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사후 더욱 거세게 불고 있는 융합화 바람의 영향으로 입시 제도에 융합 전형이 생기고, 대학에서 융합학과를 앞 다투어 신설하고 있으며, 심지어 유아들에게까지 융합교육 열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융합인재교육(TEAM)을 2011년부터 중점 추진 과제로 설정하여 이에 편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의 자산인 미래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할 창조적이고 융합적인 인재의 양성을 위해 융합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융합 인재교육(STEAM)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융합인재교육(STEAM)이란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의 융합형 교육을 말하는 것으로 현대사회의 무한 경쟁의 논리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배고프다고 아무 때나 비벼 먹는 비빔밥이 아니다. 배가 출출하고 마땅히 먹을 게 없을 때 남은 음식 섞어서 비벼먹는 비빔밥은 우리에게 많은 미덕과 감동이었을지 몰라도, 교육은 우리 미래의 삶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선택이다. 지금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비벼서 배에 채워 넣으려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 비빔밥은 배고플 때 한 번으로 족하다.
그리고 그 비빔밥은 각각의 개성을 지닌 반찬들이 어우러져 피워내는 맛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애초부터 비빔밥을 목표로 만들어진 재료들은 반찬으로서의 개성과 고유성을 지니지 못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빔밥이 개성을 잃어버린 하나의 메뉴에 불과하듯 어쩌면 마구잡이로 통합하고 조합하여 만들어진 융합교육의 미래는 다양성을 잃어버린 끔찍한 맛이 될지 모른다.
융합은 창의성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다. 융합은 창의성을 만드는 과정이지 창의성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각 학문의 고유성이 바로 선 상태에서 본질적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양성을 상실한 통합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특히 교육은 사람을 가꾸는 일이므로 이렇게 서두른다고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요즘 각 대학에서는 융합교육의 미명아래 고유학과를 폐지하고 통합, 축소하는 분위기마저 당연시되고 있는 현실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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