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의 꽃 ‘조각보와 침선’
이건 장인이 한~땀 한~땀 꿰맨 작품이라구!
천연섬유 위에 소망을 꿰매는 사람들… 작은 땀 하나에도 천천히 정성을 모은다
풀어 해진 소매 끝을 깁는다.
흐트러진 마음도/ 함께 기우며
한 땀 한 땀/ 바늘 길을 운전한다.
창밖/ 눈은 소복소복 내리 쌓이고
세월 뒤안길에/ 서성이며
그 옛날/ 내 어린시절
설빔을 짓느라/ 색동명주 인두질 하시던/ 울 어머니 생각
눈물 한 방울/ 뚝/ 손등 위로/ 떨어진다.
강숙자 <바느질>
역사속의 규방공예 ‘침선’
침선이란 바느질로 의복과 장신구를 만드는 일이다. 오늘날의 바늘과 비슷한 금속제가 신라시대에도 있었다. 또한 고구려 고분벽화나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침선이 그 당시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옛날 여인들은 창조적인 에너지를 규방공예 ‘침선’으로 꽃 피웠다. 바느질로 솜씨를 내서 만든 생활용품인 복주머니, 약낭, 수저집 등을 비롯해 주머니종류, 혼서지보(혼서지는 신랑의 아버지가 신부 댁에 딸을 주어 고맙다는 뜻으로 보내는 서신으로 혼서지를 담아 싸는 보를 혼서지보라 한다), 예단보, 사주보 등 혼례용품과 조각보 보자기류, 노리개, 버선, 실패와 골무, 바늘방석 등의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가정의 대소사에 사용했다.
옛날도 아니고 요즘 같이 편리한 세상에 재봉틀로 뚝딱뚝딱 꿰매면 되지 그렇게 많은 품을 들이며 바느질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의 바늘땀을 마음속으로 따라가며 그 정성스러움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바느질은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
흥덕 문화의집의 ‘조각보와 침선’ 모임은 옛 여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규방공예의 전통을 잊지 않고 하나하나 되살리고 이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막식에도 이들이 바느질한 작품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침선은 모시, 실크, 면 등의 천염섬유에 견사, 면사 등의 가는 실을 이용해 손바느질을 한다. 때문에 섬세함은 필수다. 감침질, 홈질, 박음질, 공그르기, 귀갑치기 등 여러 가지 바느질법을 작품마다 다르게 이용한다.
김동진 강사(58)는 침선의 여러 방법 중 모시나 삼베, 갑사나 항라 등 얇은 옷감의 천을 이어붙일 때 주로 이용하는 ‘쌈솔’에 대해 설명했다. 쌈솔은 조각 천을 5㎜시접으로 접어 다림질한 후에 시접선이 얇아지도록 두 장 모두 3㎜로 잘라준다. 시접양끝을 서로 엇갈리게 끼워 홈질로 가운데를 시침해 고정해준 후 앞뒤 모두 조각 천을 접어 감침질한다. 이때 시접의 길이가 더 짧고 정교할수록 고운 조각보가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 강사는 “섬세한 작업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꼼꼼하면 오히려 좋지 않다”며 “바늘땀의 크기가 조금 크더라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게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작품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스스로 지치기 때문에 처음에는 책갈피처럼 소품을 시작해서 하나씩 마무리 하는 성취감을 맛보는 게 중요하다. 침선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해야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침선, 정성과 느림의 미학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말처럼 전통적인 침선을 이용해 현대생활에 필요한 핸드폰지갑, 필통, 파우치, 연필꽂이, 키홀더 등 소품들을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면 너무 좋아한다. 회원 김미숙(37)씨는 “바느질로 만든 소품이 너무 예뻐서 시작한 게 벌써 5년이 됐다”며 “아이들에게 필통이나 책갈피 등을 만들어 주면 예쁘기도 하고 엄마가 정성들여 만든 것이라고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박경수(총무)씨는 “우울하거나 걱정이 있을 때 바느질을 잡으면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돼서 걱정을 잊는데 너무 좋다”며 “뭐든지 ‘빨리빨리’를 외치는 세상에 침선은 하나씩 천천히 하는 느림의 미학”이라고 말했다.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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