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 - 둥근 달이 비추는 추석 풍경

추석을 앞둔 속마음 … 흐뭇하거나 또는 불편하거나

흐뭇함도 불편함도 둥근 달 보며 둥실~

지역내일 2013-09-16 (수정 2013-09-16 오후 11:21:53)

“오랜만에 친지들 만나서 같이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으니 즐겁죠.” “힘들게 음식장만하면 진공청소기처럼 음식 싹 쓸어가는 시누이가 정말 얄미워요.”
추석이 코앞이다. 주말을 넘어서며 저마다 명절 준비에 분주하다. 그 와중에 사람들의 마음은 제각각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마음이 들뜨기도, 머리부터 지끈거리기도 한다. 흐뭇할 수도, 불편할 수도 있는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봤다.




흐뭇한 추석 “기억에 오래 남는 진짜 명절이죠”




“가족 모두 서울 나들이 나서요”




추석에 시가인 서울에서 식구들이 모인다. 추석 전날 오전부터 음식을 장만하다 보면 오후쯤 대충 명절 준비가 끝난다.
종일 기름 냄새 맡느라 식욕도 떨어질 즈음, 우리 가족 모두는 서울나들이에 나선다. 먼저 남산이나 명동거리를 활보한다.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 시내구경은 재미가 쏠쏠하다. 길도 한산해서 평상시는 꿈도 못 꾸는 시내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오장동에 가서 냉면을 먹고 충무로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광화문이나 청계천으로 놀러 나갈 때도 있다. 신당동 떡볶이집에도 가고 신림동 순대골목으로 마실을 가기도 한다. 가족들과 함께 슬렁슬렁 서울 거리를 걷다 보니 한 해 한 해 추억이 쌓인다. 서울구경 덕에 명절 재미를 톡톡히 본다.




- 김은정(45·아산시 탕정면)




명절마다 펼치는 장기자랑은 인기 프로그램




명절 때마다 아이들 장기자랑을 한다. 걷고 말 배우기 시작한 어린 조카부터 고2 조카까지 누구하나 빠지는 사람이 없다. 1등을 정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어차피 줄 용돈을 좀 더 기분 좋게 주고 아이들은 감사하게 받는다. 부모님께도 미리 용돈을 드려서 애들에게 줄 수 있도록 배려해 드린다.
특히 설날 부모님이 새해덕담을 쓴 손 편지를 세뱃돈 봉투에 같이 넣어 주시곤 했는데, 이제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조카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세뱃돈을 준다.
명절 때 장기를 펼쳤던 아이들 모습은 우리가족만의 인터넷 카페에 사진과 동영상으로 올려 두고두고 감상하며 즐긴다. 카페에 여행한 이야기도 올리고 방학숙제 작품도 올린다. 서로 들여다보며 댓글도 달아주다 보면 가족 간의 사랑이 더 느껴지곤 한다. 추석, 얼른 만나고 싶은 우리가족 대잔치 날이다. 




- 강미나(40 천안시 봉명동)




“남자들 없는 여자들 수다 타임 즐거워요”




추석 전날이면 온 집안 남자들이 모여 당구장에 간다. 자기들끼리 내기해서 저녁까지 먹고 들어온다. 사실 집안일 하는데 남자들이 여자들처럼 재빠르게 도와주지 못하지 않나. 집안에서 일도 안하면서 여자들에게 심부름만 시켜먹느니 차라리 나가서 밥까지 해결하니까 챙겨줄 일 없어 훨씬 편하다. 일도 빨리 끝난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남자들 시키는 거 꺼려하시는 데 눈에 걸리지 않으니 서로 편하다.
사실 남자들 없이 여자들끼리 음식 만들면서 하하 호호 수다 떠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이젠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 김숙자(47 아산시 권곡동)




“식구가 많아서 좋아요”




집안 식구 다 모이면 30명이 넘는다. 우리 가족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장기 바둑 윷놀이 등 다양한 게임을 한다. 온 집안이 떠나가는 듯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모두 십시일반 내놓은 상금은 최종 승리한 1등에게 몰아준다. 한마디로 계 타는 거다.
경기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한말 반이나 되는 송편을 빚는다. 하지만 어느새 이긴 사람들도 죄다 둘러앉아 송편 빚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니 금세 송편을 다 빚는다. 매번 하는 거라서 아무도 싫은 내색 없이 즐겁게 참여한다. 식구 많을 게 이럴 때 참 좋다.




