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서 갑-을 논쟁이 한창이다. 갑-을 관계를 따진다는 누가 힘이 더 센지를 가려내는 것이다. 갑-을 논란이 확대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갑-을 관계가 많기 때문일 수 있지만, 세상은 기본적으로 불평등하여 갑-을 관계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결국 갑-을 논란이 커지는 것은 갑이 충분히 을에게 보상을 하지 않거나, 을이 갑에게 받은 만큼 열심히 일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갑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보상을 받지 못한 을이 억울함을 느껴서 갈등이 커지기 쉽다. 갑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겠지만, 갑이 을의 억울함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아빠들은 힘을 더 많이 가진 갑이 되기를 꿈꾸지만 그러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항상 을인 것도 아니다. 직장에서 상사에겐 을이지만 부하 직원에겐 갑이고, 사업을 하게 되면 손님에게는 을이고 직원들에게는 갑이다.
이렇게 갑을관계를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권력의 이동이 생긴다. 먹고살아야 하니 힘이 없을 때는 몸을 철저하게 낮춘다. 몸을 낮추다보면 필연적으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고, 언젠가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 더 약한 사람에게 힘을 사용하게 된다.
직업적으로 경험과 경력이 늘어날수록 아빠 자신의 몸을 낮추기보다 남이 낮춰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직장에서는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고, 결정을 할 때는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므로 갑-을의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직장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갑-을 관계에 익숙해져 있는 아빠가 집에서도 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할 때 가정 내 갈등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학원비를 대줘도 공부를 못하고, 윗사람에 대한 예의라곤 없어서 아빠가 들어와도 인사도 안하고, 게을러서 아침에 빨리 일어나질 못한다.
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이익에 기초한 갑-을 관계라면 아이들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가정이 사랑에 기초한 평등한 집단이라고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한번쯤은 달리 생각해보길 권한다.
학원이 효과가 없다면 좀더 쉬운 공부 방법을 알아볼 수 있고, 아빠에게 인사를 안 한다면 아빠가 먼저 인사할 수도 있고, 아침에 좀더 빨리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환경적인 조정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비난하기 보다는 같이 해결하는 것이다.
지우심리상담센터 성태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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