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명 경기유스오케스트라, 음악 안에서 마음껏 놀기를
많은 아동학자들은 감각기관이 발달하는 유아기에 음악교육을 하게 되면 지능개발에 큰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비단 유아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음악을 통해 치유를 받고, 즐거움도 얻고 때에 따라서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성장기의 오케스트라 활동은 개인적인 연주스킬만 연마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구성원과의 조화와 책임감을 배울 수 있어서 기회만 허락된다면 꼭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작년 겨울 경기유스오케스트라가 창단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이 창단에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은 풍생고등학교의 신민용 교사. 고등학교 음악교사로서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1년이 채 안됐지만 벌써 140여명의 단원이 있는 대형오케스트라로 성장하고 있다.
음악계의 전문가들 9명과 뜻 모아
그 시작은 단순한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항상 함께 생활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학교폭력과 입시스트레스로 얼룩진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음악을 통해 올바른 정서를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싹트면서 이 일도 시작되었죠.” 그는 현재 성남 풍생고등학교 음악교사이자 경기유스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 총괄, 음악감독의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각 학교의 오케스트라며,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 등 이미 결성된 오케스트라가 참 많다. 하지만 경기도를 묶는 유스오케스트라가 이제야 창단이 된 점은 놀랄만한 일이다. 아마 경기도의 범위가 넓어 통솔이 어렵고 예산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 교사가 이처럼 아무도 손을 못 대던 일을 시작할 용기를 얻기까지는 그 뜻에 동참하는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저와 뜻을 함께 하는 음악계의 전문가들 9명이 팀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140여명의 단원이 매주 토요일에 모이면 파트별로 연습을 시키고 오케스트라 운영도 함께 하고 있지요.”
처음에는 알음알음으로 단원이 모집되다가 나중에는 입소문이나 그 어떤 홍보도 없이 소문을 듣고 엄마와 함께 찾아온 단원이 많다고 한다. 성남, 용인, 수원, 서울 등 각지에서 찾아 들었다.
흔히 오케스트라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곳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단원이 모였기에 그 안에서 흐르는 독특한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 “형, 누나들이 앞에서 이끌어주고, 동생들이 잘 따르는 훈훈한 모습들이 연출되죠.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 있고 참 뿌듯합니다.”
이들은 실력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 연습을 하는데, 지난 6월 8일 정식적인 연주회를 하면서 성장에 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
“그때 선보인 여러 곡 중 마지막 몇 곡은 악기 소리를 낼 줄 아는 단원들은 모두 다 무대에 세웠어요. 연주의 완벽성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무대 경험이 중요하거든요.”
역시 아이들의 반응은 좋았다. 아이들은 음악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며 정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몰랐던 점을 발견하며 한층 자란 자녀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학부모의 격려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성공적인 발전을 점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경력과 24년 교직경력이 큰 도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저력은 무엇일까?
신 교사는 “물론 음악을 전공했고 수원시향에 몸담았던 경험과 90년대에 용인청소년 오케스트라를 맡은 적도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에다 교직생활 24년이라는 경력도 한 몫 했으리라.
“교단에 오래있다 보니 학업스트레스에 허덕이고 있는 아이들이 참 안 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음악이라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숨도 트이게 해주고 음악 안에서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또 교내에 오케스트라가 없어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분명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인원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장소문제는 특히 심각해요.” 경기 유스오케스트라는 현재 판교에 위치한 불꽃교회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지금은 다행히 장소를 제공받고 있지만, 한두 명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습하려면 더 확실하고 안정된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관에 협조요청을 한 적도 있는데 마지막에 무산되어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고유의 색깔을 지닌 오케스트라로 성장하길
경기유스오케스트라는 상업적인 목적이 없는 오케스트라이다. 그래서 소박한 면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롭게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저희는 성인 오케스트라를 그대로 모방하는 길을 택하지 않을 겁니다. 청소년답게 그들만을 색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어려운 정통클래식을 따라 하기보다는 다수의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연주자 스스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신 교사는 요즘 마음이 바쁘다. 다른 지역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합동공연을 하거나, 방학을 이용하여 음악캠프나 마스터 클래스를 여는 등 다양한 계획을 구상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규모의 확대보다는 내실을 기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또한 초급실력의 아이들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는 일도 시급한 문제다.
그는 관내뿐만 아니라 무대만 주어진다면 폭넓게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 같다. 경기유스오케스트라는 12월 송년음악회를 위해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중이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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