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월 전월세 대책이 발표됐지만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평촌 산본의 전세물량 품귀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물량이 달리다 보니 하룻밤 사이에도 수천만 원씩 전세가격이 뛰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남편 직장과 아이들 학교 문제로 이사를 계획 중인 사람들, 살던 집이 팔려 이사를 가야하는 세입자들은 말도 안 되게 치솟은 전세가에 웃돈을 얹어서라도 전셋집 잡기에 매달리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평균 3000~4000만 원은 기본, 많게는 7000~8000만원까지 임대보증금이 올랐지만 이마저도 부르는 게 값이라는 현장목소리는 세입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2013년 가을 이사철을 맞은 평촌과 산본지역 전세가 동향과 품절된 전세물량에 발만 동동 구르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10월 중순이 전세 만기라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어요. 재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5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하네요. 부동산에서는 그것보다도 더 받을 수 있다고 했다는 집주인 앞에서 가격 낮춰달라는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지난 8월 말 평촌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김미숙(43ㆍ귀인동) 주부의 말이다. 김 씨는 이날 집을 구하지 못했다. 그는 “부동산 세 곳을 돌았는데 마땅한 집이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가격으로는 같은 평형으로 이사가 불가능하고 금액을 더 올린다하더라도 현재는 매물이 없어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부동산에서 만난 윤명훈(41·비산동) 강명숙(38) 부부 역시 “하루 종일 집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며 “뉴스에서 말로만 듣던 전세품귀 현상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강 씨는 “아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만이라도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살기를 바랐다. 집주인이 1년 전 집을 팔려고 내 놓았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안심했는데 지난 주 한 사람이 보고는 바로 계약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됐다”며 “45일 여유가 있는데 부동산 말이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품귀 현상, 평촌·산본도 예외 아니다
최근 평촌의 부동산을 방문하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하소연하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에서 전세 가격을 예상하고 부동산을 방문해 보면 실제 가격은 더 높은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물량이 없어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 학교문제로 살던 곳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 집을 구해야 하는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시세보다 비싸게 나온 전셋집이라도 언제 또 전세 매물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평촌은 학군이 좋아 전세물건이 나오는 족족 소진되는 지역 중 하나다. 귀인초와 범계초, 범계중 평촌중 귀인중 등 괜찮은 학군에 소문난 학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엄마들의 선호도가 높다. 전세수요는 늘 넘치고 물량은 달린다. 8월 말 현재 평촌동 꿈마을 건영3단지 125.62㎡의 경우 매매 일반평균가가 4억9000만원 전세 일반평균가가 2억9500만원, 귀인마을 현대홈타운 79.33㎡는 매매 3억5000만원 전세 일반평균가는 2억3500만원, 꿈마을 동아아파트 125.62㎡의 경우 매매가 4억7500만원, 전세가 3억1500만원에 형성되어 있다.
평촌동의 M부동산 중개사는 “집주인이 만기 도래한 전셋집을 내 놓을 때 몇 천은 기본으로 더 올려 내놓고 있다”며 “가격이 다른 곳과 비교해 높게 나왔어도 보통 10일 이상만 기다리면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워낙에 물량 자체가 없다보니 전세물건이 하나라도 나오면 바로 당일 계약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매물도 매물이지만 최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얹어 집살까?”, 전·월세 대책 발표 후 아파트 매매 문의 늘어
산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매매가의 70%를 상회하면서 30평형대 전세가격이 2억원대에 육박하거나 학군이 좋은 경우 2억을 훌쩍 넘긴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산본동 묘향(롯데) 115.7㎡의 경우 매매 일반평균가가 3억4250만원 전세 일반평균가가 2억5500만원, 당정동 당정마을엘지 109.09㎡ 매매 3억1000만원 전세 2억2000만원, 금정동 삼익소월 125.62㎡ 매매 3억4800만원 전세 2억4000만원에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
산본동 A부동산 중개사는 “매스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세품귀다, 폭등이다 말들을 하니 집주인들은 당연히 전셋값을 올려 내놓으려 한다”며 “세입자들은 세입자들대로 이사 보다는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이익이라 생각해 대부분 주인이 올린 금액에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고 증액이 어려운 경우 금액만큼 월세를 주는 반전세 형태의 재계약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 11월 초에 전세만기가 돌아온다는 군포시 산본동 이주미(42) 주부는 “집주인이 4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집 상태로 봐서 이해할 수가 없는 가격”이라며 “집을 알아보다 보니 전세매물은 없고 급매로 나와 있는 집이 있어 아예 집을 살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산본동의 S부동산 관계자는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전세를 구하러 온 손님이 좀 더 보태 집을 사겠다는 경우가 있다"며 "전세물건은 없고 전세비중이 높다 보니 차라리 사자는 생각을 하는 수요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배규 안양시동안구지회장은 “서울의 전세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교통이 편리하고 강남과의 접근성이 좋은 평촌·산본 등 수도권의 전세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 지켜보아야겠지만 취득세 인하와 장기 저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확대 등 정부의 전월세 대책으로 주택 매입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기존 전·월세 수요가 일정 부분 주택 매매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전세 뿐 아니라 내 집 마련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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