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적 여유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활기찬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시니어(Senior)들이 늘고 있다. 그 중 책을 읽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시니어들이 도전하는 것이 바로 독서지도사다. 손자 손녀들을 위한 독서지도는 물론이고 독서토론리더로 활동할 수 있는 독서지도사에 도전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시니어들을 만나보았다.
유광은 리포터(lamina2@naver.com)
평소 좋아하던 독서로 제2의 인생을 준비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과 재채기를 하는 르네라토는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요? 외롭다는 거 말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는 이들이 외로웠기 때문에 친구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외롭다기보다는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등 사람들의 눈에 띄는 모습이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장 자끄 상빼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앞에 두고 독서토론이 한창이다. 열띤 토론을 벌이는 참가자들은 나이 지긋한 시니어들. 동네 어르신들처럼 편안한 인상이지만 토론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논리적으로 의견을 펼쳐가는 모습은 한창 공부에 불붙은 학생이 따로 없다.
양천도서관 시니어독서지도자과정은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열린다. 55세 이상 시니어들만 참가할 수 있는데 30명 모집정원에 신청자가 너무 많아 정원을 늘릴 정도로 인기다. 이 날 수업은 독서지도자과정의 다섯 번째 수업으로, 40여명의 참가자들이 네 조로 나뉘어 독서토론을 펼쳤다. 독서지도자과정을 지도하고 있는 독서교육회사 ‘행복한 상상’의 수석연구원 윤석윤 강사는 참가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시니어 독서지도자과정에 참여하는 분들은 한 달에 두 권 이상 책을 읽을 정도로 책을 아주 좋아하는 분들이세요. 자발적으로 참가하셔서 그런지 아주 열정적이시지요. 항상 즐겁고 행복해 보여서 저도 덩달아 에너지를 얻어요.”
독서능력은 물론 독서토론 기술도 필요한 독서지도사
독서지도자과정이다 보니 토론 그 자체보다 토론리더 실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석윤 강사는 “독서지도자 과정은 독서토론리더를 길러내는 교육”이라며 “이론 수업이 아닌 매회 실습으로 이루어져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교육덕분인지 이날 토론리더로 활동한 네 명의 수강생들은 마치 전부터 독서지도사로 활동해온 것처럼 진행 솜씨가 익숙해 보인다.
토론리더로 활약한 장세형씨는 찬반토론논제에 참가자들이 손바닥으로 의사표시를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동시에 다 같이 손을 드는데 찬성의 경우는 손바닥을, 반대의 경우는 손등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심각하게 토론을 이어가다가도 손을 들어 의사표시를 할 때는 놀이하듯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긴장을 풀면서도 확실한 의사표시가 된다. 이렇게 능숙하게 토론을 이끌던 장세형씨도 토론리더로 나서보니 리더의 역할이 쉽지 않다고 한다.
“조에서 찬반토론을 하는데 참가자중 한분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간의견을 냈지요. 예상치 못한 일이라 토론리더로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과정 중에 이런 경험을 하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현장에서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토론이 끝나면 토론리더에 대한 평가시간을 갖는다. 마무리가 좋았다는 장점부터 시간 안배가 잘못됐다는 등 고쳐야 할 점까지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참가자 모두 각자 느낀 점을 솔직하게 쏟아낸다. 단점을 듣는 토론리더의 표정이 진지하다. 지적한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독서지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학생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윤 강사는 “단순한 독서 소감을 나누는 독서모임보다는 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형태가 사유의 폭을 넓히고 상상력을 확장시킨다”며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 시니어 독서지도사들의 활동은 손자손녀의 독서교육은 물론이고 지역 도서관의 독서토론문화를 활성화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미니 인터뷰
수강생 이정순씨
“손자손녀와 잘 통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초등학교 6학년 손자와 이 책을 함께 읽었는데, 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더라고요. 제가 독서지도자과정을 신청한 것도 다 손자손녀들 때문이에요. 책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었지요. 처음에 신청자가 많아 대기자 명단에 있어 혹시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조마조마 했는데 이렇게 참가하게 돼 너무 좋아요.
수강생 왕기수씨
“은퇴후 여유 시간을 독서지도사로 활동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엔지니어로 일한 후 퇴직을 하고 여유가 생기니 보람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졌지요. 그러다가 양천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시니어독서지도사 과정을 알게 됐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독서를 통해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과정을 마치면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에요. 아직 두 살, 세 살인 어린 두 손자도 좀 크면 제가 독서지도를 해 줄 생각이에요. 독서토론도 같이 하고요. 독서방향이라든가 체계적으로 독서하는 법을 알려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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