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놀기에도 바쁜 이 세상/나와 상관없다 했는데/태평양엔 쓰레기 섬이 생기고/아이들은 쓰레길 주워 팔고/이러다간 언젠가는 세상 모든 사람이/쓰레기 속에서 잠을 자겠지…’
재미있는 노랫말에 신나는 멜로디, 은근 중독성을 가지는 ‘자원순환송’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분리배출을 하자는 캠페인송이지만,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환경문제가 숨어있다. 이 노래의 작곡가, 김동현 씨는 노래로 자원순환운동을 즐겁게 실천하고, 더 나아가 노래로 사람의 깊숙한 곳에 다가간다.
■노래로 환경운동을 하는 자원순환밴드, ‘인간·쓰레기’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더 친숙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환경운동을 알리고 싶어 자원순환밴드 ‘인간·쓰레기’를 결성했다는 김동현 씨. ‘인간·쓰레기’는 인간이 있는 곳에 쓰레기가 있고, 쓰레기가 있는 곳에 인간이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대량산업사회는 대량으로 상품을 생산해 내고 보존하기 위해 포장을 합니다. 쓰레기를 치우는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또한 자연물을 무분별하게 채취해 어떤 해가 될지 모르는 것을 단지 필요에 의해 만들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환경의 역습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과 쓰레기의 모순은 잘못을 제공한 사람이 아닌, 힘없는 사람이 그 역습에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단다.
환경의 중요성과 생태적 삶의 양식을 오랫동안 고민해 온 그는 쉬운 노래로 메시지를 전달해냈다. 쓰레기 배출 방법을 표현한 ‘자원순환송’이나 일본대지진 후 원전의 위험을 노래한 ‘물결’ 등 다양한 환경 이야기를 담아냈다. 재활용품으로 작업하는 천원진 작가와의 협업은 재활용 물품이 훌륭한 악기로 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환경 관련 공연에서 재활용 악기를 연주하는 자원순환밴드 ‘인간·쓰레기’는 더욱 빛을 발한다.
김동현 씨는 호매실동의 친환경 생태 화장실 ‘똥간’을 만드는데도 힘을 보탰다. 주민들의 배설물에 왕겨나 낙엽을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하게 한 똥간은 주민들이 가꾸고 있는 텃밭을 기름지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환경을 위한 작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람이 크단다.
■사람들의 사연을 노래로 옮기는 출장 작곡
노래로 하는 환경운동은 사람들을 만나 나가면서 ‘출장 작곡’으로 이어졌다. 활동 중 만나는 다양한 지역민들의 인생사를 노래로 탄생시키는 출장 작곡은 흔치 않은 작업. 노트 한 권만이 동반자가 될 뿐, 그의 출장 작곡에는 어떤 준비도 필요 없다. 한 사람당 20~30분씩 토해내는 슬픔이나 회한, 때로는 환희의 사연을 노트에 빼곡하게 채운다. 그 이야기는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며 노래로 탄생된다.
“핵심 사연으로 가사를 정리하고, 트로트나 발라드 등 좋아하는 노래풍을 정하지요. 사연이 멜로디를 가진 노래로 바뀌면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어들곤 하죠.”
지금까지 김 씨가 출장 작곡한 노래는 26 곡정도. 격랑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몸으로 부대꼈던 지동 어르신들의 황금시대 얘기가 뜻 깊은 노래로 만들어졌다. 그 중 명곡으로 꼽는 것은 남궁 순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 할머니의 기구한 삶 중의 화려한 시절이었던 할아버지와의 사랑은 애틋하기만 했다.
한 공연에서 만난 소년의 사연도 기억에 남는다. 왕따를 당한 경험을 노래로 부르자, 그 아픔으로 인해 누나와 함께 눈물바다를 이뤘다. 좋아하는 눈치를 채지 못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트로트풍의 연가는 한바탕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노래는 나의 소명, 삶을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
노래를 만들어 주는 순간들이 감동적이라는 김동현 씨. 사실 노래를 만든다고 하면 내면의 깊숙한 아픔까지 드러내기에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 그래서 사연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아픔은 치유가 되며, 만들어진 노래는 듣는 이에게 힘과 위안을 주기를 희망한다.
노래를 하는 사람이기에 노래를 한다는 그는 삶이 오롯이 전해지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또한 자신을 필요로 하는 무대나 현장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싶다. “너무 형식이나 의미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음악을 하려고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을 만들어가려고요. 내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다보면 모든 일들이 순리대로 풀리지 않을까요?”
9월에도 수원 생태교통 페스티벌과 어르신들의 행사를 찾아 출장 작곡을 한다. 수원 어딘가에서 그를 만난다면 우리도 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리라. 그 때를 대비해 멋진 사연 하나쯤 꽁꽁 숨겨두자.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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