 CD 3천장이 벽면에 빼곡히 꽂혀있다.
음향 시스템도 까다롭게 갖췄다. 오디오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로망인 맥킨토시 MC100 모노모노 앰프와 ATC SCM-100PLS MK2 스피커가 최상의 소리를 내도록 음향 전문가 조언까지 구해가며 세팅했기에 ‘소리’의 품질에는 자신 있다고 주인장은 덧붙인다.
중1 때 록그룹 ‘부활’에 매료돼 LP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그는 남대문, 동대문, 청계천을 비롯해 서울시내 각지의 헌책방을 순례하며 그의 보물 1호인 음반들을 사 모았다. 지금도 틈만 나면 서울시내 곳곳을 다니며 음반을 수집하는 중이며 수입의 절반은 무조건 음악에 투자하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다고. 다프트 핑크, 아델 등 해외 아티스트들이 최근 발매한 LP음반까지 공들여 갖추고 있어 음악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우리 집은 위치가 외지다 보니 오가다 들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좋은 LP 음반이 많다는 온라인 입소문을 듣거나 지인 소개로 오는 30~40대 손님들이 대다수”라는 주인장의 말처럼 올드팝, 모던 락, 메탈 음악을 맘껏 즐기기 위한 마니아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
국내외 뮤지션들의 다양한 음반을 보여주는 그의 얼굴에는 음악 마니아로서의 프라이드가 물씬 풍긴다.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음반이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며 중간 중간 손님 취향에 어울리는 음악을 최 대표가 센스 있게 골라 서비스하기도 한다.
좋은 음악의 최고의 파트너는 알코올. 수입 맥주, 보드카, 위스키 등 술의 가짓수가 다양하다. 특히 하이네켄, 호가든, 기네스 등의 라거 맥주를 비롯해 시메이, 베스트말러처럼 요즘 뜨고 있는 부드럽고 진한 맛의 예일 맥주들도 골고루 선보이고 있다. 안주류로는 과일치즈, 마른안주, 후라이드치킨 등이 있다.
실내 인테리어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물씬 풍긴다. 이제 골동품이된 브라운관 TV, 녹음기, 다이얼 전화기 같은 추억의 물건을 비롯해 앤틱 가구와 등, 해외 여행 중 사 모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홀 한가운데 자리한 흰색 피아노로는 음악에 취하고 알코올에 흥이 돋운 손님들이 가끔씩 즉흥 연주를 선보인다고. 운영시간은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까지며 일주일은 휴무다.
위치 : 신천역 새마을식당과 한신포차 사잇길 (송파구 잠실동 190-4)
문의 : 02-420-6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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