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 자녀와의 소통 힘드시죠?
자녀와 교감하는 ‘우리들의 자세’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삼춘기다. 제 속으로 낳고도 자식 속을 제일 모르겠다는 엄마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팔짝 뛸 일이 한 두 가지일까? 그래도 어른인, 엄마인 내가 어떻게든 더 잘 해 봐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아이 앞에 서면 말이 곱게 나오지 않는다. 애써 좋게 말했는데 아이의 반응이 원색적일 땐 앞이 막막하다. 이러다 아이가 영 틀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한 엄마들. 그 속 타는 심정은 부모가 되지 않고 어찌 알까?
너무 교훈적인 입장에서 아이를 대했다면, 학습 중심의 생활에만 신경 썼다면, 아이와 맞대결로 버티어 왔다면 부모부터 온몸에 힘을 빼야 한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나이 어린 자녀와 대결하듯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조금은 더 지혜로운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사소하지만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며 행복지수를 높여가는 엄마들의 이야기에 귀 기우려 보자. 나의 자녀 성향에 맞는 묘책이 있다면 그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naeil.com
늦은 밤 딸과 작은 일탈
얼마 전 친구들이 본 영화를 그날 꼭 봐야 한다는 초등 6학년 딸 때문에 부글거리는 속으로 야간영화를 보려 나섰다는 김지영(41·중동)씨. 늦은 시간이라 남편과 둘째는 두고 숙제 하는 마음으로 딸과 집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여름밤에 영화관 근처로 나가니 살짝 기분이 상쾌했다. 요즘 사춘기라 날카롭던 딸아이도 엄마와 걷는 밤거리에서는 표정이 달랐다고 한다.
“딸 아이 표정이 사춘기 전 착하고 순하던 바로 그 표정 아니겠어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 저랑 손잡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죠. 그때처럼 마냥 착하고 순진한 딸아이가 바로 제 옆에 서 있는 거예요.”
김씨는 내친김에 제일 화려하고 근사한 카페로 들어갔다. 결혼 전 늦은 시간 카페에 앉아 마시던 커피도 생각났고 딸아이에게 그런 문화를 조금 느끼게 해 주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고···.
딸은 딸기스무디를 시켰다. 김씨는 아이스커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착한 딸 위에 친구 같은 딸이 겹쳐졌다고 한다. 딸아이도 늘 잘잘못만 따지던 엄마와 늦은 밤 일탈하는 듯한 기분이 좋았는지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나 둘 시작했다.
“아동기 딸과 이별하려고 그렇게 싸우고 속상해 했나 봐요. 그날 이후 우리 딸은 제게 무척 큰 사람이 되었어요.”
사실 김씨의 딸은 밤거리를 거닐며 어린 시절 엄마만 믿고 따라다니던 그 행복한 기억을 다시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늦은 밤 김씨 모녀의 우연한 데이트는 더없이 좋은 교감의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봉사하며 마음을 나눠요
올해로 4년째 장애영아원에서 봉사 중인 강소연(40·용호동)씨. 모임을 갖는 엄마들과 무작정 전화해서 알아본 곳을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에 찾는단다.
“잠깐 마음이 동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처음에는 영아원 측에서도 큰 기대 없이 대하더라고요. 그래도 꾸준하게 아이와 함께 하니 이제는 돈독한 사이가 됐죠.”
목욕이나 식사 봉사는 어린 학생들이 하기엔 버거워 1년 동안은 강씨만 다니다 큰 아이가 6학년 때부터 같이 나섰다. “학기 중에는 시간 내기가 힘들어 주로 방학을 이용해요. 같이 놀고 산책도 하면서 허드렛일을 돕죠.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라 밥 먹는 일이 제일 큰 일이에요.”
올해부터 둘째도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첫째는 3년째예요. 처음에는 서툴렀는데 이제 제법 의젓하게 잘해요. 영아원 아이들에게 애정도 생기고요. 본인이 못가도 항상 안부를 묻곤 해요. 장애아들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무엇보다 함께 다녀온 날은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져요. 사춘기 아이들은 보통 부모와 대화를 꺼리는데 몸이 힘든 일을 엄마와 함께 해나가니 동지의식이 생긴달까? 엄마 힘들다며 소소한 일도 알아서 하고요. 철이 든 것 같아 대견스러워요.”
봉사를 시작한 뒤로 사회 복지에도 관심을 갖고 용돈을 쪼개 결연 아동 돕기에도 스스로 참여하더란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봉사하겠다는 강씨는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일, 참 행복하네요”라며 감사해했다.
