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뿔났다

‘욱’해서 떠난 나 홀로 홍콩 여행기

지역내일 2013-09-16

때론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이 필요할 때가 있다. 우울하거나 힘들거나 지쳤거나 혹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거나. 이유야 어떻든 절실한 마음이 들면 저질러버리게 돼있다. 그래서 떠났다. 수많은 복잡다단한 일을 뒤로 한 채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이 모든 관계를 잠시 잊고 홀로 홍콩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홍콩1 

총체적 난관,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
떠나기 2일 전 홍콩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휴대폰을 두고 가려했지만 3박 4일 여정 중 부득이 처리해야 할 업무 때문에 해외 로밍을 신청해야했다. 데이터 로밍을 신청하면 전화, 문자는 자동으로 로밍이 된다기에 결국 휴대폰이라는 족쇄를 차고 홍콩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부터 난관은 시작됐다. 휴대폰을 껐다 켜면 자동 로밍이 설정돼야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공중전화를 찾았다. 어렵게 허락받은 나 홀로 여행이라 불안해하던 남편의 얼굴이 아른거려 급한 마음에 신용카드를 넣고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해서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급기야 공항 편의점으로 달려가 전화카드를 구입하니 유심 칩이 들어있었다. 홍콩 거대 통신사인 PCCW 유심 칩. 휴대폰에 끼워 한국으로 전화를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불통. PCCW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가 비밀번호를 설정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였다. 로밍의 난관 탓에 하루 9,900원의 무제한 데이터 로밍보다 홍콩 유심카드가 인터넷과 통화료가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물론 안타깝게도 모든 총체적 난국을 해결한 뒤에야 깨닫게 된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다음에 다시 올 때나 써먹을 수밖에. 

홍콩2

홍콩의 번화가 침사추이 교통편    
홍콩을 여행하려면 먼저 한국의 티머니와 같은 ‘옥토퍼스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버스, 지하철, 고속철도, 페리 탑승은 물론 편의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만능카드다. 공항에서 옥토퍼스 카드를 구입해 침사추이 시내까지 가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15분이면 도착하는 고속철도 AEL과 호텔 무료셔틀버스 연계 이용,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 MTR 통총역에서 환승, 그리고 공항버스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고급호텔에 묶는 것이 아니라면 AEL은 별로 유용하지 않다. 가장 저렴하고 타는 재미가 있는 버스와 MTR보다는 한 번에 가는 공항버스를 이용, A21 정류장에서 탑승해 침사추이역으로 향했다.
홍콩은 2층 버스 천국이다. 도로가 꽉 막혀도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건 순전히 2층 버스의 환상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2층 좌석은 불안하기만 하다. 초행길이기 때문에 전광판과 안내방송만으로는 제 때 내린다는 보장이 없다. 운전기사 옆에서 수시로 물어본 뒤에야 마침내 14번째 정거장인 침사추이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홍콩3

쇼핑의 천국 침사추이의 명소들
침사추이는 랜드마크인 시계탑을 비롯해 스타의 거리, 스타페리, 심포니 오브 라이츠, 그리고 하버시티 등 쇼핑 명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빅토리아풍의 시계탑은 과거 홍콩과 중국대륙, 몽골과 러시아를 연결하던 대륙횡단 열차의 출발점인 카우롱 역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시계탑만 보존하고 있다. 인근 광장에 앉아 시계탑을 바라보니 대학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선배들이 말만 걸어도 얼굴이 빨개지던 첫 MT. 그 모든 추억은 청량리 시계탑에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옛날을 회고하며 바로 옆 스타의 거리로 향했다.
스타의 거리는 하버시티, 스타페리 선착장, 시계탑부터 홍콩예술박물관을 지나 침사추이 동역까지 연결된 해변 산책로에 위치해 있다. 홍콩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일까. 성룡, 주윤발, 유덕화 등 배우들의 손도장과 발차기를 하는 이소룡의 동상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하버시티는 홍콩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로 스타페리 선착장과 명품 쇼핑가 캔턴로드 사이에 있다. 오션터미널, 마르코 폴로 홍콩 호텔 아케이드, 오션센터, 게이트웨이 아케이드 총 4개 구역으로 나뉘며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모든 것을 구입할 수 있다.
침사추이역 B1 출구 나단로드를 걷다가 미라마 쇼핑센터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왼편에 계단이 나온다. 20여 개의 테라스 레스토랑 및 주점이 밀집해 있는 너츠포드 테라스이다. 이곳에서 맥주와 미트볼을 주문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눈인사를 하게 되는 곳. 수많은 잡념을 비우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홍콩5

센트럴과 스탠리
침사추이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센트럴행 스타페리를 탔다. 스타페리는 1888년 최초 운행한 이래 지금까지 사랑받는 운행수단이다. 한화로 300~500백 원이면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여행객에겐 최고의 교통수단인 셈. 밤에 탑승하면 매일 밤 8시에 33개의 대표적인 건물이 일제히 불을 밝히는 심포니 오브 라이츠를 덤으로 볼 수 있어 4번이나 이용해 빛의 쇼를 감상했다.
센트럴 선착장에 도착하면 홍콩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인 투 IFC 빌딩을 만날 수 있다. 영화 <툼레이더2>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거대 쇼핑몰이 형성돼 있지만, 쇼핑을 즐기지 않는 탓에 영화 <중경상림>에 등장했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800미터나 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영화 속 양조위가 출근하는 등 주인공들의 주요 장소였다. 몽환적인 영화 속 분위기를 떠올리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레스토랑 거리 소호. 창가 자리도, 레스토랑 앞 길바닥도 모든 것이 낭만적이다. 길가에 앉아있던 다국적 여행객들과 짤막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스탠리. 작은 마을이지만 스탠리마켓과 해변은 휴식을 갈구하는 여행자에겐 최고의 장소다. ‘한 개 사면 한 개 더 준다’는 한국어 문구가 정겨운 스탠리마켓에서 홍콩여정 처음으로 소박한 쇼핑을 즐겼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 생각해보니 결론은 ‘받아들임’이다. 여행의 난관도 삶의 버거움도 받아들이고 나면 홀가분하다. 그것이 홍콩 여행에서 얻은 가장 귀한 깨달음이었다.
piokhee@naver.com 피옥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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