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선택에 불과했던 대안학교가 최근 학부모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인성교육이 화두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자 하는 부모들의 또 다른 선택으로 대안학교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대안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박정근 김은영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음을 가꾸며 꿈을 찾게 해주고 싶어 선택
초등학교 4학년 연우, 1학년 연규, 이제 막 세살이 된 연오까지 세자녀를 둔 박정근 김은영씨 부부. 현재 연우, 연규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큰 딸 연우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대안학교에 대한 고민을 했다. 대안학교는 아빠 정근씨가 먼저 제안했다. “주위에 대안학교를 보내는 선배들이 있었고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보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연우가 7살이 되던 해, 초등대안학교에 관한 책을 읽게 됐고 집 앞 5분 거리에 초등대안학교인 ‘전인새싹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근씨 부부는 ‘전인새싹학교’의 학생수부터 교육과정, 이후 중학교 진학까지 차근차근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학부모로서 대안학교는 여전히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가장 큰 부분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습능력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주변 아이들과 다른 길을 가는 만큼 친구관계도 걱정됐다. 반면 ‘좋은 대학과 안정적 직장이 꼭 행복의 길일까?’, ‘잘 다져진 길을 따라 수동적으로 살기보다 스스로 고민하면서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아갈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들도 이어졌다.
아이들이 한참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기보다 마음을 가꾸고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꿈을 찾도록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들보다 공부의 출발이 늦겠지만 목표가 확실히 정해지면 자신의 꿈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수학능력을 길러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올바른 선택이라고 100%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대안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아이를 입학시키고 나니 대안학교 선택에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음을 실감했다.
경쟁 없는 학교, 시험 없는 학교
연우가 다니는 학교에는 시험이 없다. 성적으로 지식의 양을 비교하거나 경쟁시키지 않는다. 숙제도 없다. 그렇다 보니 연우는 아직 ABC도 헷갈려하고 수학은 자신 없어 한다. 연우엄마 은영씨는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면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아이를 닦달하게 되고 성적이 나오면 100점에 대한 기대치에 아이를 구박하게 될 것 같다”며 “차라리 시험도 성적도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런 연우를 보고 친척들은 한 걱정이다. 하지만 정근씨 부부는 “아이도 놀만큼 놀고 나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가 지향하는 대로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초등 대안학교에 다니다가 공교육으로 전학을 가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 대안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못했거나 검정고시를 피해 중고등 과정으로 진학하기 위해서다. 연우와 같이 입학한 아이가 공교육으로 전학을 갔을 때, 정근씨 부부는 ‘우리의 선택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의 행복을 우선순위로 생각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옆집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이 재미없다고 할 때, 학교를 마치고 귀가한 연우와 연규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서로 먼저 말하고 싶어 안달일 만큼 학교를 즐겁게 다니고 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대안학교를 선택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시간과 비용 투자 적지 않고, 사회적 인식에 대한 부담도
대안학교는 공교육 보다 학부모들이 학교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정근씨는 올해 전인새싹학교 학부모운영위원장을 맡았다. 한 달에 한번 있는 학교 설명회에 찾아오는 학부모를 위해 기꺼이 토요일 오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공교육은 급식비까지 지원받는 무상교육인 반면, 대안학교는 모든 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공교육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쓰는 비용과 비교하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또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중등과정이나 고등과정의 학력인증을 받기 위해 검정고시를 봐야한다. 대안학교 졸업생 수가 아직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나 인맥에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고민도 된다. 이 모든 것은 아이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근씨 부부는 “맹목적으로 오로지 대학 하나만을 바라보고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보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공부를 왜해야 하는지 충분히 고민한 후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때 가도 충분히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때가 제대로 된 공부할 수 있는 시기란다.
많은 학부모들이 현재의 교육과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불행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조금 더 안정된 어떤 삶을 위해서 견뎌야 하는 몫이라 생각한다. 정근씨 부부는 안정된 삶이 꼭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들의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찾아가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다면 조금 더 돌아가고 더디 간다 할지라도 실패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그것을 위해 응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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