사춘기 딸아이와 함께 등산하며 고민 나눴어요.
사춘기 자녀와의 교감법으로 학부모 김윤수(48·대연동)씨가 적극 권하는 방법은 등산과 산책이다.
“주말마다 주로 늦잠만 자던 우리 가족에 변화가 생긴 건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혹독하게 시작된 사춘기 무렵이었어요. 모두 위태한 가시밭을 걷는 기분이었죠. 그 무렵부터 주말마다 딸아이를 데리고 집 뒤 황령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친구 문제로 말문을 닫았던 아이도 함께 등산을 하면서는 조금씩 속마음을 내비치기 시작했어요. 숲은 마음을 열게 하는 마력 같은 게 있는 것 같더라구요.”
체력이 약한 딸아이를 하산 길에 업고 내려오는 일도 겪긴 했지만 아이는 아빠와의 등산을 차츰 즐기게 됐다고. 시간이 될 때는 조금 멀리 이기대, 장자산, 장산, 금정산, 백양산 등으로 산행을 나서기도 했다.
“누나의 특별(?) 대우가 부러웠는지 5학년이던 아들도 함께 등산을 가겠다고 졸라서 언젠가 부터는 온 가족 산행이 되었어요. 산이라면 어디라도 좋지만 특히 보름 무렵 친구네랑 함께 갔던 금정산 야간 산행과 경주남산연구소에서 보름 즈음의 토요일마다 여는 남산달빛기행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때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김씨는 아직도 딸아이와 함께 한 남산 달빛 산행 때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불빛으로 비춰보며 설레던 감흥, 동행한 어느 교수님이 들려준 일품인 대금과 단소 연주를 회상한다.
성격유형검사로 자녀와 궁합 맞추기
중3 아들을 둔 서미애(45·민락동)씨는 자녀와의 교감에 고민이라면 성격유형검사를 해볼 것을 권한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대화도 제대로 안 되고 엄마 말이라면 반대로만 해 홧병이 날 정도였다던 서씨는 작년 학부모연수를 통해 성격유형검사(MBTI)를 알게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해본 검사가 서씨와 아들의 관계에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검사 결과 저는 외향형, 아들은 내향형 성격으로 나왔어요. 외향형인 사람의 표현과 활력자체는 내향형인 사람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별 생각 없이 표현한 말들이 내향형인 사람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내향형인 성격은 말하기 전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는데 저는 늘 재촉만 했던 거예요”
또한 서씨는 사실과 원리원칙에 관심을 둔 논리적·분석적인 사고형 성격으로, 엄마와 대조적으로 아들은 감정형 성격으로 나왔다. 감정형은 대화를 단순히 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형을 대할 땐 정서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해야한다는 것도 알게 됐단다.
“처음엔 아들이 사춘기라 저랑 어긋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너무도 다른 성격을 제 방식으로만 맞추려고 하니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 후 아들의 성격을 인정해주면서부터 아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아들이 제 성격을 칭찬할 때도 있답니다”
손꼽아 기다리는 서점에서의 데이트
몇 해 전부터 아들과 서점데이트를 즐긴다는 박선화(41·좌동)씨. 선배 학부모로부터 전해들은 조언으로 아들이 초등 4학년이 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엔 삐걱거렸던 시간도 많았단다.
“한 달에 한번 날을 정해놓고 서점에 가기로 했죠. 책 3권은 무조건 사주기로 하고 갔는데 아이가 자꾸 만화책을 고르는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 제가 고른 책을 사게 됐는데 아이가 그 뒤론 서점에 안 가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이가 자유롭게 고르되 만화책은 1권만 사는 것으로 합의를 봤죠.”
아들이 고른 책이 마음에 안들 때도 많았지만 아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고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거워할 수 있도록 참고 기다렸다는 박씨. 엄마의 마음이 통했는지 박씨의 아들은 지금도 서점에서의 데이트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단다. 학교생활, 친구문제 등도 서슴없이 털어놓는다고.
“주위에 보면 중학생들 책 많이 안 읽는다고 고민인 엄마들이 많던데 저희 아이도 아마 제가 책을 골라줬으면 안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아이에게 선택권을 줬더니 아이가 어느 분야를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고 아이 또한 책 읽는 수준이 발전되더라구요.”
서씨는 무엇보다 아이를 인정해줌으로써 믿음을 줘야 아이도 부모에게 마음을 열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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