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잡고, 연근 캐면서 가을 속으로 풍덩~!
하늘은 높고 가을 들녘은 수줍은 황금색을 띄던 지난 9월 8일, 용인시 처인구 내동마을에서는 이색적인 마을 축제가 열렸다. 연꽃단지가 마을 입구를 감싸고 황화 코스모스가 손님들을 반기며 어여쁜 자태를 뽐내는 이곳에서 가을 꽃송이가 축제가 열린 것.
올해로 2회를 맞고 있는 축제엔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합심해 도시민을 위한 다양한 체험거리를 엮어내 주었다. 하늘은 맑게 개이고 바람은 적당히 살랑대며 청명함을 드러낸 날씨와 어울리게 농촌 마을과 도시민들이 하나로 연결된 축제의 장이었다. 게다가 연근수확, 미꾸라지 잡기, 떡메치기 등 농촌에서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체험들이 즐거운 수확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어른 키만 한 연꽃 줄기를 꺾어 모자를 만들고 논두렁을 걸었던 추억은 이 가을을 멋지게 출발케 한 기분 좋은 시동이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 황화코스모스가 피어난 작은 농촌마을
용인시 농촌기술센터 옆 작은 길을 따라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내동마을. 이름도 정겨운 이곳은 마을주민들이 공동 작업을 하면서 연꽃을 재배하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50여 가구가 전부이지만 시골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해 도시민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곳에서 가을 꽃송이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올해는 친정 부모님과 함께여서 더욱 설렘을 안겨주었다.
@ 팔뚝만한 연근 캐기 도전이요
집에서 불과 30여분 만에 도착한 이곳은 가을의 정령인 코스모스가 이미 활짝 피어 있었다. 주황색의 황화코스모스는 꽃잎을 말려 차로도 마실 수 있다고 전한다. 흥분된 마음에 아침 일찍 도착해서인지 사람들의 발길은 아직 한산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해 놓은 황화코스모스와 연꽃차, 목련꽃차 등을 마시며 색다른 꽃차의 향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체험 행사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기대하던 연근 캐기가 시작되었다. 집에서 미리 준비해간 장화와 고무장갑, 모자로 무장(?)을 하고 체험 장에 들어간 우리는 질퍽이는 뻘밭에서 장님 코끼리다리 만지듯 더듬더듬 연근을 찾기 시작했다.
힘 꾀나 쓰는 장정도 비지땀을 흘릴 만큼 연근 캐기는 쉽지 않았다. 뿌리가 엉켜있는 데다 진흙 뻘 속에 숨어 있어 어느 것이 노다지(?)인지 구분도 어려웠다. 힘겹게 더듬어 굵직한 놈을 찾았어도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은 더욱 만만치 않았다. 엉킨 줄기를 헤치고 요놈을 끌어당기는 것은 젖 먹던 힘까지 보태야 할 만큼 적잖은 힘이 들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연근수확은 처음이신 친정 부모님들도 애기 줄기만 연신 캐낼 뿐 튼실한 연근을 잡아 올리지 못하셨다. 하지만 마을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요령을 터득한 두 분은 이내 굵직한 연근을 캐내며 환한 웃음을 보이셨다. 둘째 아이도 바지를 걷어 올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수확에 덤을 올리기 위해 바지런을 떨었다.
@ 한보따리 연근 수확에 마음도 풍성
힘들게 캐낸 연근은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어 특유의 향내가 아릿하게 전해졌다. 일반 마트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을 만큼 싱싱함이 묻어나 마치 산삼이라도 캔 듯 기쁨이 컸다. 이런 기쁨은 체험 객들의 표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여기저기에서 탄성과 환호성이 들렸고, 조금이라도 큰 것을 캐면 의기양양 연근을 들어 올려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곤 했다. 도시에서 온 아이들도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체험에 마냥 신이 난 듯 뻘밭을 헤집고 다녔다. 발은 푹푹 빠지고 입고 간 옷들은 진흙투성이가 됐지만 마음만은 보석을 캔 듯 사람들을 풍요롭게 해준 체험이었다. 약 1시간의 연근 체험을 마치고 수확한 연근을 자루에 담아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흡족 그 자체.
“마트에선 보통 크기 두서 너 개에 만원도 넘는데 여기에선 체험 비 5천원에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봉’잡은 것”이라며 한껏 기분을 드러낸 체험 객들은 저마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었다.
진흙으로 엉킨 연근을 마을 어귀를 흐르는 시냇물로 씻어내며 사람들은 용인에 이렇듯 재미있는 체험마을이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했다.
