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에서 의학 용어를 정할 때 구체적인 설명을 포함하는 단어를 조합하거나 질환 또는 치료법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화 되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 영어나 라틴어로 되어 있는 의학 용어를 원어 그대로 배우던 시절에 의과대학을 다닌 세대다. 아무래도 영어로 의학적인 소견을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세대에 속한다. 그 후로 한글 교과서가 나오게 되었고 다양한 의학용어들이 번역되어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의료 소비자와 의사간의 소통에 혼란을 주는 경우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에 미국의 피부과 의사인 락스 앤더슨의 팀은 털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레이저를 개발하였고 ‘Permanent Hair Removal’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게 되었다. 이 팀은 털이 레이저에 의해 오래도록 다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털들은 영구적으로 제거된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는 것을 발견하고(당시에는 2년 이상 털이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관찰하고 결론을 내렸다.) 이 용어를 만들게 되었다. 이 단어를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영구제모’라고 번역해 사용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미국의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는데 일부 의료 소비자들이 털이 100% 영구적으로 제거돼야만 영구제모라고 인정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식약청은 ‘Permanent Hair Reduction’이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권하게 되었지만 기존의 용어도 같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구감모’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어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영구제모 시술이다.
더욱이 ‘영구제모’를 소수의 의사들이 다시 자라 나온 털도 그 털이 보이지 않은 기간이 길면 영구적으로 제거되었다가(영구제모가 되었다가) 다시 나오는 털이라는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한 단어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한의사들이 제모 시술을 할 수 있게 헌법소원을 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는데 제모시술을 하게 된다면 ‘영구제모’의 의미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구제모’ 시술만 12년째하고 있는 피부과 전문의로서 ‘영구제모’를 대부분의 털이 영구적으로 제거되는 시술이지만 모든 병원이 같은 정도의 영구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술은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제이엠오피부과
고우석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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