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열린 제2회 국립과천과학관 ‘골드버그’ 대회에서 춘천교대 발명영재교육센터 ‘뫼비우스’ 팀이 대회 2등상인 창의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남부초등학교 6학년 김혜령, 송다빈, 성림초등학교 6학년 심현서, 이동현 학생으로 구성된 뫼비우스 팀 멤버와 장병근 담당교사를 만나 이 기묘한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쉽고 단순한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올해로 2회째를 맞는 과천과학관 골드버그대회에는 전국 200여 개 팀, 850여 명의 학생들이 계획서를 통한 사전 예선을 거쳤고, 이 가운데 초등학교 10팀, 중학교 10팀, 고등학교 16팀 등 총 36개 팀이 본선에 진출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쉽고 단순한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하기’라는 발상의 전환과 ‘단계별 공학을 이용한 신기한 장치들’로 과학적 탐구력을 동원해야 하는 이 대회. 4명이 한 팀이 되어 제한시간 300분 동안 5단계(고등은 8단계) 이상의 골드버그 장치를 제작해야 한다. “단순한 일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하도록 만드는 장치인 골드버그는 한 마디로 정답이 없는 거죠. 머릿속의 구상을 실제 만들어내야 하기에 흥미로우면서도 매우 어려운 작업이지요.” 골드버그 장치의 묘한 매력에 대한 장병근 교사의 설명이다.
올해 대회 미션은 ‘미래도시에 우주선을 착륙 또는 이륙시켜라’. 참가자들은 여러 단계에 걸쳐 다양한 기구들을 연결시켜 미래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10가지 공개 자료와 본선 당일에 나눠주는 5개의 비공개 자료를 활용해 미션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연습도 중요하지만 대회 당일에 발표되는 재료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관건이다.
실패가 끝이 아니다!
대회 종료 후 일주일, 네 명의 친구들은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장치를 다 만든 다음 연습을 했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시연에서는 5번의 멈춤이 있었어요. 그리고 로켓을 쏘고 모든 단계를 거친 다음 풍선이 터져야하는데 로켓 발사와 함께 풍선이 터져버린 거예요. 아, 정말 아찔했어요.”
당연히 탈락했을 거라며 느긋하게 시상식을 즐기던 이들. 갑자기 자신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서로의 손을 잡고 환호성을 지르며 시상식장으로 달려 나갔다. 골드버그 자체가 원래 답이 없는 것이라, 이들의 실패 또한 단순한 실패가 아니었던 것이다. 대회에서도 공식적으로도 5번까지의 실패는 허용하고 있으며, 사실 완벽한 성공 또한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때문에 성공의 유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도시 설계 과정에서부터 도시의 디자인적인 구성 또한 심사의 한 부분이기에 아이들은 수상을 통해 자신들의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소중한 일깨움을 얻을 수 있었다.
도전과 열정, 그리고 성장!
김혜령, 송다빈, 심현서, 이동현. 이 네 명은 모두들 2년 이상 발명영재교육센터에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다. 좀 더 심도 깊은 프로젝트가 뭐 없을까 고민하던 이들은 센터 내 장 교사에게 조언을 구했고, 3월부터 골드버그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회 준비 초반에는 수업이 끝난 후에 짬을 내 잠깐씩들 만났고, 메일로도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하나하나 단계를 만들어 갔다. 하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다. 열심히 공을 들여 장치를 만들었는데 작동이 안 될 때, 다음날 연습을 위해 장치를 부숴야만 했을 때는 정말 짜증이 나고 좌절했다는 아이들. 가끔은 선생님에게 답을 구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장 교사는 작은 팁과 함께 또 하나의 과제를 던짐으로써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까지 적지 않은 혼란에 빠뜨렸다.
“제가 바로 답을 안겨주면 아이들은 결국 기능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죠. 아마 그랬다면 이렇게 큰 성과도 없었을 겁니다.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로, 세로, 높이 등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훌륭한 습관을 길렀으며, 또한 무엇보다 4명이서 함께 서로 의사소통하고 수정하고 도와야지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죠. 아이들이 골드버그의 참 맛을 확실하게 경험한 것 같아서 저 스스로도 뿌듯합니다.”
처음 골드버그라는 것을 접하고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이 많았다는 아이들. 하지만 마치 어려운 숙제가 끝난 느낌인 지금은 ‘이제 우리 다음엔 뭘 하지?’ 하면서 눈동자를 반짝인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지독한 폭염 속에서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장치와 씨름하던 이들.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일 것만 같았던 힘든 과정 속에서 흘린 땀의 값어치를 알게 된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 새 얼마나 큰 성장을 했는지 느끼고 있는 듯했다.
김연주 리포터 fa1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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