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여행산문집
지은이 이병률
펴낸곳 달
“가을이니까 여행서 어떨까요?”
홍문당서적의 김중명 북마스터가 10월의 추천도서로 여행에 대한 책을 추천했다. 하긴 가을은 실내를 벗어나기만 해도 선물이다. 자연이 주는 선물. 여행과 사랑, 여행과 인생, 여행을 통한 힐링을 할 수 있는 책을 포함해 초보 여행자를 위한 여행백서까지 4권이다. ‘어떤 책들일까’ 호기심이 생기는 순간 서점으로 향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골랐다.
다소 무심한 듯 보이는 저자의 사진을 넘기고 책속으로 빠져들었다.
한참을 읽다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궁금해서 찾았다. 없다. 책에 페이지 표시가 없다. 그냥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작가의 여정을 따라오라는 말 같아서 묵묵히 따라가기로 했다.
작가는 페이지뿐만 아니라 여행의 장소, 가게 된 동기, 여정 등을 과감히 생략하고 독자에게 그다지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인도에서 먹는 한국라면, 교토의 작은 술집, 예멘의 달팽이 속도 인터넷, 그루지아의 느림보마을 등 설명하지 않는 여정 속에서 작가가 느낀 생각들과 지나간 사랑이 두서없이 묶여 나온다. 오늘은 교토에 있지만, 어제는 마치 인도에 갔던 것처럼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없이 몸도 자유롭고 생각도 자유로운 책이다.
사진에세이라 지루하지 않고 사진 덕분에 여행을 공감하기에도 충분하다. 눈으로 뒤덮인 차가운 도시 속에 눈 쌓인 우람한 성과 그 길을 움츠리고 걸어가는 한 사람이 보인다. 그 사진(37#)에 빠져 한참을 보다 보니 그 도시의 어딘가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벨라루스 수도원, 몰타의 호텔, 아제르바이젠의 기차역 등 여행지로도 익숙치 않은 나라들이 연이어 나오지만 독자에게 책에 나온 그 장소에 가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느낄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진의 이미지와 작가의 표현이 내가 느낀 것과 다르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바쁜 일상들을 보고, 자신의 감성을 끄집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살짝 난해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조금 우울한 날, 마음이 힘든 날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윤정미 리포터 miso0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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