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콘크리트 빌딩에 푸른 숲이 손짓한다

버려진 옥상 활용해 공원이나 텃밭으로 쉼터 역할 제공

지역내일 2013-07-17

숨막힐 듯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 속 빌딩 옥상에 푸른 숲이 사람들을 손짓한다. 사용가치가 없는 물건을 쌓아두었던 공간으로 방치되었던 옥상이 이젠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지방자치단체 건물이나 오피스텔, 아파트형 공장 등에서는 옥상을 활용해 공원을 만들거나 텃밭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답답한 콘크리트 공간과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여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푸른 잎사귀들과 속삭이며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옥상공원이다. 

옥상공원

버려진 공간에서 필요한 공간으로 환골탈태
옥상공원이란 인공적인 건축물 위에 인위적으로 지형, 지질의 토양층을 새롭게 형성하고 식물을 식재하거나 물이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건물의 지붕이나 옥상에 꽃과 나무를 심는 옥상공원화 사업이 가장 널리 보급된 나라는 독일이다. 일찌감치 독일에서는 19세기부터 화재예방을 위해 지붕에 흙을 덮기 시작했는데 이때 풀이나 꽃씨가 날아와 번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옥상 녹화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연간 30만평의 지붕이나 옥상을 녹화하고 있는 독일은 1983년부터 15년 동안 옥상녹화를 대중화시켰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부터 옥상공원화사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쓸모 없는 옥상 공간에 공원을 조성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그 효과는 단지 눈에 보기 좋은 겉치레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옥상녹화는 도심지역의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도시환경에 자연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이 살아 숨쉬는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자연생태계 복원에 기여할 수 있는데다 도시미관을 크게 개선시키는 이점도 있다. 또 대기오염도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의 흡수로 자연 공기 정화능력이 향상되고 도시 열섬화 현상도 완화시켜주며 겨울철에는 보온효과까지 높여준다. 지붕조경을 도입한 건물의 표면 온도는 기존 옥상 표면보다 약2도 정도가 낮고 건축물 옥상 전면을 녹화할 경우 연간 약 16.6%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밖에 옥상 녹화의 토양층은 소리파장을 흡수해 분쇄시킴으로써 소음을 감소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옥상 공원화사업 관련 단체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옥상의 30% 정도를 녹화할 경우 이산화탄소의 감소 및 녹화의 단열효과에 따른 냉난방에너지 소비절감 효과가 약25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 공원이 수목 위주인 반면 옥상공원은 다양한 식물을 심을 수 있는 데다 방제약을 쓰지 않아 곤충이 정착하기에도 좋다고 한다.
 
도심 옥상에서 즐기는 여유
동안구보건소 옥상에 위치한 일명 옥상정원에는 알록달록 화사하게 핀 꽃과 초록빛 신록이 사람들을 반긴다. 90평의 공간에 잔디와 대리석 그리고 인공토양이 깔려져 있고 아담하게 지어진 정자 그리고 그 주변에서 옥상입구에 이르기까지 테크가 설치되어 있어 자연미가 돋보여 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옥돌지압마당에는 옥돌이 얌전하게 깔려져 있고 옥상 가장자리 곳곳에는 둥근소나무, 자산홍, 범부채, 프렌치라벤더, 조팝나무, 람스이어 등 다양한 수목과 꽃나무가 식재되어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가끔 여기 올라와 커피도 마시고 잠시 쉬어가기도 해요. 도심지에서는 점심 먹고 나면 갈만한 곳이 별로 없잖아요.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담소도 나누고 예쁜 꽃과 푸른 잎사귀들을 보면 맘도 편안해져요. ”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회사원 정재희 씨는 “옥상공원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옥상에서 상추 심고, 텃밭 가꾸고
만안구청 옥상은 지난 봄, 옥상을 텃밭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만안 구름농원이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이 옥상에는 230㎡ 공간에 텃밭상자 60개가 설치되어 어린이농장 체험장으로 10월까지 개방된다. 고추, 토마토, 가지, 상추 등 만안구청 주변 어린이집 원아들이 자신이 이름을 붙여놓고 봄에 모종을 심었고 이젠 제법 열매가 달렸다. 또 가을에는 김장채소도 수확할 예정이라고 한다. 텃밭 주변에는 파라솔과 테이블도 갖춰져 시민들이 언제라도 와서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사업은 경기농림진흥재단의 생활권 도시녹지시범사업으로 조성되었으며 만안구청이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이에 만안구청 담당자는 “도심에서 농촌생활을 접할 수 없는 어린이들과 시민들에게 좋은 체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설치했다”면서 “자녀가 있는 일반 가정들도 언제든지 찾아와 텃밭을 구경하거나 물을 주는 것 등의 간단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옥상텃밭은 어린이들이 생태체험도 하고 직접 식물을 심고 채취하면서 자연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밖에 안양 메가벨리 빌딩 옥상은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정자와 조경수 등이 꾸며져 있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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