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재활원 척수장애인 하모니카 동아리

하모니카는 세상을 향한 외침!

후천적 사고로 장애 입은 사람들의 감동적인 연주 … 실력 부족하지만 마음만은 프로

지역내일 2013-07-29



지난 6월 29일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충북문화재단 앞 마당에서는 하모니카 공연이 열렸다. 경쾌하면서도 맑은 하모니카 소리를 내는 연주자들은 다름 아닌 하반신이 마비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팔과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척수장애인들이다. 이들이 휠체어에 앉아 하모니카를 목에 걸고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로 다가온다.


하모니카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들
교통사고 등 후천적인 사고로 심각한 장애를 입은 중증 척수장애인들이 하모니카 공연에 적극 나서고 있어 화제다.
청원군 북이면에 위치한 장애인 요양시설 ''희망재활원''의 하모니카 동아리 10명의 회원들은 충북문화재단 공연을 비롯해 올해에만 2~3차례 이르는 공연을 했다. 공연을 앞두고 회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삼삼오오 모여 하모니카 연주 연습을 한다.

이들은 팔, 다리는 물론 손가락 하나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다. 특히 비장애인에 비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폐활량을 가지고 있어 짧은 동요 한곡만 연주해도 산을 오르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또 신경계에 손상을 입어 체온조절이 잘 되지 않아 요즘처럼 더운 계절에는 외출하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한결같이 “하모니카를 통해 세상으로 한 발짝 더 나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장애를 입고 세상과 등지고 살기보다는 미약하지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인 것이다.
하모니카 동아리 회원인 최복순 씨(42)는 “사실 척수장애인들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하모니카가 유일하다”며 “공연 때문에 많이 힘들기도 하지만 공연 후 느껴지는 뿌듯함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안성준(34) 씨도 “하모니카 연주가 많이 힘들지만 운동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보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열정은 비장애인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마음 상처 큰 장애인의 재활 돕는 하모니카 연주
희망재활원은 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척수장애인 재활센터로 몸과 마음의 재활을 돕는 장애인 요양시설이다. 현재 척수장애, 뇌성마비, 지적장애인 등 30여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기독교정신을 구현하는 사회복지법인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이혜숙 기획팀장에 따르면 사실 중도 척수장애인들은 어느날 갑자기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음의 충격과 상처가 크다.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동아리를 처음 만든 초창기에는 모임 결성 자체가 어려웠단다. 하지만 지금은 하모니카를 통해 많은 회원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이 팀장은 “회원들의 몸이 많이 불편해서 마음처럼 열심히 못할 때도 있지만 마음만은 프로급”이라고 강조했다. 

하모니카 동아리가 외부 공연을 할 정도로 자리를 잡게 된 데는 청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이춘배 강사의 공로가 크다. 이 강사는 지난 2012년 2월부터 매주 2시간씩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지원으로 강사료를 지급받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무료로 강의를 진행했다고. 이 강사는 “회원들이 힘들지만 열심히 해주니 고맙고 보람있다”고 전했다.
희망재활원에는 현재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하모니카 동아리 이외에도 난타, 글쓰기, 태권도 등 다양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김재옥 사무국장은 “하모니카 연주를 통해 회원들이 세상을 향해 한발 더 나갈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하모니카 동아리 뿐 아니라 다른 동아리도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현주 리포터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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