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_ ‘스마트 입시’ 내세운 한양대 배영찬 입학처장

지역내일 2013-08-05 (수정 2013-08-05 오후 5:02:21)


“입시 정보 왜 꽁꽁 숨기나? 수요자 위해 전면 개방한다”
스마트폰 앱 통해 지원편의*입시정보 전면 공개 시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모의고사 점수를 입력하면 선택한 학과의 합격 가능성은 물론 지원 가능 학과를 추천해주고, 한 번의 방문으로 수시는 물론 전공 상담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카페 같은 입시 설명회….
2014학년 수시 전형을 앞두고 한양대학교가 파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스마트 입시’를 표방한 올 한양대 입시의 두 가지 키워드는 ‘수요자 중심’과 ‘정보 공개’. 이제까지 최상위권 대학들이 일절 공개하지 않았던 합격선 공개 시도나, 최소한 한양대 입시 정보만큼은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 없도록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곳곳에 마련한 세심한 장치들이 돋보인다.
이 중심에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는 배영찬 입학처장이 있다. 정부 정책보좌관과 청와대 자문위원 등을 거쳐 10년 만에 다시 입학처로 돌아온 ‘교육통’이다.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입시 초짜’도 한눈에 이해하는 전형 자료집
배영찬(55) 처장을 만나기 위해 한양대 입학처를 찾은 날, 올 수시 전형 최종 버전이라는 모집 요강 자료집이 막 도착해 있었다. 일단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포인트를 키운 글자 크기가 눈에 띈다.
“복잡한 수시 전형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고3 수험생 엄마들이 깨알 같은 자료집 글씨 때문에 또 스트레스를 받아서야 되겠어요? 올 자료집은 안경 쓰지 않고도 볼 수 있게끔 글자 크기부터 큼직큼직하게 바꿨죠. 하하.”
뿐만 아니다. 선택형 수능에 따라 변화가 많았던 만큼 최종 정보가 중요한 수능 최저 학력 기준과 전형별 고사 일정 등은 일목요연하게 전반부에 배치했다. 특히 새로운 접근 방식은 전형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해준 핵심 문구. 학업 우수자 전형은 ‘학생부(교과) 우수자 선발, 상위 70% 수능 면제’, 브레인 한양 전형은 ‘수능 우수자 전형, 학생부 교과 성적 미반영’, 한양 우수 과학인 전형은 ‘과학고 과학영재고 학생 선발, 수리 사고 평가 중심’이라고 못을 박았다.
논술로 선발하는 일반 우수자 전형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우선 선발’과 ‘일반 선발’을 여전히 헷갈려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배 처장이 직접 선발 프로세스를 도식화해 정리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올 수시에서 복잡한 전형을 중심 전형 요소에 따라 6가지로 분류, 부제를 달도록 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모의고사 진단 앱’ 파격, 대학이 정보 공개 않을수록 사교육 의존도↑
일선 고교의 진학 담당 교사들도 주목한 스마트폰 앱 ‘한양 입학 플래너’는 가히 파격이라 할만하다. 앱이라는 형식보다 ‘입시 정보 완전 공개’라는 취지가 대학가의 관행을 깬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6월 모의고사 점수를 입력하면 선택한 학과의 합격 가능성을 확률로 제공하고, 그 외 지원 가능한 학과를 알 수 있도록 개발했어요. 전년도 정시 합격생의 수능 성적을 전공별로 입력한 데이터가 비교 기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합격 커트라인이 노출되는 셈인데, 지금까지 대학들이 굉장히 꺼리는 것 중 하나였죠. 그렇다보니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입시 학원의 컨설팅 서비스나 배치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대학 합격생의 정보는 우리가 가장 많이, 정확하게 알고 있는데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봤어요. 자신감이라기보다 수요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 측면에 더 무게를 뒀죠.”
앱을 공개하고 나니 ‘대학의 의도에 따라 합격 점수가 과장될 수 있다’는 회의적 의견도 나오지만, 배 처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올해부터 A/B형으로 나눠 실시되는 선택형 수능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데이터를 다시 작업하는데 입학처 인력이 모두 매달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당장 올해 입시를 치르고 나면 결과가 입증될 테고, 해가 갈수록 신뢰가 쌓일 것”이라는 얘기다.




학교 홍보만 하는 입시 설명회는 가라! 
수시를 코앞에 두고 온갖 입시 설명회가 봇물을 이루는 요즘, 대학이 직접 주최하는 설명회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기회다. 지난해 합격자 사례나 평가 기준 등 실제 진학 전략을 짜는 데 참고할 만한 정보를 기대하고 찾아가게 마련. 그러나 학교 홍보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한 채 이미 알려진 내용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배 처장은 ‘알맹이 없는’ 대규모 입시 설명회의 틀도 깨기로 했다. 이달 6일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스마트 수시 상담 카페’는 고3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한 맞춤형 입학 상담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행사장을 수시 상담, 전공 상담, 학과 홍보 등 3개 존과 15분씩 릴레이 학과 설명회가 열리는 강의실로 나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시간 진행되는 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도 마련했다.
“사실 이 시기쯤 되면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전형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파악하고 있어요. 정작 필요한 것은 성적 정보와 적성 등을 고려해 어떤 과에 진학하는 게 최선일지 구체적인 상담이죠. 앞으로 남은 정시는 물론 장학제도, 취업까지 단 한 번 방문으로 모든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국가 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특성화 학과 중심의 ‘한양 다이아몬드 7’(파이낸스경영학과, 정책학과, 행정학과, 소프트웨어전공, 융합전자공학부, 에너지공학과, 미래자동차공학과)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수능 최저에 의존? 대학의 선발 역량 높여야
정부가 8월 중 발표하기로 한 대입 간소화 방안이 초미의 관심사인 요즘, 배 처장은 한양대 입학 전형의 방향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일단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수시 전형 전반에 지나치게 과잉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론에는 그 역시 동의했다. 올해 모의논술 응시생의 우수 답안 원문과 채점 결과를 그대로 공개한 것도 논술 전형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없애기 위한 작업의 출발선이다.
“대입 전형이 어떤 방식으로든 간소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인재를 선발하려는 대학 나름의 다양한 연구와 개발이 뒤따라야 할 시점입니다. 수능이 합격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 받아온 논술 전형이 대표적이죠. 논술 출제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결국 수능이라는 안전장치를 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까요. 논술 출제 교수들에게 내년부터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어지는 데 대비해 ‘5만 명이 지원했을 때 500명을 뽑을 수 있도록 출제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교과서 내 출제라는 기본 원칙 하에서 어렵게 낼 필요 없이, 정교하게 채점할 수 있게 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올해 논술 전형에서 우선 선발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낮춘 것도 지원자들의 논술 실력을 좀 더 보겠다는 의미죠.”
서울대가 시작한 인문?자연 계열 통합 선발 추진이나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공교육 연계 전형 개발에도 관심이 많다는 배 처장은 대학의 인재 선발 패러다임이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봤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전제는 곧 대학의 가감 없는 정보 공개. 배 처장은 “차별화에서 출발했지만, 한양대의 시도가 대학 사회 전반에 첫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양대의 주요 입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한양 입학 플래너’ 앱은 구글 마켓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고, 입시 설명회를 비롯한 자세한 정보는 입학처 홈페이지(http://go.hanyang.ac.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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