@ 떡메치기로 신이 나고, 미꾸라지 잡기로 재미나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으니 토속음식으로 입의 기쁨도 느껴보자며 우리는 마을회관 앞에 마련된 먹을거리 장터로 발길을 옮겼다. 주민들이 개발한 향토 음식들이 체험 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보리밥에 각종 나물과 연근을 올리고 고추장 쓱쓱 비벼 먹는 연근 보리밥은 입에 착착 감길 만큼 꿀맛이었다. 연근을 갈아 만든 연 국수, 연근가루 돼지 바비큐 등 푸짐한 마을음식을 먹고 나니 포만감에 마음마저 넉넉해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마당 한가운데 멍석을 펼쳐놓고 떡메치기가 진행됐다. 도시체험 객들은 마당으로 모두 모여 구령과 함께 떡메를 치고, 콩가루에 입혀 나온 따끈한 인절미를 입에 넣으며 행복한 얼굴들을 드러냈다.
기운을 다시 회복한 우리 가족은 다음 행사인 미꾸라지 잡기 체험에 나섰다. 마을 연근 밭 옆에 마련된 체험 장에는 꼬마 체험 객들이 일찌감치 모여들어 뜰채와 그물 등 각종 창의적(?) 도구들을 이용해 미꾸라지를 잡고 있었다. 우리도 발을 걷고 체험 장 안으로 고고싱.
처음엔 요령부족으로 허탕만 치던 우리 가족은 뻘 속에 숨어있는 미꾸라지 특성을 간파, 하나둘 기술(?)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시골 출신답게 맨손으로 미꾸라지를 연이어 건져 올린 남편은 주위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아빠처럼 미꾸라지를 맨손으로 잡기엔 너무 징그럽다”는 둘째 아이는 발만 동동 구르며 아빠와 외할아버지의 수확을 부러워했다. 뻘밭에 아예 주저앉아 편안한 자세로 미꾸라지를 잡은 남편 덕에 우리는 족히 40마리에 가까운 녀석들을 포획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먼 걸음하신 친정 부모님이 후에 아주 맛난 추어탕을 끓여 드셨다니 더욱 흐뭇한 체험으로 기억되었다.
@ 원두막 위에서의 달달한 낮잠
내동마을은 넓게 펼쳐진 연 밭과 호박 터널 사이로 원두막 10여 채가 마련돼 있어 도시민들이 쉬었다 가기에 좋은 곳이다. 우리는 원두막 한 채에 자리를 잡고 각종 체험으로 노곤해진 몸을 맡겼다. 솔바람이 불어오는 원두막 위는 신선한 가을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조화를 이루어 노곤한 우리를 단박에 옅은 잠으로 안내해 주었다. 달달하게 한숨을 자고 일어나 주위의 풍광을 둘러보니 드넓게 펼쳐진 연 밭과 코스모스, 알록달록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들이 어우러져 눈을 호사롭게 해주었다.
“와~좋다”는 탄성을 연방 쏟아내며 이 시간, 우리 가족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어른들이 원두막 위에서 신선(?) 놀음을 하는 동안 둘째 아이는 마을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체험코스를 속속들이 탐사했다. 인근 승마장에서 공수해온 말이 끄는 꽃마차도 타보고, 제기차기에 투호놀이 등 시골아이처럼 얼굴을 그을리며 체험에 열중했다.
곤충 체험 전시장에선 타란튤라 거미와 전갈 등 무시무시한(?) 곤충들을 직접 볼 수 있어 아이는 두고두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렇게 아이도, 어른들도 모두 흡족한 마을 축제는 어느덧 마무리가 되었고 우리가족도 풍성한 수확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축제를 위해 풍물놀이와 각종 먹을거리, 체험거리를 안내해준 마을 어르신들께 고마움을 느끼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가볍고 넉넉했다.
용인 내동마을은?
내동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활용해 생태 연 수확, 연잎 차ㆍ연근 차, 연 공예, 농산물 수확 등 시기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다.
마을 어귀에는 약 3만5000평의 경관단지와 7000평 규모의 연꽃단지가 조성돼 있어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5월에는 노란 영채와 빨간 꽃 양귀비, 몽환적인 수레국화가 봄을 알리고, 8월과 9월말까지는 황화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을 알린다.
게다가 밤에는 고운 자태를 드러내며 활짝 봉우리를 펼치는 빅토리아 연꽃이 진귀한 볼거리를 전해주고 있다. 이 연꽃은 잎의 둘레가 1m가 넘게 자라며 관광객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마을 가운데 마련된 365m의 박과터널에는 조롱박, 단호박, 맷돌호박, 수세미 등이 가을을 알리며 옹기종기 커가고 있어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마을의 대표 축제인 ‘가을 꽃송이 축제’를 열어 마을 주민과 도시민들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 찾아가는 길-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827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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