- 서정애(59 아산시 둔포면)




불편한 추석 “추석만 다가오면 한숨부터 나요”




시누이는 명절, 나는 노동절




명절이면 시가 식구들이 모두 아산 우리 집에서 모인다. 친정이 부산이다 보니 명절에 친정나들이는 엄두도 못 낸다.
명절에 식구들 식사 준비하고 손님 치루는 것은 종부인 내 차지라 하더라도 한 가지 골치 아픈 일이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시누이는 우리 집에만 오면  미용실을 가네 쇼핑을 하네 하며 아이들을 맡겨두고 자기 남편과 함께 밖으로 돈다. 이 동네가 자기가 사는 곳보다 번화가라 볼일 보기가 편하다나. 매번 명절이면 애보개 노릇하는 게 슬슬 짜증난다. 명절도 그냥 각자 집에서 보냈으면 좋겠다 싶은 게 내 속마음이다. 




- 전명주(48·가명)




“명절이 더 처량해요”




40도 중반을 바라보는 싱글이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지 수년이 되었다. 친척어른들 한소리씩 듣는 것도 그렇고 식구들 모이면 편하게 어울릴 상대도 없어 명절에는 되도록 고향에 가지 않는다. 주로 휴가를 모아 여행을 다녔다.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다니면 한산하고 좋았는데 그것도 점점 쉽지 않다. 같이 갈 상대가 없다. 여행 동아리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 몇과 함께 다녔는데 그것도 시들하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이번 명절에는 책이나 몇 권 사다 놓고 집에 있을 계획인데 사람들이 문 여는 식당부터 알아놓으라고 하더라. 명절이 더 처량 맞다. 




- 이희주(42·가명)




“긴 추석 뭘 하며 지낼까요?”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큰 형님 댁에서 가족들이 모이는데 전 같지 않다. 어머님이 사시던 집인데도 명절 양상이 달라졌다. 명절 하루 전에 내려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일하시는 형님이 명절 준비하느라 고생하시는데 하루 지내다 오는 것도 서로 불편한 일인 것 같아 명절 당일 새벽에 내려가 아침 식사 하고는 바로 올라오는데, 영 서운하다. 이번 추석은 길어서 아이들과 뭘 하며 지낼지 걱정이다. 여행이라도 갈까 했는데 중학생 딸이 추석 지나 바로 중간고사라 부담스럽다고 싫단다. 애들 데리고 영화관이나 패밀리레스토랑을 전전하게 생겼다.




- 지정희(44·아산시 배방읍)




특별한 추석 “이번 추석은 행복했네”




이번 추석은 나눔 실천 명절로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긴 편이지만 시댁 친정 다 사정이 있어서 오래 있다 오질 못한다. 남은 기간 뭘 할까 고민하다 애들 데리고 봉사활동 가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놀러 갈만한 곳도 웬만큼 가봤고 시간 나면 잠으로 때우기 십상이지 딱히 할 것도 없다.
중고생인 애들은 엄마아빠 따라가기 싫어하는 눈치지만 봉사시간도 채울 겸 이럴 때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명절이 더 외로운 이웃들이 생각보다 많다. 주기적인 봉사활동을 하곤 있지만 여태껏 명절에 가보자는 생각은 못했다. 애들을 잘 설득해서 이번엔 나눔을 실천하는 명절 보내고 싶다.




- 노경아(44 천안시 성정동)




세련된 시어머니 덕분에 올해 추석은 휴가




시어머니가 몇 달 전부터 이번 추석은 각자 즐겁게 보내자고 공표를 하셨다. 시부모님은 두분이 여행을 가실 계획인 것 같았다. 애들도 어리고 여름에 너무 더워 휴가도 못 갔는데  완전 ‘야호’였다. 세련된 시어머니라고 주변 엄마들이 입을 모은다. 우리 가족은 제주도 여행을 예약했다. 어렵사리 비행기표도 구했고 숙소도 잡았다. 이렇게 추석이 기다려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연휴도 길고 날씨도 좋고 정말 한가위만 같아라! 




- 고예은(37·아산시 권곡동)


이번 추석은 뿌리를 설명해주는 교육의 기회로


본가와 처가가 멀리 있어서 명절엔 어른들 찾는 것만도 바쁘다. 양가 부모님께 얼굴도장 찍고 하룻밤씩 자고 나면 다시 꽉 막힌 도로에서 전쟁. 집에 오면 녹초가 됐다.
하지만 이번엔 맘먹고 성묘 한번 다녀오려고 한다. 선산은 본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주차장 같은 고속도로를 왔다 갔다 하는 게 번거로워 늘 부모님만 다녀오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에 못 가본지 7~8년은 된 것 같다. 아주 가끔이라도 조상을 모신 선산에서 내가 나고 자란 뿌리를 설명해 주는 것도 교육이라고 생각하면서 정작 애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명절에는 꼭 해보려고 한다.
선산 산소 등을 생각하다보면 요즈음 우리나라도 화장 문화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하지만 아버님께서 한사코 ‘나 죽으면 화장해라’라고 이르실 때면 듣는 자식 입장에선 당황스럽고 고민이 된다. 어떻게 해야 무리가 없을까? 할아버지 할머니께 여쭈어 보고 싶다.




- 강성빈(46 천안시 백석동)




노준희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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