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구에 사는 중학교 2학년인 이 모 군은 또래보다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다 지난 중간고사 직후 드디어 선전포고를 했다. “기말고사 성적은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부보다 키 크는 거예요.” 이 군은 그날 이후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성장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줄넘기와 숙면 등 키를 키울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이 군은 전교 상위 10%이내였던 성적은 중반 이하로 떨어지고 말았다.
작고 왜소한 아이, 자신감 결여 및 왕따 가능성도 높아
성적만큼이나 외모경쟁력도 중요한 시대가 되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키가 작고 왜소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큰 아이들에 비해 학교생활에서 자신감이 위축되거나 심지어 왕따를 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 비단 학교생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키는 사회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키가 클수록 고학력에 수입이 많을 뿐 아니라 자신감, 대인관계기술, 사회적응력, 리더십에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도, 부모도 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중1 남자아이를 둔 박 모씨(해운대, 여)는 초등 1학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성장클리닉을 찾는다고 한다. 부모가 모두 키가 작다 보니 유전이 될까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단다. 매년 방학이면 아이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체크하고 성장에 방해되는 질병이나 문제가 생기면 일찌감치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키 큰 부모의 자녀들은 밤늦게 잠들어도 키가 쑥쑥 크는 데 비해 자기 아이는 충분히 재우고 잘 먹이고 해도 평균을 살짝 웃도는 정도라니. 만약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고 내버려 뒀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키 작은 부모, 후천적 노력으로 자녀 키 키워
좋은 유전자를 타고나서 알아서 잘 커주면 좋겠지만 위 사례처럼 부모의 키가 작거나 다른 환경적 요인으로 키가 작다면 성장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예전과 달리 의학기술의 발달로 작은 키도 언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훨씬 더 많이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재원하이키 한의원 해운대점 심재원 원장은 “사람은 일생에 두 번 급격하게 자랄 때가 있다. 첫 번째는 태어나서 2세까지, 두 번째는 사춘기다. 전자의 경우 얼마나 잘 먹고 잘 자는가에 따라 충분히 성장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의 작용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성장호르몬은 유전적인 요인이 있지만 후천적으로 잘 분비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면 충분히 분비돼 키가 더 자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성장을 방해하는 후천적인 원인을 제거해줘야 하는데 식욕부진, 편식, 잦은 복통, 설사, 소화불량 등의 소화기 문제. 스트레스나 불안, 수명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 감기, 비염, 중이염, 기관지염과 같은 질환 등이다. 또, 아토피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성장이 느리다.이런 방해요소를 제거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우유, 적당한 운동,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 키를 더 자라게 할 수 있다.
성장 방해하는 질환, 성조숙증 등 해결해줘야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장호르몬은 키가 아닌 생식기 발육에 더 많이 쓰이므로 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성장이 빨리 멈추는 원인이 되는 성조숙증 증세가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너무 어린 나이, 여아는 만 8세,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고환이 커지는 것과 같은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성조숙증은 발견이 늦으면 그만큼 치료효과가 적으므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성조숙증을 예방하는 약이나 초경을 지연하는 한약 등으로 성호르몬을 감소시키고 성장호르몬을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키 성장은 때가 있는 만큼 적기에 성장검사와 관리를 통해 자녀의 숨어있는 키를 키워보면 어떨까.
도움말. 심재원하이키 한의원 해운대점 심재원 원장(대한면역알레르기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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