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졸 약혼자 알고보니 중졸 무직

지역내일 2013-09-17
유명대학교 부교수 사칭 … 의료봉사 활동까지

미국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국내 유명 사립대 성형외과 부교수를 사칭,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뜯어낸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재력가 집안 출신에 유명 대학병원 성형외과 의사로 행세하며 미니홈피를 통해 소개받은 여성 A씨와 결혼할 것처럼 속여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서 모씨(31·무직)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씨는 중학교 졸업 학력인데도 독학 끝에 습득한 의학 전문지식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의사들과 의료봉사활동까지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모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30대 A씨는 지난 2011년 5월 지인으로부터 미국 하버드 의대를 졸업했다는 서씨를 소개받았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서씨는 하버드 의대를 나와 국내 유명 사립대에서 성형외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했다. 서씨는 영어로 쓰인 전문 의학서적을 읽고 일부 의사들과 지방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A씨는 서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게 됐고, 지난해 5월부터는 동거를 시작했다. 서씨는 동거 기간에 재벌가 3세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여 A씨로부터 결혼 축의금 등 각종 활동비 명목으로 5000만원 가량을 받아 챙겼다.

경찰조사 결과 서씨는 약 6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미국 유학생과 의사를 사칭하며 실제 의사 등과 교류해 친분을 쌓은 뒤 피해자에게 접근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는 가짜 의사 가운을 만들고 대학병원 로비에서 만나는 등 치밀한 준비로 A씨를 속였다. 그는 또 S그룹, D그룹 등 국내 재벌가 3세들과의 친분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서 씨가 A씨 외에도 다른 여성들도 여럿 만난 점 등을 토대로 의사를 사칭한 사기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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