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발상이 과학의 출발입니다”
국립과천과학관 제2회 골드버그대회서 장관상 수상, 저소득 학생에게 100만 원 수상금 기탁
“사실 기대를 하긴 했어요. 다른 팀들이 실수를 많이 했는데 우리 팀은 두 번 만에 성공을 했거든요. 방학 동안에도 나와서 늦게까지 연습했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어 기뻤어요.”
지난 8월 14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제2회 골드버그대회에서 고등부 부문 으뜸상인 미래과학창조부 장관상을 수상한 용인 흥덕고등학교(혁신학교) 물리동아리 ‘Microcosm’ 팀의 수상소감이다. 아직은 앳돼 보이는 얼굴에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소년들은 1학년 신동호, 최지우, 김재연, 이상혁 군으로 구성된 골드버그 프로젝트 팀이다.
학교나 집에서 재촉하거나 떠밀지 않았기에 오히려 책임감을 느끼고 대회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학생들.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방학을 보냈다는 이들의 다소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과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연한 기회에 골드버그 장치에 빠져, 흥미로운 과학으로 연결
중학교 때부터 골드버그 장치에 매료돼 여러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Microcosm’의 김재연 군은 지난해 대회에서는 중등부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능력자(?)이자 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시종일관 해맑은 웃음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주었던 김 군에게 일반인에게 아직 생소한 골드버그 장치에 대해 물었다.
“미국의 만화가인 루브 골드버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장치를 부르는 말이에요. 간단한 세상을 복잡하게 사는 사람들을 풍자하기 위해 신문에 만화연재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유래된 장치에요. 실제 하나의 원리를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어 풀어놓은 장치로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 에너지 보존 법칙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영향으로 골드버그 장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들은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함께 마음을 모으게 된 중학교 동창생이자 고등학교 동급생이다. 평소 과학이나 물리 파트에 관심이 많았는지 묻자 의외의 대답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릴 때부터 레고 만들기, 종이접기 같이 손으로 뭔가를 하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종이접기 1급 자격증까지 따기도 했죠.”(김재연 군)
“학교 동아리다 보니 두 달에 한 번씩 실험을 하곤 해요. 그림자에 색깔과 모양을 입힌다든지 하는 주로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을 많이 해보죠.” 신동호 군의 설명처럼 학생들은 물리동아리 활동을 통해 서로의 창의적인 생각들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동창생이자 고교 동급생이 만들어낸 합심의 결과
“대회준비를 4달 정도 했는데 처음부터 장치를 완벽하게 만들 수가 없어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만들어 보고 고치고, 또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이게 사실 힘들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재료가 없을 땐 쓰레기장을 뒤지기도 했고요. 학교 목공실, 기술실에 가서 나무들을 가져다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어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양하게 생각해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접목해 볼 수 있었다는 최지우 군의 설명이다.
이 팀의 유일한 객원 멤버인 이상혁 군은 농구부 출신임에도 방학동안 대회준비를 함께 해주어 팀의 든든한 서포터 역할을 해주었다.
“골드버그 장치를 성공시키려면 팀이 서로 마음을 맞춰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팀원들끼리 사이가 좋아야 해요.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라서 서로 너무 잘 알고 생각도 비슷해 큰 트러블 없이 준비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부 1등상을 수상한 팀답게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결과라며 수상의 영광을 팀에게 돌리는 학생들. ‘미래도시에 우주선을 이륙시켜라’는 대회 주제와도 잘 어울리는 스토리도 서로가 힌트를 주어 만들었단다.
“나로호를 발사시켜 외계인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도록 만든 장치였어요.” 하지만 사춘기 소년다운 재미있는 발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실패와 수정이 고단하게 녹아 있어야 했다.
100만 원의 우승 상품권, 저소득 아이들에게 기부
“대회 규칙상 어떤 팀이 무얼 만드는지 볼 수 없도록 칸막이가 쳐져 있는데 저희는 오히려 다른 팀을 의식하지 않고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풍경도 색칠하고 반짝이도 뿌려 우주의 느낌이 나도록 디테일까지 꼼꼼히 신경 썼노라 은근히 자랑을 풀어놓는 학생들. 1등상으로 받은 1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저소득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용인시 무한 돌봄센터에 기부할 만큼 속도 꽉 찬 학생들이다.
“수상을 하게 되면 좋은 일에 쓰자고 처음부터 팀원들끼리 마음을 모았어요. 그런데 이 일이 많이 알려져 매스컴에도 소개되고 하니까 굉장히 쑥스럽더라고요.” 자신들의 모습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게 된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다소 민망한 미소를 보이는 이들은 장차 어떤 꿈을 실현해 나가야 할지 고민도 많은 시기다.
“영화 ‘아이언 맨’에서 ‘상온 핵융합’에 대해 나와요. 아이언 맨을 탄생시킨 에너지원인데 거기에 꽂혀서 이것저것 찾다보니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저도 뜻 맞는 친구들과 함께 상온핵융합 연구소를 만들어 연구를 하고 싶어요.” 자신만의 흥미로운 꿈의 지도를 설명해준 김재연 군. 신동호, 최지우, 이상혁 군도 자신만의 빛나는 꿈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란다.
골드버그 장치를 만들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하자 “평상시에도 주변을 일상적으로 보지 말고 자세히 관찰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해보고, 처음부터 잘하려는 욕심대신 우선 만들어 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다부진 조언을 전해 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작은 장치에 담았다’는 뜻에서 ‘소우주’란 의미의 팀 이름 ‘Microcosm’ 처럼 이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꿈이 광대한 우주처럼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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