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다 우리 동아리 - 강서고 연극부 ‘여울’

학교 클럽활동으로 시작한 연극, 꿈이 되고 진로가 되다

“여울은 저희들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죠”

지역내일 2013-09-04 (수정 2013-09-04 오후 2:31:13)

시험성적으로만 대학을 가던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재능과 관심, 적성을 펼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 대세다. 자신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성장해 나가는 청소년. 동아리 활동에 청소년의 꿈이 녹아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차려놓은 밥상이 아닌,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는 동아리. 우리지역 청소년 동아리를 만나보자. 

여울1

오후 7시, 강서고등학교 지하 시청각 실에서 연극부 ‘여울’ 학생들과 박석민 교사를 만났다. 첫 대면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 모습에서 생기와 발랄함이 느껴졌다.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던 사람 좋게 생긴 박석민 교사는 11년째 연극반을 맡아 온 지도 교사로 리포터에게 간단한 인사 몇 마디를 건넨 뒤 “아이들과 편하게 이야기 나누세요” 하고 자리를 비켜준다.
시청각실 무대 위에 학생들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학생들은 지난해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5·18청소년 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하게 연극 활동을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학생들 대부분이 호기심으로 시작한 동아리 활동이 대학을 선택하고 진로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꿈은 배우, 극작가, 연출가, 메이크업아티스….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해 연극을 하는 이 순간이 늘 즐겁단다. 

여울2

대본에서 연출까지, 학생들이 직접 담당
연극부는 9월 7일 안산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청소년연극제’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극제 때 공연 할 작품은 ‘종이비행기’, ‘속임수’, ‘조용한 세상’ 등 세편의 단편을 결합해 한편의 연극으로 만든 옴니버스식 단막극 ‘선생님, 선생님’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순수 창작품이란 점에 조금 놀랐다. 극 중 ‘종이비행기’와 ‘속임수’는 4년 전 박 교사와 졸업한 연극반 친구들 공동 작품이고, ‘조용한 세상’은 현재 고3인 한요한 군이 쓴 작품이다.
연출과 스텝도 모두 학생들이 담당을 한다. 노태종(고2) 군과 임소영(고1) 양이 연출을 맡아, 배우의 동선과 무대 조명을 구상하고 극을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박 경우(고2) 양과 유주연(고1) 양은 분장을, 임다희(고2) 양과 이제일 (고1) 군을 비롯한 다른 학생들은 각자 배역을 맡아 한편의 연극을 만들고 있었다.
연출을 맡은 소영 양은 “음악을 하고 있지만 연극부에 처음 올 때부터 연출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함께 연출을 하고 있는 노태종 군에게 연출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고 물었더니 “배우들이 내 뜻에 따라 연기해 줄때”라고 한다.
태종 군의 꿈이 뮤지컬 배우라는 말에 노래 한 곡을 청했다. 이날 시청각 실에서는 ‘배우 임태경’이 아닌 태종 군이 부르는 뮤지컬 ‘불의 검’ 삽입곡, ‘그대도 살아주오’를 들을 수 있었다. 

‘여울’이 학생들에게 준 것은 ‘행복함’
학생들에게 연극부 ‘여울’에 대해 자랑할 것이 있냐고 질문했다. 그중 한 학생이 “여울의 자랑은 바로 ‘우리’죠. 우리가 여울의 자랑이고, 여울이 우리의 자랑이에요”라는 대답했다. 순간 시청각 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대답의 장본인은 이상원(고2) 군. 인터뷰 내내 언변이 좋아 보였던 상원군은 “배우가 꿈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선생님도 되고 싶다”고 했다.
선정원(고1) 군이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연극부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연극을 하다 보니까 삶이 즐거워지고 배우가 되고 싶어졌어요. 솔직히 연극부 때문에 학교 오고 싶을 때도 있어요”라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그 중 부모의 격려로 힘을 얻었다는 학생도 있었다. 바로 백솔이(고2) 군이다. 솔이 군은 ‘로미오와 메피스토텔레스’ 공연 때 ‘메피스토텔레스’ 역을 맡아 주변 친구들과 부모님에게 연기력에 대해 좋은 평을 들었단다. 솔이 군은“한마디로 너무 행복했죠”라고 말했다.
연극부에서 가장 선배인 최희성(고3) 군, 사정이 있어 전화인터뷰를 한, 한요한(고3) 군은 연극 관련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희성 군의 목표는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기수업을 받는 것”이란다. 

여울3

극작가 지망생 요한 군에게 ‘여울’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냐고 물었다. 요한 군은 이런 말을 했다. “여울은 나에게 ‘길’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나는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연극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앞으로도 첫 작품 ‘조용한세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준 여울에 두고두고 감사할 것 같고요, 그래서 저한테 여울은 가야할 방향을 찾아준 ‘길’이었던 거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문지영(고2) 양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연극부가 모일 수 있는 연습실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라고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의 연극이 끝나 막이 내리고, 관객들에게서 박수갈채를 받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는 연극부 학생들, 11년을 한결같이 “학생들이 즐겁기만을 바라고 연극반을 이어간다”는 박석민 교사, 이들이 학교 안에서 꾸고 있는 그 ‘꿈’을, 응원해본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l.net

여울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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