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완연한 가을로 가고 있다. 마을의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마당엔 구절초가 만개했다. 대추도 익고 성질 급한 나뭇잎들은 벌써 노랗고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계절이 아름다운 만큼 전원생활하기도 아주 좋다.
시골서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날씨에 따른 변수가 많다. 여름에는 장마나 태풍이 걱정스럽고 겨울이면 이곳저곳 동파되는 것들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그래서 봄가을이 다른 계절보다 전원주택서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원주택 터를 잡을 때는 봄가을처럼 좋은 계절보다 여름의 수해나 겨울의 동파 등에 대한 고려를 우선하여 잡아야 한다.
경관 좋은 곳만 생각해 산 밑이나 강변에 집을 지은 경우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시때때로 걱정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곳들 중에는 축대를 쌓아 지반을 올려놓은 경우도 많다. 이럴 땐 특히 여름과 겨울철 붕괴 위험도 걱정을 해야 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경관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경관 좋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경관에 너무 끌리다보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땅을 놓칠 수 있다. 특히 경관을 살리겠다는 욕심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해 늘 걱정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살기 좋은 집터의 일 순위 조건은 지리적으로 안전하고 살면서 편안해야 한다.
집은 이렇듯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 지어놓고 살면서, 주변에 둘러볼만한 경치가 있으면 아주 좋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실에서 강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는 곳을 찾는다. 살기 좋은 집터에서 경관은 거실과 강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집을, 대문을 나서 조금 걸어 나가 뒷동산 언덕에 오르면 강이 보이고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살기 좋은 집터다. 이런 곳에 전원주택지를 잡으면 좋다는 얘기다.
여름 장마철에도 뒷산 무너질 걱정, 앞마당 축대 붕괴 걱정, 옆에 계곡이 넘쳐 집을 덮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집, 장마철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감자부침개에 막걸리 한 사발로 편안해 질 수 있는 집, 양지바른 곳에 있어 겨울 난방비 걱정을 덜 수 있는 집이 전원생활에 딱 좋은 집이다.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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